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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요일의 21입니다. 예전에 블로그로 돈은 벌고 싶지만, 아무 협찬이나 받고 싶지는 않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협찬 제안을 보면 내 블로그와 맞는지부터 따져본다고 했는데요. 생각해 보니 협찬이라는 게 꼭 물건만 공짜로 받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물건값을 내지 않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값을 치릅니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장점을 찾아야 하죠.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택배 상자 안에도 노동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https://ashitaka21.tistory.com/444

 

[이모저모] 블로그로 돈은 벌고 싶은데, 아무 협찬이나 받고 싶진 않다

안녕하세요. 일요일의 21입니다. 블로그 하다 보면 댓글 진짜 별거 다 달리거든요. 공감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맞구독 부탁드립니다. 이런 거는 이제 거의 배경음악이에요. 그냥 익숙해요. 아

ashitaka21.tistory.com

제품 하나를 받으면 처음에는 기분이 좋을 겁니다. 택배도 오고, 뜯을 것도 생기고, 나도 이제 제법 블로거가 된 거 같겠죠. 문제는 상자를 열고 난 다음입니다. 사용해 봐야 하고, 사진을 여러 장 찍어야 하고, 정해진 날짜까지 글을 올려야 합니다. 평소라면 두 줄 쓰고 말았을 물건을 붙잡고 열 줄짜리 장점을 찾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공짜로 받은 물건 앞에서 갑자기 국어 실력을 시험받게 되는 셈입니다.

더 곤란한 건 물건이 별로일 때입니다. 내 돈으로 샀다면 그냥 별로라고 쓰면 됩니다. 돈까지 냈으니 불평할 자격도 충분합니다. 그런데 협찬받으면 말이 조심스러워집니다. 단점이 보여도 표현을 둥글게 만들고, 불편해도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는 문장을 붙이게 됩니다. 사람은 제품 하나 받았을 뿐인데 문장 끝마다 보험에 가입합니다.

물론 협찬 자체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블로그 주제와 잘 맞고, 실제로 관심 있던 제품이라면 서로에게 괜찮은 거래가 될 수 있습니다. 블로거는 콘텐츠를 얻고 업체는 홍보를 얻으니까요. 다만 제품을 무료로 드린다는 말만 보고 무조건 이득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내가 들이는 시간과 글의 가치까지 계산하면 오히려 제품값보다 비싸게 치르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요.

특히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받으면 더 그렇습니다. 필요해서 소개하는 게 아니라 소개하기 위해 필요해지는 이상한 순서가 만들어집니다. 어제까지 관심도 없던 물건을 오늘 갑자기 인생 필수품처럼 설명해야 합니다. 블로그를 오래 운영하다 보면 글 사이에도 앞뒤가 생기는데, 협찬 하나 때문에 사람이 갑자기 다른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 카메라 이야기하던 사람이 뜬금없이 발 각질 제거기의 혁신을 논하면 독자도 당황하고 저도 당황합니다. 각질만 평온합니다.

 

무엇보다 협찬 글은 돈이나 물건을 받는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기록으로 남습니다. 물건은 쓰다가 버릴 수 있지만 글은 검색에 걸립니다. 몇 년 뒤에도 누군가는 그 글을 보고 제품을 살 수 있습니다. 그때 가서 제가 ‘사실 별로였는데 무료로 받아서 좋게 썼습니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택배 상자는 진작 버렸는데 책임만 인터넷에 남아 있는 겁니다.

그래서 협찬을 고를 때는 물건 가격보다 내가 이 글을 계속 남겨두어도 괜찮은지를 먼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돈으로 샀어도 소개했을 물건인지, 단점을 솔직하게 써도 되는지, 업체가 원하는 문장이 아니라 내 문장으로 쓸 수 있는지. 이 셋 중 하나라도 애매하면 공짜 물건을 받고도 마음은 빚진 기분이 될 수 있습니다. 블로그로 돈을 벌려고 시작했다가 택배비도 안 드는 빚만 늘어나는 셈이죠.

좋은 협찬은 공짜로 뭔가를 받는 일이 아니라, 원래 쓰고 싶었던 글에 제품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런 제안이라면 저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제품 하나 받았다고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만족한 소비자인 척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블로그로 돈은 벌고 싶습니다.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무 말이나 써서 버는 돈이라면, 그건 수익이라기보다 제 글을 조금씩 중고로 파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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