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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요일의 21입니다. 블로그 하다 보면 댓글 진짜 별거 다 달리거든요. 공감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맞구독 부탁드립니다. 이런 거는 이제 거의 배경음악이에요. 그냥 익숙해요. 아 또 왔구나, 하고 지나가면 됩니다. 근데 가끔 댓글창에 유독 공손하고 친절한 말투로 딱 들어오는 게 있어요. 솔직히 반가운 댓글은 아니지만요.

이번에 이런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안녕하세요. 올려주신 글 잘 읽어 보았어요. 다름이 아니라 블로거님께 드려 보고 싶은 협찬 목록이 있어서요. 포스팅 성격과 잘 어울릴 것 같아 남기고 가요.”

뭐 티스토리는 아니고요.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는데, 거기에 그렇게 달렸더라고요. 처음에 저도 살짝 흔들렸습니다. 아니, 이제 내가 협찬 제안을 받는 블로거가 된 건가? 드디어 내 블로그도 광고 냄새가 아니라 돈 냄새를 풍길 때가 온 건가? 이 생각이 3초 정도 들더라고요. 딱 3초. 길면 위험합니다. 사람은 괜히 4초부터 꿈을 꾸거든요.

이글루스를 하던 시절에도 저런 댓글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기는 해요. 제품을 보내줄 테니 리뷰를 해달라거나, 자기 쇼핑몰 사이트를 내 블로그에 걸어 달라는 댓글이 가끔씩 달리곤 했어요. 근데 그다음부터는 바로 정신이 돌아옵니다. 잠깐만. 내 글을 진짜 읽은 건가? 아니면 인터넷 어딘가에서 “블로거님께 드려 보고 싶은” 이 문장을 컨트롤C 해 오신 건가? 요즘은 친절한 댓글일수록 한 번 더 보게 돼요. 세상이 하도 다정하게 영업을 해서요.

그리고 링크까지 달려 있잖아요. 그럼 이제 설렘이고 뭐고 없습니다. 손가락은 링크 위에 올라가 있는데 마음속에서는 이미 탐정 BGM 깔려요. 이게 진짜 협찬 제안인지, 아니면 들어가자마자 “안녕하세요 마케팅 플랫폼입니다^^” 하고 단체로 기다리고 있는 건지, 내가 블로거인지 예비 고객인지부터 확인해야 하거든요.

웃긴 게 뭔지 아세요?
블로그로 돈 벌고 싶다고 맨날 생각하면서도, 막상 이런 댓글 달리면 또 엄청 까다로워져요. “어, 협찬?” 하고 좋아할 줄 알았죠? 아니요. 오히려 더 재수 없게 굴게 됩니다. 이게 내 블로그랑 맞나, 이걸 올리면 분위기 깨지나, 괜히 블로그가 홈쇼핑 자막 달린 것처럼 보이는 거 아닌가. 별생각을 다 해요. 돈은 벌고 싶은데 아무 돈이나 벌고 싶지는 않은 그 이상한 자존심. 그런 블로거들 은근히 많습니다. 참고로 저도 그래요.

왜냐하면 블로그라는 게 참 웃겨요.
돈은 광고에서 나는데, 사람은 진정성 있는 척해야 하고, 협찬은 받고 싶은데 티 나면 또 싫고, 상업적으로 굴어야 먹고사는 데 너무 상업적이면 또 정떨어져요. 이거 거의 연애예요. 관심은 받고 싶은데 들이대면 부담스러운.

그래서 저는 이런 댓글 보면 무조건 좋아하지도 않고, 무조건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아주 현실적으로 봐요. 진짜 제 블로그 주제랑 맞는지, 내가 이걸 소개하고도 안 민망한지, 올리고 나서 스스로 “야 이건 좀…” 하고 이불 찰 일은 없는지. 예전에 실제로 한 번 홍보를 해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제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게다가 상대 쪽에서 원하는 문장을 꼭 넣어 달라고 했는데, 저는 그게 영 내키지 않아서 결국 돈도 받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계약 불이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블로그도 결국 쌓아놓은 분위기로 먹고사는 거라, 글 하나 잘못 받으면 갑자기 조금 전까지 카메라 이야기하던 사람이 3분 뒤에 곱창전골 밀키트 추천하는 사람이 돼버릴 수 있거든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좀 웃기면서도 신기합니다.

예전에 아무도 관심 없던 블로그에 이제는 뭐라도 얹어보겠다고 댓글이 달리니까요. 그게 진심이든 영업이든, 어쨌든 블로그가 완전 공기 취급은 아니라는 뜻은 되잖아요. 그러니 기분은 나쁘지 않은데, 그렇다고 바로 헤벌쭉할 단계도 아니에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겁니다. 협찬 댓글은 축하 폭죽이 아니라, 일단 돋보기부터 꺼내게 만드는 알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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