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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요일의 21입니다. 니콘 ZF. 예쁜 게 죄라면 이 카메라는 무기징역입니다. 카메라를 사고 싶어지는 이유는 수만 가지입니다. 압도적인 성능이나 합리적인 가격, 꼭 필요한 기능 때문에 구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이유 하나가 지갑을 열게 만듭니다. 바로 예뻐서입니다. 니콘 ZF가 제게는 딱 그런 카메라였습니다.

처음 니콘 ZF를 봤을 때도 그랬고, 구매했을 때도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부터 했습니다. 필름 카메라를 닮은 각진 외관과 상단 다이얼, 셔터를 누를 때의 감각까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니콘의 필름 카메라 FM2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은 단순히 복고풍이라는 말로 끝내기에는 꽤 공들인 흔적이 보입니다. 요즘 나오는 매끈하고 미래지향적인 미러리스 카메라 사이에 놓아두면 ZF의 존재감은 확실합니다.

 

사실 ZF를 사러 간 날에도 마음이 완전히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의 말에 잘 흔들리는 팔랑귀답게 소니 A7C2까지 후보에 올려놓고 고민했습니다. 작고 가벼운 풀프레임 카메라라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었고, 성능만 비교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사진을 볼 때까지만 해도 매장에 가서 실물을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는 꽤 신중한 계획도 세웠습니다.

그렇게 일렉트로마트에 가서 A7C2를 직접 봤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이 생각보다 짜쳤습니다. 성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크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보는 순간 사고 싶은 마음이 조금 식었습니다. 카메라를 고르러 가서 이성적으로 사양을 비교하려 했지만, 마지막 결정은 결국 외관이 내렸습니다. A7C2 앞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렸고, ZF 앞에서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결국 그날 니콘 ZF를 구했습니다. 신중하게 결정한 것처럼 말할 수도 있지만 실제 과정은 훨씬 단순했습니다. A7C2를 봤고, 디자인이 제 취향이 아니었고, 옆에 있던 ZF가 훨씬 예뻤습니다. 카메라는 성능으로 찍지만 구매는 마음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면, 아마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상단 다이얼을 돌릴 때 전해지는 감각과 셔터를 눌렀을 때 들리는 소리도 이 카메라를 사용하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전면의 인조가죽 질감까지 더해지면 최신 디지털카메라라기보다 잘 만든 필름 카메라를 만지는 기분도 듭니다. 사진을 찍지 않을 때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 번씩 바라보게 됩니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으려고 산 물건인데, 사진보다 카메라를 더 오래 보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는 성능 좋은 카메라가 많습니다. 화소가 더 높거나 연사가 더 빠르고, 무게가 더 가벼운 모델도 있습니다. 사양표만 비교하면 ZF보다 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ZF는 그런 숫자를 잠시 잊게 만듭니다. 성능표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괜히 한 번 더 들고 나가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카메라는 아닙니다. 렌즈까지 장착하면 제법 묵직하고 가방에 넣었을 때도 존재감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가방에 넣고 싶어집니다. 가끔은 가방에 넣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목에 걸고 나가기도 합니다. 카페 테이블 위에 올려두면 사진을 찍지 않아도 혼자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장비병을 치료해 주는 카메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장비병에 상당히 아름다운 이유를 붙여주는 카메라인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카메라를 막 구매했을 때는 원래 좋은 점부터 보입니다. 니콘 ZF를 계속 사용하다 보니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불편도 하나씩 발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디자인이 예쁘다는 감상만 적기보다 실제로 사용하면서 알게 된 사소한 문제까지 함께 적어보려고 합니다.

가장 먼저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메모리카드 슬롯입니다. 니콘 ZF는 배터리실 안쪽에 메모리카드 슬롯이 있어서 사진을 옮기려면 바닥에 있는 덮개부터 열어야 합니다. 책상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메모리카드를 꺼내는 정도라면 별일은 아닙니다. 다만 사진을 자주 컴퓨터로 옮기는 사람에게는 이 작은 과정이 계속 반복됩니다. 한 번은 아무렇지 않은데 열 번쯤 하면 측면에 메모리카드 슬롯 하나 만들어주는 일이 그렇게 어려웠나 싶어집니다.

저는 256GB SD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용량이 넉넉하니 촬영 도중 메모리카드를 교체할 일은 거의 없지만, 사진을 컴퓨터로 옮길 때는 결국 메모리카드를 꺼내야 합니다. 무선으로 전송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러 장을 한꺼번에 옮길 때는 카드 리더기를 사용하는 편이 빠르고 편합니다. 그러니 배터리실을 열고 메모리카드를 누른 다음 손끝으로 빼내는 과정도 그대로 따라옵니다. 카메라 디자인은 깔끔해졌을지 몰라도 사용하는 사람의 손가락까지 깔끔하게 배려한 구조는 아닙니다.

보조 그립이나 삼각대 플레이트를 장착하면 불편함이 조금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장착한 제품의 형태에 따라 배터리실 덮개를 여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옮기려고 그립이나 플레이트를 풀고, 메모리카드를 꺼내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이 생기면 상당히 귀찮습니다. 메모리카드를 자주 꺼내지 않는 사람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촬영 후 바로 컴퓨터로 사진을 옮겨 정리하는 사람이라면 구매 전에 알아둘 만한 부분입니다.

배터리실 덮개도 아주 든든하다는 인상은 아닙니다. 당장 고장 날 것처럼 약하지는 않지만, 메모리카드를 꺼낼 때마다 계속 열고 닫다 보면 괜히 신경이 쓰입니다. 배터리를 교체할 때만 사용했다면 여닫는 횟수가 많지 않았을 텐데 메모리카드 슬롯까지 함께 들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사용할 일이 늘어납니다. 카메라의 다른 부분은 단단한 금속 물건처럼 느껴지다가도 이 덮개를 만질 때면 갑자기 생활가전의 플라스틱 부품을 다루는 기분이 듭니다.

렌즈는 니콘 Z 40mm F2 SE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ZF에 어울리는 렌즈를 찾는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조합 중 하나입니다. 일반형 40mm F2와 같은 성능을 바탕으로 외관을 복고풍으로 꾸민 렌즈라 ZF에 장착했을 때 디자인이 자연스럽습니다. 예전에는 렌즈 디자인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렌즈 성능이 꽤 괜찮아서 지금은 디자인도 예뻐 보입니다.

40mm 화각은 일상 스냅에 상당히 무난합니다. 35mm보다 조금 좁고 50mm보다 조금 넓어서 길을 걷다가 발견한 간판이나 건물, 주차된 자동차와 길가의 사물을 찍기 좋습니다. 풍경만 찍어야 할 정도로 넓지도 않고 인물만 찍어야 할 정도로 좁지도 않습니다. 하나의 렌즈로 여러 상황을 적당히 해결하고 싶다면 편한 화각입니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담아내는 렌즈라기보다 웬만한 장면을 별다른 불평 없이 받아주는 렌즈입니다.

물론 좁은 실내에서는 40mm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카페 안이나 작은 전시 공간에서 주변 풍경까지 담으려면 뒤로 물러서야 합니다. 야외라면 한두 걸음 물러나면 되지만 실내에서는 벽이 먼저 저를 막습니다. 그럴 때는 35mm나 28mm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다만 28mm는 화면 안에 너무 많은 것이 들어오고, 35mm도 제가 원하는 장면보다 조금 넓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결국 조금 답답해도 40mm를 계속 사용하게 됩니다. 렌즈가 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50mm처럼 피사체를 확실하게 분리하거나 멀리 있는 대상을 당겨 담기에는 부족합니다. 여기서 더 가까이 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찍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일상 스냅에서는 이 애매한 거리가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피사체만 크게 담기보다 주변 상황을 조금 남겨두게 되고, 나중에 사진을 봤을 때 어디에서 찍었는지 기억하기도 쉽습니다. 기록용 사진을 주로 찍는 저에게는 40mm의 애매함이 단점이면서 장점입니다.

40mm F2 SE는 크기가 작아서 ZF의 부피를 크게 늘리지 않는다는 점도 좋습니다. 다만 ZF 바디 자체가 가벼운 카메라는 아니어서 렌즈가 작다고 전체 조합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렌즈를 장착하면 들고 다닐 만해지는 것이지 갑자기 콤팩트 카메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방에 넣으면 분명 자리를 차지하고 하루 종일 목에 걸고 다니면 무게도 느껴집니다. 사진을 찍지 않는 순간에도 카메라의 존재감을 꾸준히 알려줍니다.

그립 없이 사용하는 감각도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ZF의 기본 그립은 앞으로 깊게 튀어나온 형태가 아니라 처음 잡았을 때 손에 단단히 걸리는 느낌은 약합니다. 40mm F2 SE처럼 작은 렌즈를 장착하고 잠깐씩 꺼내 촬영한다면 그립 없이도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른손으로 계속 들고 걸어 다니거나 한 손으로 오랫동안 촬영하면 손가락에 힘이 들어갑니다. 카메라를 놓칠까 봐 손에 힘을 주다 보면 카메라보다 손이 먼저 지칩니다.

보조 그립을 장착하면 잡는 느낌은 확실히 편해질 수 있습니다. 대신 ZF 특유의 얇고 각진 디자인은 조금 달라집니다. 본체만 놓고 보면 오래된 필름 카메라 같은데 커다란 그립을 붙이는 순간 카메라가 예뻐 보이지 않습니다. 편안함을 선택하면 외관이 아쉽고, 외관을 선택하면 손가락이 아쉽습니다. 저는 아직 그립 없이 사용하고 있지만 무거운 렌즈를 구매한다면 보조 그립도 함께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쁜 외모에 가려져 있지만 카메라로서의 기본기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피사체를 찾아 초점을 맞추는 성능도 일상 촬영에서는 충분히 빠르고, 손떨림 보정 덕분에 어두운 장소에서도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습니다. 흑백 촬영 모드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조작계도 ZF의 클래식한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겉은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닮았지만 안쪽에는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의 기능이 들어 있습니다. 외모만 보고 샀다가 성능에서 한 번 더 안심하게 되는 카메라입니다.

자동초점은 일상에서 불평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사람이 많거나 피사체가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초점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잡아줍니다. 카메라를 들고 설정을 고민하는 사이 장면이 사라지는 일이 줄었습니다. 예쁜 외관 때문에 산 카메라가 정작 사진도 꽤 성실하게 찍어줍니다.

사진은 JPG와 RAW를 동시에 저장하고 있습니다. 혹시 크게 보정할 일이 생길까 싶어 RAW도 남겨두지만 실제로 꺼내보는 파일은 대부분 JPG입니다. 노출과 화이트밸런스가 심하게 어긋나지 않았다면 JPG를 캡쳐원(Capture One)에서 조금 조정하는 정도로 끝냅니다. 블로그에 올릴 사진은 크기를 줄이고 압축해서 내보내기 때문에 처음부터 RAW를 붙잡고 오랫동안 보정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색이 안정적입니다. 하늘이나 건물 외벽처럼 밝은 부분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그늘에 들어간 부분도 제법 여유 있게 남습니다. 색을 과하게 밀어 올리지 않아도 사진이 밋밋해 보이지 않습니다. JPG로 촬영한 뒤 밝기와 대비만 조금 손봐도 충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장면에서 니콘다운 색이 잘 드러납니다. 진하다고 무조건 까맣게 뭉개지지 않고, 차분하다고 회색빛으로 죽어버리지도 않습니다. 화려한 색감으로 먼저 시선을 끄는 카메라는 아니지만, 오래 보고 있어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처음보다 나중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 많았습니다.

비싼 풀프레임 카메라를 구해 놓고 JPG만 사용하면 아깝다는 말도 있습니다. RAW로 촬영해야 센서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모든 사진을 작품처럼 다룰 생각이 아니라면 JPG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일상과 풍경을 기록하고 블로그에 올리는 용도로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보정 프로그램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것보다 카메라를 들고 한 번 더 나가는 편이 낫습니다.

 

JPG를 사용하면 사진을 정리하는 과정도 단순해집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고 밝기와 색을 조금 손본 다음 JPG 품질을 80 정도로 내보냅니다. 원본 용량이 크더라도 블로그에 올릴 파일은 상당히 줄어듭니다. RAW 파일은 보관만 하다가 저장 공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젠가 다시 보정할 것 같아서 지우지는 못하지만 그 언젠가는 좀처럼 오지 않습니다. 사진보다 미련을 저장하는 데 더 많은 용량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실내에서는 40mm F2 렌즈의 장점이 더 분명해집니다. 조명이 어두운 카페에서도 감도를 지나치게 올리지 않고 촬영할 수 있고, 가까운 사물을 찍었을 때 배경도 부담스럽지 않게 흐려집니다. 그렇다고 무엇이든 감성이라는 이름으로 녹여버릴 정도는 아닙니다. 초점이 맞은 부분은 선명하고, 공간의 분위기는 적당히 남겨둡니다. 화이트밸런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조명이 여러 개 섞인 실내에서는 색이 완벽하게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오히려 현장에서 봤던 온도가 사진에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든 흰색을 새하얗게 만드는 것보다 그날의 조명과 공기를 남기는 쪽이 제 취향에는 맞았습니다.

사용하면서 생긴 흔적도 있습니다. 제 ZF는 OK 버튼의 글자가 일부 지워졌습니다. 버튼 자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검은색 바디 위에 있던 글자가 닳으니 눈에 잘 들어옵니다. 오래된 필름 카메라에 생긴 흔적이라면 세월의 멋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디지털카메라에서 발견하면 그냥 글자가 지워진 것입니다. 남의 카메라에 생긴 흠집은 빈티지고 제 카메라에 생긴 흠집은 하자처럼 보입니다.

하판에 흠집이 생길까 신경 쓰이는 것도 비슷합니다. 카메라는 원래 들고 다니며 사용하는 도구라지만 막상 바닥에 내려놓을 때는 조심스럽습니다. 책상 위에 놓을 때도 표면이 거칠지는 않은지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사용 흔적을 멋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카메라가 충분히 늙지 않았습니다. 몇 년 더 지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지금은 작은 흠집 하나에도 조명을 바꿔가며 확인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불편 때문에 ZF를 바꾸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메모리카드 슬롯은 불편하지만 메모카드를 꺼내는 몇 분 정도의 문제이고, 그립은 얕지만 작은 렌즈를 사용하면 감당할 수 있습니다. 40mm 화각도 모든 장소에 맞지는 않지만 일상 스냅에서는 충분히 편합니다. JPG만 사용한다고 사진이 갑자기 나빠지는 것도 아닙니다. 완벽한 카메라는 아니지만 불편한 부분을 알고 나면 그에 맞게 사용하는 방법도 생깁니다.

 

밤에는 손떨림 보정의 도움을 꽤 받습니다. 셔터 속도가 느려져도 카메라를 단단히 잡으면 생각보다 건질 수 있는 사진이 많습니다. 가로등 아래 골목이나 늦은 시간의 간판을 찍을 때 특히 편합니다. 사진 한 장 찍겠다고 길 한복판에서 공사를 벌이지 않아도 됩니다. 고감도 노이즈도 무조건 없애야 할 결함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약간의 입자가 남아도 사진의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고, 야간 장면에서는 오히려 잘 어울립니다. 추가된 필름 그레인 기능까지 활용하면 지나치게 깨끗한 디지털 사진에서 조금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레인은 양념이라 적당히 넣는 편이 낫습니다. 많이 넣는다고 갑자기 필름이 되지는 않습니다.

 

니콘 ZF는 사양표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자신의 사용 방식과 맞는지 살펴봐야 하는 카메라입니다. 메모리카드를 자주 꺼내는지, 무거운 렌즈를 사용할 것인지, 한 손으로 오래 촬영하는지, RAW 보정을 즐기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처럼 작은 40mm 렌즈를 장착하고 JPG 위주로 일상 사진을 찍는다면 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메모리카드 슬롯과 얕은 그립처럼 구매 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불편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 돈이면 더 가볍고 편한 카메라를 살 수 있지 않습니까?”라는 이성적인 질문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더 가볍고 잡기 편한 카메라는 많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결국 자주 들고 나가 셔터를 눌러야 제 가치를 하는 물건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집에 두고 나간다면 장식품이고, 디자인에 반해 샀더라도 매일 들고 나간다면 제대로 사용하는 카메라입니다.

처음에는 디자인 때문에 선택했지만 계속 사용하는 이유는 디자인만은 아닙니다.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게 만들고, JPG 결과물도 마음에 들며, 40mm 렌즈 하나로 웬만한 장면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기능보다 감성이 중요한 사람, 사진을 찍는 순간뿐 아니라 카메라를 들고 있는 순간까지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ZF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입니다.

불편함이 없는 카메라라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보다 들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 더 커서 사용합니다. 예쁜 게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예쁨이 카메라를 한 번 더 들게 만들고, 결국 사진 한 장이라도 더 남기게 합니다. 카메라를 오래 쓰는 데 필요한 것은 완벽한 성능보다 단점을 적당히 눈감아줄 수 있는 애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예쁜 게 죄라면, 니콘 ZF는 여전히 무기징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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