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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요일의 21입니다. 주차하려는데 자전거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공용 주차 칸도 아니고, 내가 돈을 주고 산 내 자리였다. 매달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간을 위해 꼬박꼬박 돈을 내고 있는데, 정작 그 공간을 먼저 누리고 있는 건 처음 보는 자전거였다. 남의 땅에 자전거를 세워놓는 패기는 있었지만, 연락처를 남기는 세심함은 없었다. 권리는 남의 것이고 편의는 자기 것이었다.

처음에는 잠깐 기다렸다. 주인이 근처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편의점에 갔거나 잠시 볼일을 보러 간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차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물론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민폐를 끼친 사람은 대개 현장에 없다. 현장에 남는 건 물건과 그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뿐이다.

차에서 내려 자전거를 살펴봤다. 혹시 연락처라도 붙어 있나 싶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자전거에도 전화번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었다. 자동차에는 연락처를 남겨두라고 하면서 자전거는 두 바퀴만 달려 있으면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모양이다.

한쪽에 얌전히 붙여둔 것도 아니었다. 차가 들어가지 못할 만큼 정확한 위치에 자전거가 서 있었다. 조금만 옆으로 세웠다면 그냥 지나갔을 텐데, 굳이 주차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주차 방해에도 재능이 필요하다면 상당한 실력자였다.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작다. 그래서 어디든 세워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작다고 해서 차지하지 않는 건 아니다. 고양이가 침대 가운데 누우면 사람보다 작아도 사람이 비켜 자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전거 한 대가 자동차 한 대의 자리를 막고 있었으니 공간 효율만 따지면 꽤 대단한 성과였다.

 

사실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저번에는 이미 주차된 차에도 자전거를 기대어 세워놓았더라. 남의 주차 자리만 빌려 쓰는 줄 알았는데 남의 차까지 거치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자전거 보관 장소를 따로 찾기 귀찮았던 모양이다. 본인에게는 잠깐 세워둔 자전거겠지만, 차주에게는 흠집이 생겼는지 확인해야 하는 남의 물건이다. 남의 재산을 자기 편의시설처럼 사용하는 데에는 놀라울 만큼 망설임이 없었다.

저번에는 차, 이번에는 주차 자리였다. 이 정도면 실수라기보다는 생활 방식이지. 빈 공간이 보이면 쓰고, 차가 보이면 기대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생각하는 방식 말이다. 본인이 편한 동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는 모양이었다. 역시 민폐도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오래되면 당사자에게는 상식이 된다.

잠시 고민했다. 남의 자전거에 손을 대도 되는지, 그냥 다른 곳에 차를 세워야 하는지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곳에 주차하면 내가 돈을 주고 산 자리는 자전거가 쓰고, 나는 또 다른 주차 자리를 찾아 돌아다녀야 한다. 남의 편의를 위해 내 돈과 기름과 시간을 추가로 써야 하는 거였다. 배려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한쪽만 지나치게 편했다.

결국 자전거를 치우기로 했다. 내 자리에 내 차를 주차하기 위해서였다. 너무 당연한 일인데 실제로 하려니 괜히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남의 자전거를 옮기는 사람과 남의 주차 자리를 차지한 사람 중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는 분명한데, 양심은 이상하게 뒤처리하는 쪽이다.

자전거를 들면서도 조심했다. 넘어지지 않게 손잡이와 안장을 잡고, 어디에도 부딪히지 않게 천천히 옮겼다. 긁히기라도 하면 괜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바닥 상태까지 살폈다. 남의 자리를 아무렇게나 사용한 사람보다 그걸 치우는 내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세상은 책임지는 사람에게만 책임을 더 얹어주는 데 꽤 능숙하다.

자전거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세워둔 사람에게는 가벼운 선택이었겠지만 치우는 사람에게는 제법 묵직한 물건이었다. 민폐도 비슷하다. 저지르는 사람에게는 별일 아니지만 처리하는 사람에게는 시간과 노동이 된다. 무게는 물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쪽으로 이동하는 모양이다.

통행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넘어질 위험이 적은 곳을 찾아 다시 세워두었다. 아무 곳에나 던져놓지는 않았다. 화가 난다고 남의 물건을 망가뜨릴 생각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자전거 주인은 남의 자리를 공짜로 사용한 데 이어 정리 서비스까지 제공받았다. 비용은 내가 냈고 혜택은 그 사람이 받았다. 복지 제도가 상당히 후했다.

자전거를 옮긴 뒤 차를 넣었다. 아주 잘 들어갔다. 당연했다. 애초에 내 차를 세우려고 돈을 주고 산 자리니까. 그런데 내 자리에서 내가 주차하는 일이 왜 남의 물건을 치우는 작업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적어도 계약서에는 자전거 정리 업무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차를 주차하고 나니 괜히 주변을 살피게 됐다. 자전거 주인이 나타나서 왜 남의 물건에 손을 댔느냐고 따질 것 같았다. 자신의 자전거를 남의 자리에 세워둔 건 잠깐의 실수지만, 자전거가 몇 미터 옮겨진 건 중대한 권리 침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남의 소유권보다 자기 물건의 위치 변화에 훨씬 예민하다.

아마 주인은 별생각 없이 세워뒀을 것이다. 잠깐이면 괜찮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잠깐이 누구의 기준이냐는 것이다. 자전거 주인에게는 잠깐이지만, 퇴근하고 돌아와 주차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자전거를 옮겨야 하는 시간이다. 남의 시간은 언제나 짧고, 자기 시간만 귀하다.

 

주차 자리도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차가 없으니,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자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비어 있다는 것과 주인이 없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집에 사람이 없다고 남이 들어가 쉬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문이 열려 있다고 거실이 공용 공간이 되는 것도 아니다. 주차 자리만 유독 비어 있으면 누구나 이용해도 되는 공간처럼 취급된다.

돈을 내고 산 자리라고 해서 대단한 특권을 바란 것도 아니다. 그저 차를 세울 수 있기를 바랐을 뿐이다. 좌석표를 샀으면 그 자리에 앉고, 보관함을 빌렸으면 그 안에 물건을 넣듯이, 주차 자리를 샀으면 차를 세우는 게 전부다. 그런데 세상은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때조차 종종 눈치를 보게 만든다.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어쨌든 남의 물건에 손을 댔으니까. 그러다 다시 생각했다. 내가 돈을 주고 산 자리에 남이 자전거를 세워놓았고, 나는 그걸 망가지지 않게 옆으로 옮긴 뒤 내 차를 주차했다. 여기서 내가 미안해할 부분을 찾으려면 양심을 꽤 창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오히려 자전거를 그대로 두고 다른 곳에 주차했다면 마음은 편했을지도 모른다. 대신 내 돈으로 마련한 자리는 남이 사용하고, 나는 다른 사람의 자리를 침범할 가능성이 생긴다. 한 사람의 무심함을 해결하지 않고 넘기면 민폐가 연쇄적으로 번진다. 자전거 한 대가 주차장 전체에 책임 돌리기 게임을 시작하는 셈이다.

차에서 내린 뒤 자전거를 한 번 돌아봤다. 넘어지지도 않았고 망가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원래보다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잘 세워져 있었다. 자전거 주인에게는 제법 괜찮은 하루였을 것이다. 자리도 공짜로 썼고, 자전거도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으며,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됐다.

나는 내 자리에 주차했을 뿐인데 괜히 찜찜했다. 민폐를 치웠더니 내가 민폐를 끼친 기분이 들었다. 제대로 된 민폐는 공간만 차지하지 않는다. 뒤처리와 고민, 노동과 죄책감까지 전부 남에게 맡긴다. 정작 원인을 만든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자기 일상을 계속 살아간다.

자전거는 가벼운 교통수단이라더니, 책임까지 가볍게 만들 줄은 몰랐다. 다음부터는 적어도 주차 칸 한가운데가 아니라 구석에 세워줬으면 한다. 더 좋은 방법은 애초에 남이 돈을 주고 산 자리에 세우지 않는 것이다. 대단한 시민의식까지 바라는 건 아니다. 그저 남의 자리는 남의 자리라는, 지나치게 어려운 상식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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