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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요일의 21입니다. 카메라 무게에 대한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늘 길어진다. 사람들은 숫자를 보면서도 끝까지 숫자만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립이 어떻고, 밸런스가 어떻고, 실제로 손에 쥐면 또 다르다고 말한다. 말이 참 길다. 물론 그런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세상일은 대체로 그렇다. 숫자 하나로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손목은 꽤 정직한 편이다. 손목은 대개 변명을 이해하지 못한다. 710g이면, 그냥 710g인 것이다.

니콘 ZF(Nikon ZF)는 그런 카메라다. 보기에는 날렵하다. 어딘가 오래된 카메라의 기억을 잘 정리해서 지금 시대로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볍겠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손에 들면 금방 알게 된다. 아, 이건 생각보다 꽤 묵직하구나.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단순해진다. 예쁘다는 것과 무겁다는 것은 서로 싸우지 않는다. 둘은 얼마든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무게 자체보다 그립이 문제라고. 그것도 맞는 말일 것이다. 손에 깊이 걸리지 않으면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느껴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실제 사용에서 더 무겁게 다가온다면, 결국 사용자에게는 무거운 바디다. 저울 위의 숫자와 손 안의 체감이 따로 놀아도, 마지막에 남는 것은 늘 체감 쪽이다. 카메라를 하루 종일 들고 걷는 것은 저울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비슷한 숫자들을 가만히 놓고 보면 더 그렇다. a7m5는 695g, r6m3는 699g, Z5ii와 ZF는 710g, Z6iii는 760g이다. 숫자 사이의 차이는 아주 커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700이라는 무게는 하나의 분기점처럼 느껴진다. 600g대 후반까지는 아직 가볍다는 말을 붙여볼 수 있다. 700g을 넘기면 그 말은 조금 어색해진다. 그때부터는 적어도 가볍다기보다는 묵직하다 쪽이 더 솔직하다.

소니는 상위급으로 가도 800g을 쉽게 넘기지 않는다. 캐논도 R3 같은 세로 그립 일체형에 가까운 바디쯤 되어야 확실히 체급이 달라진다. 니콘 역시 Z8부터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무게가 된다. 그런 흐름 안에서 보면 ZF의 710g은 아주 이상한 숫자는 아니다. 다만 외형이 주는 인상과 실제 손에 전해지는 감각 사이의 간격이 조금 크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꾸 설명을 붙이게 되는지도 모른다. 예쁜 물건이 예상보다 무겁다는 사실을, 인간은 곧바로 받아들이기보다 조금 돌아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으니까.

사실 ZF를 사던 날, 마지막까지 잠깐 A7C2를 고민했었다. 화소도 ZF보다 더 높았고. 리뷰도 많이 봤고, 더 가볍고 더 실용적인 쪽이 어느 쪽인지는 머리로 충분히 알고 있었다. 심지어 가격도 더 저렴했다. 그런데 막상 실물을 보자 이상하게 마음이 멀어졌다. 왜 처음부터 내가 그 카메라를 쉽게 사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바로 알 것 같았다. 성능과는 별개로, 디자인이 내 쪽이 아니었다. 나에게 카메라는 손에 쥐기 전부터 이미 어떤 기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A7C2는 너무 효율적으로만 보였다. 잘 만든 기계라는 것은 알겠는데, 오래 보고 싶다는 마음까지는 잘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ZF를 말할 때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바디가 예쁜 건 이미 많이들 아는 이야기다. 문제는 사진도 예쁘다는 데 있다. 화소가 A7C2보다 좀 낮아서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괜한 생각이었다. 손에 들고 있을 때는 분명 묵직한데, 찍고 나서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조용해진다. 아까까지는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파일을 열어 보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색과 질감, 분위기 같은 것들이 천천히 사람을 설득한다. 그래서 이 카메라는 들고 있는 동안과 찍고 난 뒤의 인상이 서로 다르다.

게다가 필름 그레인까지 있다. 이쯤 되면 이야기가 조금 더 복잡해진다. 단지 오래된 카메라처럼 생긴 바디가 아니다. 찍고 나서 남는 사진의 표정까지, 은근히 그런 방향을 바라본다. 필름 그레인이 입혀지면, 사진은 조금 다른 얼굴을 갖게 된다. 정말 필름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 물론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그 미묘한 입자와 공기 같은 것이 사진 위에 내려앉으면, 디지털 파일 특유의 지나친 매끈함은 조금 물러난다. 그래서 나는 가끔 그 사진을 오래 바라보게 된다. 마치 오래전 어딘가에서 꺼내 본 필름 사진처럼.

물론 그레인 하나로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작은 입자는 사진의 공기를 바꾼다. 너무 매끈해서 금방 잊히는 파일이 아니라, 조금은 거칠고 조금은 덜 완벽해서 오히려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쪽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필름 감도는 아니, 필름 크기는 중간이며 크기는 3으로 두었다.

사람들은 종종 ZF를 두고 말한다. 결국 Z8이나 Z9로 가기 전 단계라고. 조금 더 노골적으로는 Z8 발사대 같은 표현도 쓴다.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확실한 방향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아마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카메라를 그런 식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잠깐 들렀다가 떠날 바디가 아니라, 그냥 곁에 두고 오래 간직하고 싶은 쪽에 더 가깝다.

성능만 놓고 보면 이거 말고도 더 상급이 있겠지만, 물건이라는 것은 늘 성능 순서대로만 남지는 않는다. 어떤 것은 더 좋아서 남고, 어떤 것은 그냥 더 마음에 남아서 남는다. ZF는 내게 후자에 가깝다.

어쩌면 그 점이 ZF의 가장 묘한 부분인지도 모른다. 손목은 분명히 무게를 기억하는데, 눈은 결과물을 기억한다. 몸은 불평하고, 마음은 다시 조금 넘어간다. 그러니 이 카메라에 대한 평가는 자꾸만 단순해지지 못한다. 무겁다고 말하면서도 싫다고는 말하기 어렵고, 예쁘다고 말하면서도 가볍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은 늘 결과가 좋으면 과정을 조금 덜 미워하게 되니까.

하지만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ZF는 예쁘다. 그리고 무겁다. 이 두 문장만으로도 충분하다. 둘 중 하나를 지우지 않아도 된다. 감성이 있다고 해서 무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무겁다고 해서 매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런 모순 같은 것이 이 카메라를 더 또렷하게 만든다. 눈으로 볼 때와 손으로 들 때가 다르다는 것. 어쩌면 그건 이 카메라의 성격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이렇게 정리하면 된다. 700g이 넘으면 무거운 편이라고 하자. 그것이 특별히 공격적인 기준도 아니고, 과장된 기준도 아니다. 그냥 솔직한 기준이다.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끔 좋아하는 물건 앞에서 지나치게 친절해진다. 그래서 분명한 것도 흐리게 말한다. 하지만 어떤 물건은 조금 단순하게 말해주는 편이 더 맞다. ZF는 그런 쪽이다.

예쁘긴 하다. 꽤 많이. 그런데 무겁다. 그런데 결과물이 좋아서 상관이 없다. 결국 그게 전부다. 그리고 아마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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