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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요일의 21입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이유는 없다기보다, 굳이 더 나은 이유를 찾지 않는다. 어차피 비싼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삶이 정리되진 않는다. 사람들은 컵 하나에 의미를 담는 걸 좋아하지만, 대부분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건 그냥, 손에 잡혀서 마시는 거다.

컵은 가볍고, 내용물도 비슷하다. 향은 거의 없고, 맛은 단순하다. 달거나 쓰다. 끝이다. 설명할 게 없다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괜히 복잡하게 포장하지 않아도 되니까. 애초에 기대를 안 하면 실망할 일도 없다.

창밖을 보면 늘 그렇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멈췄다 가는 신호, 어딘가로 향하는 듯한 표정들. 다들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비슷비슷하다. 방향만 다를 뿐이다. 결과도 크게 다르진 않을 거다.

예전엔 커피 맛을 구분하려고 했던 적도 있다. 산미가 어떻고, 바디감이 어떻고. 그때는 그게 좀 있어 보였다. 지금은 안다. 그런 건 결국, 말하기 위한 말이라는 걸. 중요한 건 맛이 아니라, 그걸 마시면서 버티는 시간이다.

한 모금 더 마신다. 여전히 같다. 놀랍게도, 끝까지 같다. 사람은 자꾸 뭔가 변하길 기대하는데, 대부분의 것들은 그냥 그대로다. 그게 오히려 정확하다. 변화라는 건 생각보다 드물다.

휴대폰을 본다. 알림 몇 개. 대부분은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다. 최근에 연락이 온 게 하나 있다. 10년 동안 아무 소식 없던 사람이었다. 내용은 짧다. 안부 인사. 잘 지내냐는, 그런 종류의 문장. 나는 잠깐 멈춘다. 읽긴 했지만, 거기까지다. 답장을 해야 할 이유를 찾으려다가, 굳이 찾지 않기로 한다. 이런 연락은 대개 목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어질 이야기들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돈을 빌려달라거나, 아니면 어딘가로 끌어들이려 하거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다시 내려놓는다. 굳이 반응할 필요 없다. 세상은 내가 신경 쓰든 말든 알아서 돌아간다.

남은 커피를 비운다. 처음과 다르지 않은 맛이다. 시작과 끝이 같은 건 드물다. 대개는 중간에 어긋나거나, 괜히 기대를 키웠다가 망친다. 이건 그런 것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이 정도다.

그래서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별거 아니라서. 굳이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돼서. 어차피 대부분의 날은 특별하지 않다. 그걸 인정하면, 오히려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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