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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목요일의 21입니다. 오늘은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카메라 구매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 고급 카메라가 정말 필요한가 하는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요만 놓고 보면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워낙 좋아졌습니다. 광각도 되고, 망원도 어느 정도 커버되고, 야간 촬영도 꽤 괜찮습니다. 일상 기록용으로만 본다면 스마트폰 하나로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실제로 카메라보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더 많습니다. 이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니콘 ZF를 구매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디자인입니다. 2023년 말쯤 니콘 ZF라는 카메라를 처음 알게 됐고, 그때부터 계속 눈에 밟혔습니다. 클래식한 외형, 다이얼 배치, 필름 카메라를 떠올리게 하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카메라라는 물건을 보기만 했는데도 이미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결국 저는 2024년 6월 1일에 니콘 ZF를 구매했습니다.

 

물론 니콘 ZF만 고민했던 것은 아닙니다. 후지필름 X-T5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후지필름 특유의 색감과 필름 시뮬레이션, 그리고 다이얼 조작감 때문에 한동안 꽤 흔들렸습니다. X100V나 X100VI도 갖고 싶었습니다. 특히 X100 시리즈는 디자인과 휴대성, 감성적인 이미지가 워낙 강한 모델이라 취미 사진용으로는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다만 지금은 그 욕심이 예전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파나소닉도 꽤 고민했습니다. G9M2, S5M2, S5M2X 같은 모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디자인만 놓고 보면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니콘 ZF처럼 보자마자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쪽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색감이 좋다는 이야기가 계속 보이더군요. 그래서 결과물을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봤는데, 이게 또 생각보다 상당히 좋았습니다. 아니, 그냥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꽤 강하게 흔들릴 정도였습니다. 디자인은 제 취향이 아닌데 결과물이 좋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카메라라는 게 참 피곤한 물건입니다. 예쁘면 사고 싶고, 결과물이 좋으면 또 사고 싶습니다.

특히 파나소닉 쪽은 사진보다 영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긴 했지만, 막상 샘플 사진이나 색감을 보면 그냥 넘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색이 깔끔하고, 묵직하고, 어딘가 정돈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니콘 ZF와는 다른 방향의 매력이었습니다. 니콘 ZF가 클래식한 외형과 손맛으로 마음을 흔든다면, 파나소닉은 결과물 쪽에서 은근히 사람을 붙잡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결국 마지막까지 손이 간 것은 니콘 ZF였습니다. 디자인의 힘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취미용 카메라를 고르면서 디자인을 무시하기는 어렵더군요.

그런데 웃긴 건, 니콘 ZF를 사고 나니 욕심이 사라진 게 아니라 방향만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후지필름이나 파나소닉 쪽으로 흔들리던 마음은 어느 정도 정리됐는데, 대신 다른 니콘 카메라를 더 들이고 싶어졌습니다. 이게 참 이상합니다. 원래는 카메라 하나 사면 당분간 마음이 조용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니콘 ZF를 쓰다 보니, 니콘이라는 브랜드 안에서 또 다른 바디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렉트로마트에서 보고 살 뻔했던 니콘 D5.

특히 예전 니콘 DSLR이나 클래식한 느낌의 바디들이 괜히 더 궁금해졌습니다. ZF를 쓰면서 디자인과 색감에 만족하다 보니, 오히려 니콘의 다른 세대 카메라는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F 같은 바디도 그렇고, D200이나 D700 같은 오래된 모델들도 괜히 한 번 써보고 싶어집니다. 성능만 놓고 보면 지금 기준으로는 불편한 점이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미라는 게 꼭 최신 성능만 보고 움직이는 건 아니더군요. 가끔은 불편함까지 포함해서 갖고 싶어지는 물건이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카메라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욕심이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니콘 ZF를 샀으니 이제 됐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제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를 사면 하나가 끝나는 게 아니라, 그 하나가 또 다른 문을 열어버립니다. 후지필름 X100VI를 갖고 싶던 마음은 조금 식었는데, 이제는 다른 니콘 바디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쯤 되면 카메라 취미가 아니라 카메라 욕심 관찰기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니콘 ZF를 사용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역시 색감과 디자인입니다. 니콘 특유의 색 표현이 마음에 들고, 사진을 찍었을 때 결과물이 주는 안정감도 좋습니다. 여기에 상단 다이얼을 돌리며 설정을 바꾸는 조작감도 꽤 만족스럽습니다. 단순히 사진만 찍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카메라입니다.

후지필름을 고민했던 이유는 색감과 디자인이었습니다. 지금은 니콘 ZF 디자인이 더 예뻐 보입니다. 후지필름 하면 필름 시뮬레이션 이야기를 빼놓기 어렵습니다. 클래식 크롬이니 클래식 네거티브니, 이름만 들어도 괜히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실제 결과물을 봐도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색이 과하게 튀는 느낌보다는, 어딘가 이미 완성된 분위기로 나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후지필름 카메라를 보면 단순히 카메라를 사는 게 아니라, 어떤 색의 취향을 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니콘에도 나름의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픽쳐컨트롤입니다.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처럼 이름만 들었을 때 감성적으로 확 끌어당기는 맛은 조금 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써보면 니콘 픽쳐컨트롤도 꽤 괜찮습니다. 색을 차분하게 잡을 수도 있고, 콘트라스트를 조절할 수도 있고, 취향에 맞게 조금씩 만지는 재미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후지필름 쪽 색감이 더 화려하게 보였는데, 니콘을 쓰다 보니 니콘 색감도 제법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니콘 ZF로 찍은 사진을 보면, 뭔가 안정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색이 너무 튀지 않고,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습니다. 후보정 없이 봐도 기본 색감이 꽤 탄탄합니다. 물론 후지필름처럼 필름 시뮬레이션 이름 하나로 분위기가 딱 잡히는 맛은 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니콘은 니콘대로 결과물이 단단합니다. 사진을 찍고 나서 이 정도면 그냥 써도 되겠는데 싶은 순간이 종종 있습니다. 저는 후지필름 색감에 흔들렸지만, 니콘 ZF를 쓰면서 니콘 색감에도 꽤 만족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니콘 ZF는 정말 잘 빠진 카메라입니다.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종류의 제품입니다.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손이 안 가는 카메라가 있는 반면, 니콘 ZF는 그냥 들고 나가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취미용 카메라에서 이 부분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가장 먼저 불편했던 부분은 SD카드 슬롯 위치입니다. 카드를 빼려면 배터리 쪽을 열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꽤 불편했습니다. 자주 메모리카드를 빼서 컴퓨터로 옮기는 분이라면 확실히 아쉬울 수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했습니다. 하지만 편한 구조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립감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니콘 ZF는 디자인을 우선한 바디라 그런지 그립이 깊지 않습니다. 손에 확실히 걸리는 느낌이 부족합니다. 파지법에 따라 한 손 촬영도 가능하긴 하지만, 그립이 깊은 다른 미러리스 바디와 비교하면 안정감은 떨어집니다. 오래 들고 다니거나 한 손으로 빠르게 찍는 스타일이라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별도 그립을 장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고민이 생깁니다. 니콘 ZF는 디자인이 큰 장점인 카메라인데, 그립을 달면 그 디자인이 조금 달라집니다. 편의성은 올라가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본래의 모습이 흐려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아직 마음에 딱 드는 그립을 찾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그래서 뭐 어떻나 싶기도 합니다. 조금 불편하면 어떻고, 그립이 얕으면 또 어떻습니까. 색감이 개쩌는데요. 사진을 찍고 결과물을 확인했을 때 마음에 드는 색감이 나오면, 조금 전까지 투덜거리던 그립감도 잠깐 조용해집니다. 손에 착 감기는 맛은 조금 부족할 수 있어도, 사진이 마음에 들면 이상하게 용서가 됩니다.

당시 가지고 왔던 카메라. 이때부터 니콘에 꽂혔습니다.

사실 제가 카메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학창 시절, 학교에 카메라를 가지고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찍은 사진을 처음 봤을 때 꽤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제 손에 핸드폰조차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가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이후 폴더폰을 쓰고, 스마트폰을 쓰게 됐지만 한동안은 핸드폰 사진에 대한 편견이 있었습니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은 별로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꽤 오만한 착각이었습니다. 요즘 스마트폰은 일상 촬영에서는 정말 훌륭합니다. 꺼내기 쉽고, 찍기 쉽고, 바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결과물도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니콘 ZF가 꼭 필요한 카메라였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애매합니다. 취미러 입장에서 필수품은 아닙니다. 사진을 기록하는 목적만 놓고 보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합니다. 실제 사용 빈도만 봐도 핸드폰이 더 많습니다. 이건 고급 카메라를 산 입장에서 조금 씁쓸하지만 현실입니다.

하지만 니콘 ZF는 필요보다 욕망에 가까운 카메라였습니다. 갖고 싶었습니다. 손에 들고 싶었고, 다이얼을 돌려보고 싶었고, 그 디자인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구매해 보니 그 감정은 어느 정도 맞았습니다. 자주 쓰든 적게 쓰든, 들고 나갔을 때의 만족감은 분명히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니콘 ZF는 모든 취미 사진가에게 필요한 카메라는 아닙니다. 실용성만 따지면 더 편한 바디도 많고, 스마트폰으로 충분한 상황도 많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색감, 조작감, 소유 만족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카메라입니다.

저에게 니콘 ZF는 없으면 안 되는 장비라기보다는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장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취미에서는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필요해서 산 게 아니라 갖고 싶어서 산 카메라. 그게 제가 니콘 ZF를 바라보는 가장 솔직한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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