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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월요일의 21입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박물관 안에서 니콘 ZF로 담아온 사진들을 정리했는데, 모르고 안 올린 것도 있었다. 다 올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몰랐어. 뒤늦게 다시 보니까 왜 그때는 눈에 안 들어왔을까 싶어. 그래서 이번에는 빠진 것까지 챙겨서 올려야겠다. 사진만 올리자니 조금 밋밋해서, 일반적인 설명과 시크하면서 시니컬한 설명을 함께 덧붙여 보았다. 설명은 챗GPT에 요청해 얻은 결과다. 챗GPT 본전은 뽑아야 하니, 이렇게라도 써먹어야지. 매달 22달러나 내고 있으니까.

 

일반적인 설명
사진 속 전시대 위에는 여러 가지 소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왼쪽부터 지갑 모양의 작은 물건, 사과 형태의 오브제, 원통형의 흰색 물체, 그리고 어두운색의 덩어리 같은 전시품이 이어진다. 각각은 생활용품 같기도 하고 예술적 오브제 같기도 한데, 빛을 받으며 차례대로 나열된 모습이 실험실의 샘플이나 박물관의 유물처럼 보인다. 배경이 어둡게 처리된 덕분에 물체들만 부각되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된 전시 장면이다.

시크하면서 시니컬한 설명
정체불명의 물건들이 줄줄이 놓여 있다. 지갑인지, 사탕인지, 아니면 그냥 버려진 생활 쓰레기인지 구분조차 애매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조명을 받고 전시장 한가운데에 놓여 있으니, 어느 순간부터는 예술 작품이 된다. '맥락'이 이렇게 무섭다. 집에 굴러다녔으면 그냥 잡동사니였을 텐데, 박물관 조명 하나만 얹히니 관람객은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알맹이보다 껍데기와 연출이 더 큰 힘을 가진다는 걸 보여주는, 약간은 뻔뻔한 장면 같기도 하다.

그렇다네. 뭐 본전은 뽑을 수 있을 거 같기는 해. 사진 한 장에도 설명을 덧붙여주고, 글의 빈자리를 채워주니 22달러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해야겠지. 돈이야 블로그로 메우면 그만이고. 이번 포스팅은 사진도 올리면서 챗GPT 본전 뽑는 겸 그 분석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시험해 보는 글이기도 하다. 솔직히 내 마음은 저기 시크하면서 시니컬한 설명인데, 살짝 그러했다. 버섯인지 과일 껍질로 만든 걸로 알고 있다. 원래 내 문체는 살짝 시크하면서 시니컬한 쪽이라 볼 수 있는데, 여하튼 이 녀석이 내 글을 학습하다 보니, 비슷한 문체로 글을 써주더라고.

 

일반적인 설명
사진에는 창가 옆에 세 마리의 오리 모양 패널이 크기별로 놓여 있다. 가장 작은 오리부터 중간, 그리고 큰 오리까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가족처럼 보인다. 단순한 선과 흰색 바탕에 노란색 부리와 발만 강조된 디자인은 귀엽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옆에 놓인 화분과 자연광이 들어오는 창 덕분에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시크하면서 시니컬한 설명
하얀색 판때기 오리 셋이 나란히 서 있다. 단순히 크기만 다를 뿐, 복사해 붙인 듯 똑같은 얼굴에 무표정한 눈 두 개가 전부다. 귀여운 척은 하지만 사실 이 정도면 공장에서 찍어낸 표정 없는 상품에 불과하다. 햇살은 예쁘게 들어오는데, 오리들은 그 빛조차 무심히 받으며 그냥 종이인 척 버티고 있다. 따뜻한 분위기라기보다는 그저 전시장의 소품으로 존재하는 기묘한 공허함이 느껴진다.

이 자식, 나보다 글을 더 잘 쓴다. 당시에 그냥 귀여워서 찍었던 거 같다.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찍을 거 없고 블로그에 올리려고 찍었을 거다. 여하튼 분석 능력은 꽤 괜찮은 수준이지 않나 싶다. 챗GPT에 사진 평가를 요청할 때도 있다. 그러면 구도나 색감 같은 기본기를 짚어줄 때도 있고,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시선으로 꼬집어 주기도 한다. 칭찬과 지적이 뒤섞여서 듣다 보면 괜히 심술도 나지만, 사진을 찍을 때 참고하게 된다. 칭찬보다는 지적이 더 많지만.

 

챗GPT에 사진 평가를 요청해 보았다.

1. 구도
네 개의 어린이 그림이 사각형 배치로 정리되어 있어 전시 느낌은 잘 전달됩니다. 다만 촬영 각도가 정면에서 약간 틀어져 있어서 액자의 비율이 조금 왜곡되어 보입니다. 정면에서 평행을 맞추고 찍었다면 액자 자체가 더 단정하고 전시 분위기가 강해졌을 거예요.

2. 빛과 노출
각 그림 위에 설치된 조명이 강조 효과를 주지만, 사진 전체로 보면 상단과 하단의 밝기 차이가 큽니다. 특히 흰색 액자 아래쪽 그림은 조명이 너무 강해 하이라이트가 날아갔지만, 빨간 액자 그림은 상대적으로 어둡게 나왔습니다. 카메라에서 노출을 조금 낮춘 뒤 후보정에서 밝기와 그림자 영역을 균일하게 맞추면 더 안정감 있게 보일 수 있어요.

3. 색감
프레임 색상이 노랑, 초록, 흰색, 빨강으로 다채롭고, 아이들 그림 특유의 원색이 눈길을 끕니다. 다만 조명색과 카메라 화이트밸런스 영향으로 벽이 약간 회색노란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화이트밸런스를 전구/형광등에 맞추거나 후보정에서 색온도를 교정하면 벽이 더 깨끗한 흰색으로 정리될 수 있어요. 그러면 그림 색감이 훨씬 더 선명하게 살아날 겁니다.

4. 디테일
작품과 함께 설명도 강조하려는 목적이라면 가까이에서 따로 디테일 컷을 찍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5. 분위기와 메시지
아이들의 그림 전시라는 따뜻한 분위기는 잘 살아있습니다. 다만 전체 사진이 전시에 가까워서 감성적인 전달은 조금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한 작품을 중심으로 찍거나, 아이들의 그림을 보는 관람객의 모습을 곁들였다면 기록이 아니라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 되었을 거예요.

장점: 액자 배치와 색상의 조화, 전시의 느낌을 잘 전달.
아쉬운 점: 정면 각도 부족, 노출 불균형, 화이트밸런스의 약간의 어긋남.
제안: 정면 구도 + 균일한 노출 세팅 + 화이트밸런스 교정 → 작품 색감과 전시 분위기가 더 선명하고 깔끔하게 전달될 것.

뭐, 대충 맞는 거 같기도 하다. RAW로도 찍어놔서 보정하면 살릴 수 있을 거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꽤 괜찮아 보인다. 노출을 밝게 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오히려 이렇게 찍는 게 더 부각되는 거 같아서 그렇게 찍지 않았을까 싶다. 뭐 취향 차이지 않나 싶다. 솔직히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는지는 모르겠다. 지나가다 보여서 그냥 찍었던 거 같다.

일반적인 설명
사진에는 하얀 선반 위에 작은 화분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다육식물과 선인장을 비롯한 여러 초록 식물이 작은 화분 속에서 자라고 있고, 각 화분 앞에는 이름표나 가격표가 붙어 있다. 선반은 두 줄로 나뉘어 있으며, 위 칸과 아래 칸 모두 크기와 모양이 다른 화분들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다. 흰색 배경 덕분에 초록빛 식물들이 한층 더 돋보이며, 작은 전시나 판매 공간 같은 인상을 준다.

시크하면서 시니컬한 설명
하얀 선반 위에 작은 화분들이 줄줄이 세워져 있다. 귀엽게 보이려고 애썼지만 사실상 식물판 미니 마트 같은 분위기다. 다육식물도 선인장도 다 거기서 거기인데 이름표 붙여놓으니 그럴듯해 보인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조경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줄 세워놓으니, 관람객은 잠시 멈춰 고개를 끄덕인다. 결국 생명이라기보다는 가격표 달린 상품으로 보이는 순간, 이 전시는 약간 씁쓸해진다.

니콘 ZF로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다 보면 늘 여러 가지 고민이 따라붙는다. 구도를 이렇게 잡을까, 저렇게 바꿔볼까 하는 건 기본이고, 색감은 뭐로 찍을까도 큰 고민거리다. 하지만 가장 오래 붙잡는 생각은 언제나 사진을 글로 어떻게 풀어낼까 하는 부분이다. 그냥 사진만 나열하면 화면이야 깔끔하겠지만, 검색 유입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억지로 글을 덧붙이다 보면 있어 보이는 말 몇 줄로 채우게 되는데, 솔직히 읽다 보면 개소리 같을 때도 있다. 솔직히 그렇게 애써 글을 붙여도 조회 수가 잘 안 나올 때가 많다.

여하튼 이 장소는 박물관에 있던 카페로 기억난다.

박물관을 둘러보다 잠시 숨을 고르며 들어갔던 카페이었는데, 조용한 분위기 속에 놓여 있던 소품과 식물들이 괜히 눈에 들어와 몇 장 담아두었다. 특별히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인상 깊을 만한 장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카메라를 꺼내게 했던 순간이었다. 실은 도라에몽과 푸린이 보여서 찍었다. 음식은 구워 먹는 마시멜로 아이스크림인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나만 그런가 싶어 찾아봤는데, 비슷하네. 커피는 무슨 커피였는지는 까먹었다. 아마 바닐라라테가 아닐까 싶은데, 달지 않고 좀 썼던 걸로 기억난다. 당시 저 카메라도 챙겨갔다.

필름 카메라 같지만 디지털카메라.

누가 봐도 필름 카메라 느낌이다. 셔터스피드 다이얼, ISO 다이얼, 포커스 링까지 손맛 충실. 하지만 그 안에는 2,450만 화소, BSI CMOS 센서와 최신 AF 알고리즘이 탑재되어 있다. 눈, 얼굴, 동물, 차량 트래킹까지 다 된다. 심지어 바디 손 떨림 보정은 8스톱.

니콘 ZF 샀던 것은 솔직히 예쁘니까 산 거지, 뭐 대단한 기술 때문은 아니었다. 요즘 카메라들 대부분 성능이 좋아서 웬만하면 다 잘 찍힌다. 그런데 왜 굳이 이걸 사냐고? 간단했지. 예쁘니까. 사람들이 카페에서 꺼내 들었을 때 한 번쯤 저거 뭐야? 하는 눈빛을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 필름 카메라인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 그러다가 자기도 예전에 사진 찍었다면서 꼭 50mm 렌즈 사보라는 말도 덧붙였지. 사진은 찍은 사람 손끝에 달린 거지만, 시작부터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장비가 있다면 그건 이미 반은 성공한 거 아닐까 싶다.

니콘 ZF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정은 단순히 설렘이라 말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오래된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장면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기분에 가까웠다. 금속의 차갑고 단단한 질감, 손끝에서 전해지는 아날로그식 다이얼의 감각은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불러오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냥 들고 다니다가 카페, 골목, 버스 창가 어디서든 마음 가는 대로 셔터를 눌러도 결과물이 만족스럽다.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고, 가지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카메라다. 물론 예쁘다고 사진이 저절로 잘 찍히진 않지만. 구도가 삐뚤면 그대로 삐뚤게 나오고, 노출이 틀리면 역시 그대로 망하지. 하지만 중요한 건 기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비를 들고 있으면 괜히 더 신경 쓰게 되고, 집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진도 더 잘 나온다고 본다. 겉멋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겉멋이 뭐가 나쁘냐. 겉멋도 동력이다. 예쁘다는 감정 하나로 더 많이 찍고, 더 자주 들고 나가고, 결과적으로 사진이 쌓이는 거다. 결국 결과물을 늘려주는 건 이런 동기부여다.

다이얼 돌리는 촉감은 그냥 설정값 바꾸는 게 아니다. 악기 다루는 느낌까지 나더라. 톡톡, 딸깍 이 소리 하나에 기분이 바뀐다니까. 누군가는 "그게 뭐 대단해?" 할 수도 있겠지. 근데 대단하든 아니든 중요한 건 나한텐 즐겁다는 거다. 애초에 성능 따지면 핫셀블라드나 페이즈원 써야 하는데, 걔네는 너무 비싸잖아. ZF를 들고 다니면 내가 달라진다. 골목도 괜히 멋있어 보이고, 똑같은 하늘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저거 어떻게 내리냐?

나뭇가지에 연이 걸려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서 찍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다시 보니 꽤 괜찮아 보인다. 그저 나무만 찍혔다면 좀 그랬을 거 같은데, 연이 몇 개 걸려 있으니까 좀 있어 보이는 사진을 건졌다. 하늘의 여백과 나뭇가지의 선 사이에 색색의 꼬리가 매달려 있으니, 마치 순간을 붙잡은 거 같다. 나는 늘 구석에 숨어 사는 인간이었다.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아싸, outsider. 사람들 모임에 끼는 법도 없고, 딱히 끼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런 내가 어느 날, 거금(?)을 들여 니콘 ZF를 샀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예뻐서, 그리고 나 같은 아싸에게도 뭔가 나만의 무기가 필요하다고 느껴서였다.

사실 카메라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다. 픽쳐컨트롤이니 RAW니 그런 용어는 그냥 흘려듣는다. 하지만 ZF는 나 같은 아싸에게도 친절하다. 그냥 찍으면 된다. JPEG든 RAW든, 뭔 상관인가. 내가 만족하면 되는 거니까.

카메라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떤 걸 사야 하지라는 고민을 끝없이 반복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지 X100V가 한창 인기를 끌 때, 그 디자인과 필름 시뮬레이션의 감성에 마음을 빼앗겼다. SNS에서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저건 꼭 사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하지만 물량은 없고, 가격은 오르고, 결국 손에 넣지 못한 채 구경만 하다 포기하게 됐다. 그러다 후지 X100VI가 나온다기에 기다렸지. 못 샀지. 니콘 ZF는 후지 X100VI가 나오기 전부터 알았다. X100V가 갖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X-T5도 알게 됐는데, 비슷한 시기에 니콘 ZF를 알게 됐다.

 

매장에 갔더니 후지나 파나소닉은 없었다. 그 자리에 남아 있던 건 니콘과 소니, 캐논뿐이었다. 솔직히 후지나 파나소닉을 직접 만져보고 싶었는데, 없는 걸 어쩌겠나. 대신 눈앞에 놓인 니콘 ZF를 손에 들어 보니 생각보다 묵직하면서도 균형감이 있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던 그 클래식한 다이얼과 질감이 실제로는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파나소닉도 궁금했지만, 매장 진열대에는 흔적조차 없었고, 그 순간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좁아졌다. 결국 발걸음은 니콘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파나소닉 G9M2나 S5M2도 고민하던 터라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막상 실물을 마주하니 니콘 쪽으로 기울어지는 건 당연한 흐름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디자인만 놓고 보자면 니콘 ZF가 단연 가장 마음을 끌었고, 결국 그 예쁨 하나가 결정을 굳히게 했다.

일단 색감이 내 취향이다. 기본 색감, 즉 그것을 뷰파인더로 처음 보았을 때 희열은 정말 강렬했다. 애초에 미러리스가 처음이기도 했고. 원래는 DSLR을 갖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채 시간이 많이 흘렀다. 단순히 카메라를 산 게 아니라 오랫동안 미뤄 두었던 욕망 하나를 이제야 채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하판과 배터리 커버였다. 겉모습은 클래식한 감성을 잘 살렸는데, 막상 배터리 커버가 덜렁거려서 아쉽게 느껴졌다. 그 부분만 빼면 전체적으로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 크게 흠잡을 데는 없다. 다만 필름 감성을 표방하는 카메라인데도 정작 필름 그레인 효과가 기본 탑재되어 있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물론 후보정으로 흉내 낼 수는 있지만, 바디 자체에서 구현되었다면 훨씬 더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다행히도 니콘이 2025년 이내에 필름 그레인 기능을 펌웨어 업데이트로 제공하겠다고 확정했다.

 

니콘의 펌웨어 업데이트에 작은 바람을 건다. 필름 그레인이나 후지처럼 필름 시뮬레이션처럼 더 세부적인 기능이 들어간다면? 아니면 파나소닉의 LUT 같은 거. 그러면 굳이 후지필름을 살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니콘 ZF가 가진 기본 색감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면서 쓰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색감이 질린다 싶으면 픽쳐컨트롤로 색을 더하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니까.

 

물론 니콘 ZF가 없어도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사진은 찍을 수 있었겠지만, 셔터를 누를 때의 떨림과 금속의 차가움은 감각은 스마트폰이 대신할 수 없는 경험이다. 조리개를 맞추고 다이얼을 돌리고, 뷰파인더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 순간까지가 사진을 완성하는 길의 일부다. 그래서 카메라를 드는 게 아닐까 싶다. 결과물만 놓고 보면 비슷할지 몰라도, 그 과정을 온전히 함께한 기억은 오직 카메라만이 줄 수 있으니까.

 

원래라면 그저 지나쳤을 또는 찍지 않았을 거다. 니콘 ZF를 들고 있으면 눈앞에 있는 풍경이 사진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생긴다. 꽃잎이 흩날리는 길 위, 가득 쌓인 골판지를 실은 리어카마저도 하나의 장면이 된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조차 기록할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어쩌면 사진은 결국 나를 위한 행위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 순간을 남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새를 찍었다. 까치 한 마리가 잔디밭을 어슬렁거리며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 평범한 모습조차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묘하게 특별해졌다.

카메라를 선택하는 과정은 길고도 복잡하다. 수많은 스펙을 비교하고, 리뷰를 뒤적이고, 다른 사람의 사용기를 참고하면서도 끝내는 갈피를 잡기 어렵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이성과 논리를 뛰어넘어 감정이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니콘 ZF를 구매한 순간이 바로 그랬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 디자인을 매장에서 직접 손에 쥐었을 때, 더 따질 것도 없이 마음이 기울어버렸다. 어떻게 보면 충동구매였지만, 그 순간의 선택만큼은 후회되지 않는다.

 

충동구매로 ZF를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후회는 없다. 디자인, 조작성, 색감 등 여러 면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고, 풀프레임 센서를 통한 이미지 품질도 훌륭하다. 다만, 내가 원하는 촬영 스타일과 완벽히 일치하는 카메라는 아니었다.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 기능을 너무 써보고 싶었고, CCD 카메라 특유의 느낌도 써보고 싶은 나에게는 여전히 다른 대안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ZF에 대한 애정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카메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탐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또 다른 기종을 손에 넣을지 몰라도, ZF로 찍은 사진들이 쌓여 갈수록 이 선택이 가진 의미는 더 단단해질 것이다.

 

쓰레기를 찍었다. 버스정류장 한쪽에 놓인 음료 컵과 종잇조각들, 담배 갑지까지 뒤섞여 있었다. 누구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흔적일지 몰라도, 카메라로 담아내니 묘하게 시선이 머문다. 화려한 피사체도, 특별할 것도 없지만, 일상의 풍경은 이런 자잘한 흔적들로 채워진다. 어쩌면 사진이란 건 잘 꾸며진 장면보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 순간을 붙잡을 때 더 진짜 같은 기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다 보니 사람도 찍혔는데, 아무래도 카메라가 좀 큰 카메라다 보니 괜히 째려보는 듯한 사진이 되어 버렸다. 그 사진은 당연히 올릴 수 없다. 괜히 오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사진은 결국 피사체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건데, 그 이야기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닌 누군가가 나를 찍어 올렸다고 생각해 보자. 그게 멋지게 나온 사진이든 우연히 잡힌 뒷모습이든, 기분 좋을 리가 없다. 의도와 상관없이 내 얼굴과 내 순간이 남의 글 속에 박제되는 건 불편하다. 그래서 나 역시 사진을 찍을 때 조심하려고 한다. 기록은 하고 싶지만, 그 기록이 누군가에겐 불쾌한 낙인이 될 수도 있으니까.

 

조금 멀리서 찍을 거 그랬나 보다. 두 개의 마네킹이 전시되어 있는데, 나중에 보니 아래에 에스컬레이터 표시가 함께 찍혀 있었다. 의도치 않게 프레임에 들어온 그 작은 표식이, 깔끔하게 연출된 매장 전경과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거 같다. 한 발짝 더 물러나서 또는 좀 다가가서 담는 게 더 나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 이렇게 크롭하면 괜찮을 거 같다.

잔디 위에 노란 꽃으로 만든 스마일. 귀여운 척하지만 사실 금방 밟혀 사라질 운명이다.
그럼에도 사진 속에서는 영원히 웃고 있을 테지.

니콘 ZF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 도구가 아니라, 내가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 계기다. 그래서 결과물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이, 이 카메라를 들고 나가 찍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나에게는 의미가 된다. 언젠가 다른 카메라를 손에 들게 되더라도, 니콘 ZF가 남겨 준 이 경험과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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