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안녕하세요. 목요일의 21입니다. 방문자가 늘었다. 구독자는 줄었다. 한쪽 문으로 사람이 들어오고 다른 쪽 문으로 사람이 나간다. 블로그가 아니라 지하철인 줄 알았다. 차이가 있다면 지하철은 사람이 많이 타면 돈을 버는데, 내 블로그는 사람이 많이 들어와도 17원이 생긴다는 점이다.

나는 통계 화면을 바라보았다.

방문자 수는 어제보다 많았다.
구독자 수는 어제보다 적었다.
광고 수익은 어제와 비슷했다.

가장 열심히 제자리를 지킨 것은 수익이었다.

방문자는 그럭저럭 늘었다. 그럭저럭이라는 말은 안전장치다. 많이 늘었다고 쓰면 다음 날 떨어지고, 폭락했다고 쓰면 갑자기 오른다. 통계에는 인격이 있다. 그것도 상당히 뒤틀린 인격이다. 내가 기뻐하면 내려가고, 체념하면 올라간다. 전생에 나와 금전 관계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구독자는 한동안 제자리였다. 나는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한 명이 줄어 있었다. 다음 날 또 한 명이 줄었다. 제자리가 아니었다. 아주 천천히 후진하고 있었다. 경고음도 없었다. 구독자가 뒤로 이동 중이라는 안내라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티스토리는 무정하게 숫자만 보여주었다.

나는 생각했다.

내 글이 재미없었나.
너무 자주 올렸나.
너무 안 올렸나.
사진이 많았나.
광고가 많았나.
내가 많았나.

마지막 항목에서 잠시 반성했다. 블로그에 내가 너무 많다는 것은 꽤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내 블로그에서 나를 빼면 광고밖에 남지 않는다. 그것은 블로그가 아니라 상가다. 구독자가 떠난 이유는 알 수 없다. 떠나는 사람은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구독을 취소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같은 것도 오지 않는다. 그냥 숫자 하나가 사라진다. 사람은 떠났는데 숫자만 퇴직 처리가 된다.

나는 급히 대책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는 나였다. 사회자도 나였고, 발표자도 나였으며, 커피를 타는 사람도 나였다.

첫 번째 안건은 양질의 콘텐츠를 작성하자였다. 너무 어려워서 부결되었다.
두 번째 안건은 꾸준히 글을 쓰자였다. 귀찮아서 보류되었다.
세 번째 안건은 그냥 신경 쓰지 말자였다.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참석자가 한 명이라 의결 과정은 신속했다.

사실 구독했다고 글을 읽는 것도 아니다. 구독자 수는 많은데 새 글 조회 수는 조용할 때가 있다. 숫자상으로는 수백 명이 내 글을 기다리고 있는데, 막상 글을 올리면 방문자는 열두 명이다. 실은 두 명도 안 될 거 같다. 나머지는 아마 잠든 모양이다. 몇 년째 깨지 않는다.

반대로 구독하지 않은 사람은 검색을 통해 잘도 들어온다. 니콘을 검색하다 들어오고, 폰트를 검색하다 들어오고, 블로그 수익을 검색하다 들어온다. 그리고 필요한 것만 챙겨서 나간다. 아주 합리적이다. 편의점에 들어왔다고 점주를 구독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이제는 구독자가 줄어도 크게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늘어나면 기뻐할 것이다. 인간의 원칙이란 대개 숫자가 오르기 전까지만 엄격하다. 구독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는 매일 구독자 수를 확인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통장 잔액은 가장 자주 확인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초연함은 조회 버튼을 누른 뒤에 시작된다.

숫자는 대개 커질수록 아름답다. 방문자 수, 구독자 수, 광고 수익, 통장 잔액이 그렇다. 반대로 작아질수록 아름다운 숫자는 카드값과 체중이다. 그런데 이 둘은 내 구독자보다 충성심이 강하다. 구독자는 말없이 떠나지만, 카드값은 매달 나를 찾아온다. 알림까지 보낸다. 참으로 예의 바른 불행이다.

방문자는 늘고 구독자는 줄고 있다. 누군가는 들어오자마자 구독을 취소하고 나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상당히 부지런한 사람이다. 나도 내 블로그에 그렇게까지 적극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괜찮다. 방문자가 늘었다는 것은 아직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는 뜻이다. 끝까지 읽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 광고 위치까지만 읽고 나갔을 수도 있다. 그래도 방문은 방문이다. 식당에 들어와 메뉴판만 보고 나간 사람도 문은 열었으니까.

구독자는 줄었다. 방문자는 늘었다. 수익은 움직이지 않았다.

따라서 블로그는 망하지도 않았고 흥하지도 않았다. 다만 운영자인 나만 분주하다. 글을 쓰고, 통계를 보고, 새로고침하고, 다시 통계를 본다. 숫자가 그대로이면 새로고침이 제대로 안 된 것 같아서 한 번 더 누른다. 그래도 그대로다. 아주 정상적으로 가난한 것이다.

구독자 한 명은 떠났고, 나는 그 덕분에 글 한 편을 얻었다.

그분이 이 글을 읽으러 다시 들어온다면 방문자 수도 한 명 늘어난다.

완벽한 재활용이다.

728x90
반응형
댓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6/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