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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요일의 21입니다. 블로그의 첫 글을 다시 읽어봤다. 제목은 ‘티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2017년 12월 17일에 쓴 글이다. 그때의 나는 이 블로그에 뭘 쓸지 모르겠다면서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뭘 할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말. 지금 생각하면 제법 블로거다운 출발이었다.

첫 글부터 폰트 이야기를 했다. 큰 폰트는 싫고, 마음에 드는 폰트를 찾느라 시간이 걸렸고, 본문 폭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9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폰트를 바꾸고, 본문 폭을 만지고, 그걸로 글까지 쓴다. 블로그의 주제는 정하지 못했는데, 취향만큼은 이미 완성돼 있었던 셈이다. 그래도 당시보다는 폰트가 커졌다.

당시에는 네이버 블로그와 이글루스, 워드프레스를 돌아다녔다고 썼다. 그리고 결국 티스토리에 남았다. 정착했다고 하기에는 중간중간 너무 자주 딴생각을 했고, 떠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워드프레스와 네이버를 계속 기웃거렸다. 그래도 지금 이 글을 티스토리에 쓰고 있으니, 결과적으로는 남은 사람이 됐다. 의리라기보다 이사하기 귀찮았다. 네이버 블로그도 하고는 있다.

첫 글에는 이 블로그를 만든 지 3일 만에 글을 썼다며 머쓱해하는 대목도 있다. 지금 보면 3일은 상당히 부지런하다. 요즘은 글 하나 쓰겠다고 편집창을 열어두고 3일을 보내기도 한다. 시간은 흘렀고 블로그 경력은 길어졌으며, 글을 미루는 기술도 함께 늘었다.

그때는 이 블로그에 들르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주 착한 말이다. 지금의 나는 일단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이 광고 하나라도 보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속물적으로 변한 게 아니라 블로그가 현실적으로 변한 것이다.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서버는 감동으로 돌아가지 않고, 블로거도 조회 수만 먹고살 수는 없다.

그래도 꽤 많은 글을 썼다. 방문자가 없다고 투덜거린 글도 썼고, 방문자가 늘었다고 신난 글도 썼다. 수익이 적다고 했고, 조금 늘면 또 목표를 높였다. 카메라를 사고 싶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했으며 실제로 사기도 했다. 세 개나 샀지. 돌이켜보면 블로그에 인생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것과 벌고 싶은 돈과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를 계속 적어놓은 것 같다.

첫 글의 마지막 문장은 ‘시작은 미약하지만 창대하리라!’였다. 그래서 창대해졌느냐고 묻는다면 잠시 생각해 봐야 한다. 대형 블로그가 된 것도 아니고, 블로그 하나로 건물을 산 것도 아니다. 다만 2017년에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공간이 2026년에도 남아 있고, 여전히 누군가 들어와 글을 읽는다. 미약한 시작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 버틴 것도 나름의 창대함일 수 있다. 아주 소규모 창대함이지만.

앞으로 이 블로그를 얼마나 더 할지는 모르겠다. 첫 글을 쓸 때도 뭘 쓸지 몰랐는데 지금까지 썼으니, 앞으로도 모르면서 계속 쓸 가능성이 높다. 블로그라는 건 거창한 계획보다 습관과 미련으로 유지되는 곳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티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직도 하고 있다. 첫 글에 쓴 약속을, 생각보다 오래 지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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