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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월요일의 21입니다. 전 세계 시네마 카메라 시장은 영상 제작 장비의 발전과 함께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자료를 보면 2025년 기준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 시장은 ARRI, 소니, 블랙매직 디자인, RED, 캐논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ARRI 19.2%, 소니 17.8%, 블랙매직 디자인 12.8%, RED 11.3%, 캐논 6.1% 정도로 집계된 자료도 있습니다. 상위 5개 브랜드가 전체 매출의 약 67.2%를 차지한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다만 시장조사 업체마다 집계 기준이 다르므로, 이 수치는 절대적인 업계 공식 점유율이라기보다 시장 흐름을 보는 참고 자료로 보면 되겠습니다. 나머지는 Kinefinity, 파나소닉, DJI 등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먼저 드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시네마 카메라 시장은 일반 카메라 시장보다 훨씬 보수적입니다. 사진용 카메라는 신제품이 나오면 개인 사용자가 비교적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시네마 장비는 현장, 렌탈, 후반 작업, 색보정, 렌즈, 액세서리, 스태프 숙련도까지 한꺼번에 묶여 있습니다. 단순히 성능이 좋다고 바로 판이 뒤집히는 시장은 아닙니다. 그래서 ARRI가 오랫동안 강한 것이고, 소니와 캐논도 단순히 바디만 잘 만들어서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닙니다. 결국 신뢰와 워크플로가 시장 점유율을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니콘(Nikon)은 전통적인 시네마 카메라 시장에서 점유율이 거의 없었으나, RED(레드)를 인수하며 단숨에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예전의 니콘은 시네마 카메라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습니다. Z8, Z9 같은 하이브리드 바디는 영상 성능도 훌륭했지만, 업계에서 말하는 정통 시네마 카메라 브랜드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니콘은 어디까지나 사진 쪽 뿌리가 강한 회사였고, 영상에서는 소니 FX 라인업이나 캐논 EOS C 시리즈가 훨씬 익숙한 이름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니콘 장비로 촬영한 영화나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해 니콘의 시네마 카메라가 아니라 DSLR의 영상 기능을 활용한 사례에 가까웠습니다. SBS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은 니콘 D4로 전 분량이 촬영됐고, 영화 풍산개는 니콘 D7000으로 일부 장면이 촬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니콘은 시네마 카메라 브랜드라기보다는 사진용 DSLR에 영상 기능을 얹은 회사에 가까웠습니다.

게다가 니콘 색감이 영상 시장에서 늘 무난하게 받아들여졌다고 보기에도 어려웠습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노란기나 녹색기가 돈다는 평가가 반복됐고, 실제 결과물 역시 모든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드라마의 제왕의 경우, 당시 카메라 커뮤니티에서는 화면 색감을 두고 꽤 노골적인 반응도 나왔습니다. 배우들의 피부톤과 화장이 누렇게 보이는데, 여기에 니콘 특유의 색감까지 더해지니 그런 거 같다는 평가가 있었고, 심지어 PD가 니콘 안티냐는 식의 비꼬는 반응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차라리 캐논으로 촬영했으면 더 무난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결과물은 화이트밸런스, 조명, LUT, 후반 색보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집니다. 다만 시청자는 그런 과정을 알지 못합니다. 화면이 평소 보던 드라마 색과 다르게 느껴지면 그냥 색감이 이상하다고 받아들일 뿐입니다.

니콘 D4의 영상 샘플도 따로 찾아보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고 나니, 드라마의 제왕의 화면 색감 문제를 전부 니콘 D4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카메라 자체의 한계도 있었겠지만, 촬영과 조명, 화이트밸런스, 후반 색보정까지 포함한 전체 운용의 문제도 꽤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니콘의 영상 기능은 RED 인수 이전에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Z8과 Z9 같은 바디를 보면 이미 하이브리드 카메라로서의 영상 성능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시네마 카메라였습니다. 니콘에도 영상 기능이 좋은 카메라는 있었지만, 전문 영상 제작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독자적인 시네마 카메라 라인업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그래서 니콘의 RED 인수는 단순히 시네마 카메라 브랜드를 산 사건이 아니라, 니콘이 영상 시장에서 약하게 보였던 색감, 워크플로, 현장 신뢰의 이미지를 바꿀 기회로 볼 수 있습니다.

 

니콘은 2024년 RED.com, LLC의 지분 100%를 인수했고, RED는 니콘의 자회사가 되었습니다. RED는 디지털 시네마 카메라와 RAW 기록, 컬러 사이언스 쪽에서 상징성이 큰 브랜드였으니, 니콘 입장에서는 우회로 없이 시네마 시장의 중심부로 들어간 셈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인수가 단순히 브랜드 하나를 샀다는 수준으로 끝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니콘은 원래 광학 기술, 바디 내구성, 사진용 렌즈 생태계, 그리고 오랜 시간 사진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를 가진 회사입니다. 여기에 RED의 영상 기술과 시네마 브랜드 이미지가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존 니콘 사용자에게는 이제 니콘으로 영상까지 제대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줄 수 있고, RED 사용자에게는 니콘의 렌즈 생태계가 더해지면서 장비 운용 면에서도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바로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니콘이 더 이상 영상 시장의 외곽에만 서 있는 회사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흐름을 보여주는 제품이 니콘 ZR입니다. 니콘은 2025년 9월, Z CINEMA 라인의 풀프레임 센서 카메라인 ZR을 발표했고, 이 제품을 RED와의 시너지에서 나온 카메라로 설명했습니다. 니콘 공식 자료에서도 ZR은 R3D NE RAW 포맷과 RED 컬러 사이언스를 핵심 요소로 내세웁니다. 니콘 제품 페이지 역시 ZR을 컴팩트한 6K 시네마 카메라로 소개하면서 R3D NE RAW, 32-bit float 오디오, 4인치 DCI-P3 모니터 등을 주요 특징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게 뭔데 싶겠지만, 꽤 미친 카메라입니다. 좋은 의미로 그렇습니다. 니콘이 ZR에 넣은 기능을 보면 의도가 노골적입니다. 그냥 영상 기능을 조금 강화한 미러리스가 아니라, 처음부터 시네마 시장을 보고 만든 바디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R3D NE RAW, RED 컬러 사이언스, 6K 촬영, 32-bit float 오디오 같은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제가 쓰는 니콘 ZF의 국내 출시가는 바디 기준 288만 원이었고, ZR의 국내 판매가는 298만 원입니다. ZF보다 10만 원 높은 가격에, RED의 이름이 묻은 Z CINEMA 바디가 나온 것입니다. 게다가 니콘하면 캐시백 아니겠습니까?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겁니다.

 

타사 시네마 카메라 가격과 비교하면 더 노골적입니다. 소니 FX3는 국내에서 대략 500만 원대 초반, 캐논 EOS C70은 600만 원대 중후반에서 700만 원대, RED KOMODO-X는 900만 원대 이상입니다. 블랙매직 PYXIS 6K도 국내 판매가 기준으로는 400만 원대 중후반에 걸쳐 있습니다. 물론 각 제품은 내장 ND 필터, 오토포커스, 후반 작업 워크플로, 렌탈 시장 신뢰도, 브랜드 생태계가 다릅니다. 가격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격만 놓고 보면 ZR은 확실히 이상합니다. 좋은 의미로 이상합니다. R3D NE RAW와 RED 컬러 사이언스를 들고나온 풀프레임 6K 시네마 바디가 국내 기준 300만 원 아래에 놓였습니다. 이쯤 되면 니콘이 기존 Z 시스템 사용자들에게 렌즈 그대로 쓰고, 이제 영상도 한번 와보라고 대놓고 손짓하는 제품처럼 보입니다.

다만 너무 장밋빛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시네마 시장은 제품 하나로 끝나는 곳이 아닙니다. 현장에서는 액세서리 호환성, 발열, 장시간 녹화, 미디어 안정성, 컬러 매칭, 후반 작업 편의성이 중요합니다. 개인 사용자가 성능만 보고 선택하는 시장과는 결이 다릅니다. 니콘이 RED를 인수했다고 해서 곧바로 ARRI, 소니, 캐논의 자리를 뺏는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과거의 니콘은 사진 중심 카메라 회사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현재의 니콘은 RED 인수 이후 시네마 시장에 들어갈 명분과 기술적 기반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RED라는 이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 Z 마운트 생태계와 시네마 워크플로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연결하느냐, 그리고 니콘 사진 특유의 장점을 영상 시장에서도 장점으로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니콘은 늘 조금 늦게 움직이는 회사처럼 보였지만, 한 번 방향을 잡으면 묵직하게 가는 면이 있습니다. RED 인수는 그런 니콘답지 않게 과감했고, 동시에 니콘다운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사진의 니콘이 영상의 RED를 품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조합이 진짜 시장에서 통하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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