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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목요일의 21입니다. 사진 보정을 하다 보면 프로그램을 갈아타고 싶은 경우가 생기는데, 과거의 습관과 자료가 발목을 잡는 순간이 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배우는 거거든. 캡쳐원에서 라이트룸으로 갈아타던 라이트룸에서 캡쳐원으로 갈아타는 사람도 마찬가지지. 그저 프로그램 하나 바꾸는 일이지만, 실제로는 그동안 쌓아둔 프리셋, 보정 습관, 색감의 기준까지 함께 옮겨야 하는 일이 된다.

캡쳐원에서 내가 실망하는 것은 노이즈 리덕션 기능인데, 라이트룸이 이게 워낙 좋으니까 넘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받은 프리셋도 여러 개고, 라이트룸 영상보다 캡쳐원 영상을 보면서 공부한 시간이 아깝다. 게다가 나는 니콘 카메라를 쓰다 보니까 니콘 전용 프로그램인 NX 스튜디오도 공부하게 됐는데, 이렇게 되면 문제는 단순히 어떤 프로그램 하나를 고르는 수준이 아니게 된다. 라이트룸, 캡쳐원, NX 스튜디오 사이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한 장을 보정하는 일보다 더 피곤한 건, 그 사진을 어느 프로그램에서 열어야 할지 먼저 고민하는 일이다. 라이트룸은 노이즈 리덕션이 좋고, 캡쳐원은 색을 만지는 재미가 있고, NX 스튜디오는 니콘이 만든 프로그램이라 픽쳐컨트롤이나 니콘 색감 쪽에서 괜히 한 번 더 믿음이 간다. 그러니까 하나를 고르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셋 다 나름대로 버리기 애매한 이유가 생겨버린다.

이쯤 되면 보정 프로그램을 쓰는 게 아니라 보정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느낌이다. 게다가 처음부터 직관적인 프로그램도 아니고, 레이어나 컬러 에디터, 스타일 적용 방식, 익스포트 설정까지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런데 이제 와서 라이트룸의 AI 노이즈 리덕션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넘어가자니, 그동안 캡쳐원에 쓴 시간이 전부 매몰 비용처럼 느껴진다.

 

Reddit의 captureone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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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reddit.com

이번에 레딧 캡쳐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은 그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작성자는 끝없이 이어지는 구독료가 지겨워 라이트룸에서 캡처원으로 완전히 넘어왔다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흔한 이야기다. 어도비 구독료에 지친 사람은 많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라이트룸에서 오랫동안 만들어 두고 모아둔 프리셋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이야기가 남 일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나 역시 캡쳐원을 쓰면서도 가끔 라이트룸 쪽으로 눈이 간다. 특히 노이즈 리덕션 기능에서는 그렇다. 캡쳐원에서 가장 실망하는 부분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노이즈 리덕션을 말할 것 같다. 물론 기본적인 보정이나 색을 만지는 것은 캡쳐원이 마음에 든다. 색을 건드릴 때의 반응도 좋고, 레이어를 활용하는 방식도 익숙해지면 꽤 괜찮다.

그런데 고감도 사진을 만질 때, 특히 어두운 곳에서 찍은 사진의 노이즈를 정리할 때는 라이트룸 생각이 난다. 라이트룸의 AI 노이즈 제거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이런 순간에는 다시 넘어가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이미 캡쳐원에서 받은 스타일 파일도 여러 개 있고, 라이트룸 영상보다 캡쳐원 영상을 보면서 공부한 시간이 훨씬 많다. 라이트룸은 영상을 보려 했지만, 프로그램도 없는데 봐서 뭐해 싶었지.

처음에는 메뉴 하나 찾는 것도 불편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컬러 에디터가 어디 있는지, 레이어를 어떻게 쌓는지, 익스포트 설정은 어떻게 만지는지 조금씩 손에 익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노이즈 리덕션 하나 때문에 다시 라이트룸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들인 시간이 전부 허공에 흩어지는 기분이 든다.

프리셋도 마찬가지다. 프리셋은 단순한 설정값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몇 년 동안 쌓아온 색감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작업 시간을 줄여주는 도구이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자기 사진 스타일의 일부다. 그런데 라이트룸이든 캡쳐원이든 넘어가면 그 프리셋을 그대로 가져올 수 없다.

결국 하나하나 다시 만들거나,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손으로 재현해야 한다. 이쯤 되면 그저 프로그램을 바꾸는 게 아니라 이사를 하는 기분이 된다. 그것도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5층에서 혼자 짐을 옮기는 이사다. 그래서 작성자는 직접 도구를 만들었다. 이름은 PresetShift다.

 

https://www.presetshift.com/

 

PresetShift — Convert Lightroom Presets to Capture One

Free online converter for Lightroom presets. Convert XMP and LRTemplate files to Capture One or Lightroom Mobile.

www.presetshift.com

웹 기반 사이트고,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다고 한다. 라이트룸의 .xmp 파일이나 .lrtemplate 파일을 업로드하면, 캡쳐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costyle 파일로 변환해 주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라이트룸 프리셋을 캡쳐원 스타일 파일로 바꿔주는 변환기다. 비슷한 사이트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데,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 유료 기반이었다. 그런데 이 사이트는 무료다.

흥미로운 점은 이 도구가 단순히 파일 확장자만 바꾸는 식의 장난은 아니라는 점이다. 작성자는 서로 다른 렌더링 엔진 사이에서 슬라이더 값을 최대한 정확하게 옮기기 위해 수학적 매핑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라이트룸과 캡쳐원은 같은 노출값, 같은 대비값, 같은 색상 조정값을 넣어도 결과가 완전히 같지 않다. 애초에 이미지를 해석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라이트룸 보정 영상을 보면서 그 설정값을 캡쳐원에 비슷하게 적용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결과물이 달랐다. 숫자는 비슷하게 맞췄는데 색도 다르고, 대비도 다르고, 전체적인 인상도 달랐다. 그때는 그냥 내가 뭘 잘못 만졌나 싶었는데,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프로그램이 다르면 같은 숫자가 같은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래서 단순히 값을 그대로 복사한다고 같은 색이 나오지 않는다.

변환 도구의 핵심은 바로 그 차이를 어느 정도 계산으로 보정해 주는 데 있다. 라이트룸의 프리셋 값을 캡쳐원에서 쓸 수 있는 형태로 옮기되, 두 프로그램의 차이를 고려해서 최대한 비슷한 출발점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설명도 들어 있다. 작성자에 따르면 업로드된 파일은 처리된 뒤 서버에서 즉시 삭제된다고 한다. 저장하지도 않고, 분석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설명을 어디까지 신뢰할지는 사용자의 몫이다. 웹에 파일을 올린다는 건 언제나 약간의 찜찜함이 따른다. 그래도 적어도 작성자는 그 부분을 의식하고 있고, 설치형 프로그램보다 웹에서 간단히 처리하는 방향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도구가 완벽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처음에는 알고리즘이 거의 모든 설정에서 높은 정확도를 보인다고 했지만, 컬러 그레이딩, 특히 미드톤 부분은 아직 다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버그가 너무 많아서 사이트를 일시적으로 내렸다고도 했다. 다시 사이트를 올린 뒤에는 대부분의 문제가 수정되었다고 했지만, 복잡한 프리셋에서는 컬러 밸런스가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프리셋 변환이라는 건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운 작업이다. 노출, 대비, 하이라이트, 섀도우 같은 기본 슬라이더는 비교적 옮기기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커브, HSL, 컬러 그레이딩, 컬러 밸런스처럼 색의 인상 자체를 바꾸는 설정은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캡쳐원은 라이트룸과 색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서 같은 수치로 같은 느낌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결국 이런 변환기는 어느 정도까지는 도와줄 수 있지만, 마지막 감각은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이건 캡쳐원과 라이트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에게 꽤 현실적인 이야기다.

라이트룸에서 캡쳐원으로 넘어가려는 사람에게 가장 귀찮은 일 중 하나가 기존 프리셋 정리다. 자주 쓰던 프리셋이 다섯 개 정도라면 직접 재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수십 개, 수백 개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나하나 열어보고, 비슷하게 맞추고, 다시 저장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이때 PresetShift 같은 도구가 기본 변환만 어느 정도 해줘도 작업량은 크게 줄어든다.

완벽한 복제가 아니라 출발점만 만들어줘도 충분히 쓸모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도구를 최종 변환기라기보다 초안 생성기 정도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라이트룸 프리셋을 캡쳐원 스타일로 변환한 뒤, 실제 사진에 적용해 보고 노출과 대비, 색온도, 커브, 컬러 밸런스를 다시 만져야 한다.

캡쳐원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시도가 반갑다. 캡쳐원은 색감과 테더링, RAW 처리에서 강점이 있지만, 라이트룸 생태계에 비하면 프리셋이나 자료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대중적이다. 라이트룸에는 수많은 프리셋이 있고, 튜토리얼도 많고, 판매되는 색감 패키지도 넘쳐난다. 반면 캡쳐원 스타일은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적다. 그런 상황에서 라이트룸 프리셋을 캡쳐원으로 옮길 수 있는 도구가 생긴다는 건 꽤 의미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라이트룸 프리셋을 그대로 캡쳐원으로 옮긴다고 해서 반드시 같은 사진이 나오는 건 아니다. 어쩌면 애초에 캡쳐원으로 넘어온 이유가 라이트룸과 다른 색 처리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다시 라이트룸 프리셋의 느낌을 캡쳐원에 억지로 이식하려 한다면, 그게 과연 맞는 방향인지도 생각해 볼 만하다. 새 프로그램으로 넘어왔으면 새 프로그램의 색을 익히는 게 먼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원래 그렇게 합리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버리고 왔다고 생각한 것 중에서도 꼭 다시 찾고 싶은 게 생긴다.

 

라이트룸 프리셋을 가져와 캡쳐원에서 적용해 보았다.

라이트룸을 떠났지만 라이트룸에서 만든 색까지 완전히 버리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 캡쳐원을 쓰고 싶지만 과거의 프리셋 자산을 통째로 날리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 구독료는 끊고 싶지만 그동안 쌓아둔 보정 기록은 챙겨가고 싶은 사람들. PresetShift는 결국 그런 사람들을 위한 도구다. 말하자면 사진 보정 세계의 이삿짐센터 같은 존재다. 다만 아직 포장이 완벽하지 않아서, 깨지기 쉬운 물건은 직접 확인해야 한다.

대충 옮겨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만, 중요한 물건은 결국 내가 다시 열어보고 정리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효율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진 취미가 원래 효율만 보고 굴러가는 것도 아니다. 사진 프로그램을 바꾸는 일은 단순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래된 습관을 옮기는 일이다. 카탈로그, 색감, 프리셋, 단축키, 출력 방식까지 전부 조금씩 바뀐다. 그래서 이런 변환 도구 하나가 사소해 보여도, 누군가에게는 꽤 큰 문턱을 낮춰줄 수 있다. 아직 완성형 도구라고 보기는 어렵다.

컬러 밸런스나 복잡한 색 보정이 들어간 프리셋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은 흥미롭다. 앞으로 정확도가 더 좋아진다면, 라이트룸에서 캡쳐원으로 넘어가려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한 다리가 될 수 있다. 완벽한 다리는 아니더라도, 일단 강을 건너게 해주는 임시 다리 정도는 될 수 있다.

그리고 가끔은 그런 임시 다리가 제일 절실하다. 카메라든 보정 프로그램이든, 사람은 완전히 떠나지도 못하고 완전히 정착하지도 못한 채로, 자기가 아까워하는 것들을 조금씩 들고 다음 프로그램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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