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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요일의 21입니다. 처음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는 뭔가 대단한 걸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닉네임은 센고쿠로 돼 있는데 필명은 마음대로 바꿀 수 없었던 거 같다. 블로그 주소는 예전에 재밌게 봤던 애니메이션 모모노케 히메의 아시타카에 숫자 21을 붙여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주소 하나 정한 것뿐인데, 그때는 그런 것도 꽤 의미 있어 보였다. 인터넷 한구석에 내 흔적 같은 것이 생긴 거니까. 물론 서버는 내 것이 아니고, 플랫폼도 내 것이 아니고, 마음대로 되는 것도 별로 없다.

그때 쓴 글을 보면 이모티콘도 많고, 말투도 둥글고, 블로그에 들러주는 사람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지금 다시 보면 조금 낯간지럽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문을 열고, 아직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가서, 여기 앞으로 사람들 많이 오면 좋겠다 하고 혼잣말을 했으니.

처음에는 폰트 하나 고르는 것도 일이었다. 너무 큰 폰트는 싫고, 예쁜 폰트를 보면 괜히 내 악필이 부끄럽고, 본문 폭은 마음에 안 들고, 미리보기는 계속 눌러보고,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글 하나 쓰기도 전에 이미 블로그 스킨과 본문 폭과 폰트 사이에서 기운을 다 빼고 있었다. 블로그를 시작한다는 건 글을 쓰는 일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면 글을 쓰기 전까지 건드릴 게 너무 많다. 폰트, 폭, 줄 간격, 정렬, 카테고리, 스킨. 참 훌륭한 취미다. 사람을 이렇게까지 귀찮게 하다니.

본문 폭을 만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티스토리 선배님들 글을 보고 따라 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참 아름다운 생각이다. 사람은 왜 늘 과거의 자신을 믿는 걸까. 그때의 나는 선배들이 남겨둔 글을 읽으면 길이 보일 줄 알았다. 본문 폭 조절, 폰트 적용, 스킨 편집, 가운데 정렬. 뭔가 다들 해봤고, 다들 설명해 뒀으니 나도 보고 따라 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막상 따라 해보면 내 화면에는 그 버튼이 없다. 선배님은 분명 여기 누르라고 했는데, 내 티스토리는 없다. 플랫폼은 변했고, 스킨은 다르고, 설명은 중간부터 시작한다. 초보자가 막히는 부분은 늘 설명에서 생략된 곳이다.

 

물론 도움을 아예 안 받은 건 아니다. 단서는 있었다. 문제는 그 단서를 주운 다음, 해석하고, 비교하고, 의심하고, 결국 자기 블로그에 맞게 다시 비틀어야 했다는 점이다. 본문 폭은 CSS에서 수정하면 됩니다. 그래, CSS. 이름은 안다. 이름만 안다. 그 CSS가 어디 숨어 있고, 어느 줄을 건드려야 하고, 잘못 만지면 블로그가 갑자기 무너지는지까지는 아무도 친절하게 붙잡고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검색창에 티스토리 본문 폭 조절, 티스토리 스킨 편집, 티스토리 CSS 수정 같은 말을 몇 번씩 치고, 글을 열 개쯤 열고, 그중 다섯 개는 오래됐고, 세 개는 내 스킨이랑 안 맞고, 두 개는 설명이 애매해서 다시 닫는다. 훌륭하다. 블로그를 꾸미려다 독해력 시험을 치르고 있다. 어떨 때는 자기도 모르니까 다른 글 참고하라는 쓸데없는 글도 있고.

그런데 지금은 그런 뻘짓이 많이 줄었다. 챗GPT가 있으니까. 어우, 이건 솔직히 좋다. 예전 같으면 화면 하나 바꾸려고 인터넷을 떠돌다가 내가 뭘 하려 했는지도 잊어버렸을 텐데, 지금은 그냥 물어보면 된다. 내 티스토리 본문 폭이 마음에 안 든다. 어디를 봐야 하냐. 폰트 크기가 너무 크다. 어디를 만져야 하냐. 스킨 편집에서 뭘 건드려야 하냐. 그러면 적어도 출발점은 잡아준다. 정답을 항상 주는 건 아니다. 이 녀석도 가끔 자신감 있게 틀린다. 그것도 제대로 틀리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인 줄 알 정도로 당당하다. 그 당당함은 약간 열받는다. 하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채 검색 결과의 늪에 빠지는 것보다는 낫다.

챗GPT는 완벽하지 않다. 가끔 낡은 정보를 말하고, 가끔 없는 메뉴를 있는 것처럼 말하고, 가끔 코드를 던져주는데 막상 넣어보면 이상하게 된다. 사람이었으면 미안하다고 커피라도 사야 할 수준이다. 그런데도 쓸 만해. 왜냐하면 최소한 대화를 할 수 있거든. 선배님 글은 내가 이해 못 해도 조용해. 댓글을 달아도 답이 올지 안 올지 모르고. 오래된 글이면 더 그렇다. 반면 챗GPT는 다시 물어볼 수 있다. 아니, 내 화면에는 그게 없는데. 아니, 이 코드 넣으니까 모바일이 깨지는데. 아니, 그 말 말고 진짜 어디를 누르냐고. 이렇게 물으면 적어도 다시 설명을 시도한다.

 

예전에는 검색과 삽질이 한 세트였다. 검색해서 글을 찾고, 따라 하고, 안 되고, 다시 검색하고, 다른 글을 보고, 코드 붙이고, 미리보기 누르고, 모바일 확인하고, 망해서 되돌리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오후가 사라져 있다. 나는 분명 블로그 글을 쓰려고 했는데, 왜 스킨 편집창에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대답은 대체로 없다. 그냥 내가 멍청해서 그렇겠지 하고 넘긴다. 하지만 사실 초보자가 멍청한 게 아니라, 설명이 초보자용이 아니었던 경우가 많다. 세상에는 초보자용이라는 이름을 붙인 중급자용 문서가 너무 많다. 남에게 알려준다는 사람들도 결국 자기 기준에서 설명한다. 아니면 잘못된 코드가 버젓이 올라와 있거나. 자기도 안 해봤다는 코드를 버젓이 올리고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하는 식이다.

지금은 그래도 삽질을 줄일 수 있다.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그건 내 욕심 때문이다. 본문 폭 조금만 더 넓히고 싶고, 폰트도 예쁜 거 하고 싶고, 줄 간격 조금만 더 예쁘게 하고 싶고, 모바일에서는 또 다르게 보였으면 좋겠고, 광고는 덜 거슬리게 들어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챗GPT가 아니라 개발자가 와도 시간이 녹는다. 그래도 지금은 어디부터 봐야 하는지, 어떤 단어를 알아야 하는지, 어떤 코드를 의심해야 하는지 정도는 바로 나온다.

 

블로그는 시작할 때보다 유지할 때 더 어렵다. 처음에는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주소도 생기고, 카테고리도 만들고, 프로필도 넣고, 첫 글도 올린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조용하다. 생각보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 세상이 모른다. 당연한 일인데 괜히 서운하다. 내가 글을 썼는데 왜 아무도 안 오지? 내가 썼다고 알아서 읽어주지 않는다. 글을 올리는 것과 읽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예전 같으면 여기서부터 또 다른 삽질이 시작됐다. 글이 안 읽히면 글 문제인가 싶고, 제목 문제인가 싶고, 스킨 문제인가 싶고, 본문 폭이 너무 좁아서 그런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의심까지 하게 된다. 방문자가 없는 이유는 대체로 더 단순할 텐데, 사람은 꼭 손댈 수 있는 곳부터 붙잡는다. 글이 부족한 건 인정하기 싫고, 스킨이 마음에 안 드는 건 당장 고칠 수 있으니까. 

챗GPT가 생기고 나서 좋은 건, 적어도 길을 덜 잃게 됐다는 점이다. 본문 폭을 어디서 만지는지, CSS가 뭔지, 폰트는 어떻게 넣는지, 모바일에서 왜 다르게 보이는지 같은 것들을 예전처럼 검색창에 던져놓고 하루 종일 헤맬 필요는 줄었다. 하지만 도구가 좋아졌다고 블로그가 저절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글감은 도와줄 수 있고, 문장은 다듬을 수 있고, 코드도 어느 정도 잡아줄 수 있다. 그런데 발행 버튼을 누르는 건 결국 나다. 방문자 수를 보고 기분이 상하는 것도 나고, 마음에 안 드는 문장을 다시 고치는 것도 나고, 그래도 오늘 하나는 써야지 하고 앉는 것도 나다.

지금 티스토리를 다시 만진다면 예전처럼 선배님 글 열 개 띄워놓고 내 화면에 없는 버튼을 찾아 헤매지는 않겠지. 적어도 덜 헤맨다. 그 차이는 크다. 직장인은 시간이 없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이미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형태만 남아 있는데, 거기서 본문 폭 하나 고치겠다고 밤을 태우면 너무 처량하다. 그러니 뻘짓을 줄여주는 도구는 귀하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또 블로그 글을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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