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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요일의 21입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정말로 하기 싫다. 회사에서 이미 오늘 쓸 에너지는 다 냈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형태만 남은 상태로 현관문을 연다.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려놓고, 씻고, 밥을 먹고, 잠깐 누우면 끝이다. 하루는 대충 그렇게 사라진다. 여기서 블로그 글까지 쓴다는 건, 말하자면 자발적 야근이다. 월급도 안 주는 야근. 참 훌륭한 취미다. 사람을 이렇게까지 괴롭히다니.

그래도 쓴다. 돈이 되긴 하니까.

물론 대단한 돈은 아니다. 글 하나 썼다고 통장에 돈이 꽂히는 것도 아니고, 광고 수익이 갑자기 폭발하는 것도 아니다. 현실은 훨씬 구질구질하다. 오늘 글을 하나 올리면 내일 방문자가 몇 명 들어올 수도 있고, 안 들어올 수도 있다. 광고가 노출될 수도 있고, 클릭이 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조용히 묻힐 수도 있다. 블로그 수익이라는 건 대체로 그런 식이다. 애매하고, 느리고, 사람 약 올리는 데에는 꽤 재능이 있다.

그래도 0원은 아니니까 문제다. 차라리 완전히 0원이면 마음이라도 편하다. 이건 돈이 안 된다, 하고 접으면 된다. 그런데 어쩌다 몇 원, 몇십 원, 가끔은 몇백 원이 찍힌다. 아주 작고 하찮은 숫자인데, 이상하게 사람을 붙잡는다. 이게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 큰돈이면 당당하게 부업이라고 부르면 되는데, 이 정도면 취미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노동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그런데 또 돈은 돈이다.

 

블로그가 이상한 건, 내가 자고 있어도 글이 혼자 일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일을 잘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충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들고 서 있는 수준일 수도 있다. 그래도 검색에 걸리고, 누군가 들어오고, 광고가 한 번 노출되고, 운이 좋으면 클릭도 생긴다. 나는 퇴근해서 침대에 누워 있는데, 예전에 써둔 글 하나가 어디선가 아주 미약하게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그 미약함이 문제다. 너무 약해서 웃기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래서 글감이 없어도 글을 쓴다. 직장 이야기는 어제나 오늘이나 비슷하고, 일상도 특별할 게 없고, 무슨 대단한 사건이 매일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블로그는 그런 핑계를 별로 봐주지 않는다. 쓸 게 없으면 쓸 게 없다는 걸 쓰면 된다. 피곤하면 피곤하다는 걸 쓰면 된다. 돈이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돈이 되니까 쓴다는 말도 결국 글이 된다.

 

문제는 돈만 보고 쓰기에는 수익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블로그 수익 통계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어제보다 방문자가 줄었고, 클릭은 없고, 수익은 0원에 가깝고, 그런데 나는 또 글을 쓰고 있다. 이쯤 되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그만둬야 한다. 하지만 합리적인 인간은 애초에 퇴근 후 블로그 글쓰기 같은 걸 하지 않는다. 합리성은 회사에서 이미 다 팔아먹었다. 집에 남은 건 묘한 오기와 약간의 욕심뿐이다.

그렇다고 돈과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말은 너무 깨끗해서 믿음이 안 간다.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은 광고라도 떼든가. 광고를 붙여놓고, 방문자 통계를 보고, 수익 페이지를 새로고침하면서 돈은 상관없다고 말하는 건 좀 웃기다. 상관있다. 없을 리가 없다. 다만 돈만 있는 것도 아니다. 글을 쓰면 뭔가 남는다. 하루가 그냥 사라지지 않았다는 착각이든, 기록이든, 검색 유입이든, 아주 작은 수익이든 뭐라도 남는다. 사람은 원래 그런 작은 잔해를 주워 모으면서 버틴다.

직장인 블로거는 결국 그 사이에서 산다. 피곤해서 쓰기 싫지만, 안 쓰면 아무것도 안 쌓인다. 돈이 크게 되는 건 아니지만,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글감이 넘치는 건 아니지만, 쓰다 보면 억지로라도 문장이 나온다. 그래서 오늘도 티스토리에 들어간다. 글쓰기 버튼을 누른다. 제목을 대충 붙잡고, 첫 문장을 억지로 끌어낸다. 이게 과연 의미가 있나 싶다가도, 어차피 의미 있는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은 의미가 생기길 바라면서 계속하는 것뿐이다.

블로그를 열었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창대하리라. 블로그에 이 말을 붙이면 조금 민망하다. 시작도 미약하고, 중간도 미약하고, 어쩌면 끝도 미약할 수 있다. 그래도 쌓이면 뭔가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가능성. 참 편리한 말이다.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언젠가는 뭐가 될 수도 있다는 말. 블로그도 결국 그 가능성 하나로 굴러간다. 그러니까 오늘도 쓴다. 퇴근해서 피곤하고, 글감도 없고, 수익도 귀엽다 못해 약 오르지만, 그래도 쓴다. 돈이 되긴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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