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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요일의 21입니다.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에 카메라를 살 예정이다. 어떤 카메라를 살지는 모르겠다. 니콘일 수도 있고. 후지필름 또는 캐논, 소니, 파나소닉. 지금 쓰는 카메라가 별로라서 사려는 게 아니라, 다른 카메라도 쓰고 싶어서. 원래 갖고 싶었던 카메라는 필름 시뮬레이션을 쓸 수 있는 X100V나 X100VI, X-T5이었다. 솔직히 필름 시뮬레이션 지원하는 기종이라면 저것 말고도 다른 것을 사도 될 터라서 알아보기는 했으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죄다 품절이더라. 후지필름 XH2, XH2S, GFX100 II, X-Pro3. 여기서 X-Pro3만 품절인데, 쟤네들은 너무 비싸다. 최근에 나온 X-M5도 생각해 봤는데, 뷰파인더가 없다. 파나소닉 루믹스 S9, 리코 GR3, GR3X를 구매 후보에서 뺀 이유이기도 하다. 뷰파인더가 없다는 점에서 마음이 확 끌리지 않았다. 뷰파인더는 내가 카메라를 구매한 이유 중 하나인데,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는 눈으로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방식이 나에게 더 맞았다. 외장 뷰파인더가 있지만, 외장 뷰파인더 디자인이 별로라서 마음에 안 든다. X100VI는 리셀가가 미쳐 돌아가지. 그 돈 주고 사기는 싫고. 정가가 209만 원인데, 260만 원, 심지어 300만 원 이상에 팔고 있으니. 후지필름에서 물량 공급 좀 원활히 해줬으면 좋겠다.

니콘은 ZF나 Z8 고민 중이고.
후지는 X-T5, XH2, XH2S, GFX100 II
파나소닉은 S5M2, S5M2X, G9M2

당시 내가 고민했던 카메라들이다. 팔랑귀인 게 니콘 ZF를 샀던 당일에만 해도 소니 A7C2 후기를 보고 살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매장에서 보니 내가 소니를 왜 안 사려고 했는지 체감했다. 당시 A7C2를 보고 니콘 ZF를 보니까 마음이 니콘 ZF로 기울더라. 캐논도 있긴 했지만,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일렉트로마트에는 캐논, 니콘, 소니만 취급했다. 후지필름이나 파나소닉도 매장에 있었다면, 심히 고민했을 거다. 필름틱한 느낌을 내고 싶어서 후지필름이 끌렸던 건데, 니콘 ZF, 기본 색감도 마음에 들지만, 필름틱한 느낌이 정말 마음에 든다. 그레인 기능이 없어서 그렇지.

 

뷰파인더에 먼지가
그것도 속에...

 

니콘 ZF를 사기 전에 나는 필름 카메라를 구매했다. 당시 썼던 글이다. 원래는 미러리스를 살 계획이었고, 선물 받은 필름 카메라가 있어서 안중에도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 수중에 들어왔고 이미 몇 방 찍었다. 선물 받은 필름 카메라는 같은 날에 필름을 다 찍었고 그전에 필름을 주문했다. 씨네스틸 400D를 주문했다. 영화에서 쓰는 영화용 필름을 카메라에서도 쓸 수 있게 만든 필름이라더라. 작례를 보니 예뻐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아마 그건 선물 받은 카메라에 쓸 듯하다. 32장인데 선물 받은 카메라가 하프 필름 카메라로 필름이 절반이 찍혀서 72장 찍을 수 있다. 필름 가격이 다른 필름보다 비싸서 그건 그쪽에 쓸 듯하다.

어쩌다 필름 카메라를 샀지만, 미러리스는 살 생각이다. 필름 카메라 구매할 때 35-70mm 렌즈도 구매해 놔서 찍어봤다.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서 봤을 때는 좀 커 보였는데 실물로 접해보니 그렇게 큰 거 같지는 않다. 무게도 적당하다. 카메라는 알아보니 900g 넘어가서 렌즈 무게까지 합하면 1kg 무게다. 묵직하다. 계속 들고 다니기에는 무겁기는 하다.

생긴 것도 예쁘게 생겼다. 원래 미러리스나 사려다 없어서 필름 카메라도 하나 갖고 싶어서 특정 필름 카메라를 알아보려 했는데 자꾸 안 보여주더라. 계속 가격대 언급하면서 특정 카메라는 가격대 물어봐도 언급하지도 않더라. 살짝 쉬쉬하는 게 보이더라. 살 돈도 있었는데 참. 그러다가 12만 원대 카메라들 보여줘서 관심 있던 브랜드인 니콘 카메라를 샀다.

 

아마 나중에 고놈도 살 듯하다. 가방만 안 무거웠으면 확실하게 묻고 샀을지도 모른다. 그전에 무작정 사진 찍으면서 걷다 보니 거기에 들른 거라서 힘들더라. 당시 가다가 찍었던 사진이다. 폰카로 찍었다.

여하튼 목표가 생겼다. 요 카메라를 올리거나 이 카메라로 작례 올려서 방문자 유입 있게 하기. 그리고 이 카메라에 들인 지출 비용 메꾸기. 가능할 거 같다. 그러나 여전히 메꾸지 못했다. 필름 현상도 안 했다. 현상도 안 했으니 당연히 인화도 안 했다.

 

롯데몰에 갔다. 카메라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전시된 캐논과 소니 카메라 쪽으로 향했다. 손으로 만져보고, '음~ 이 녀석들 괜찮네' 하며 흐뭇해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내 눈에 갑자기 띈 녀석이 있었다. 바로 니콘이었다. 정확히는 니콘 D5.

그냥 바라보는데,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라... 사라... 넌 날 가져야 해..."

계좌를 확인하니, 살 수 있는 금액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 미래가 보였다. 'D5와의 행복한 오늘'과 '통장 잔액 0원의 내일'이 동시에 떠오르며 손이 덜덜 떨렸다. 결국 용기를 내지 못하고... 아니 솔직히 쫄아서 못 샀다.

캐논과 소니는 샘플이 밖에 나와 있어서 손쉽게 만져볼 수 있었다. "오~ 캐논, 생각보다 작네?", "소니는 그립감이 꽤 괜찮은데?" 하며 다정히 만져봤다. 그런데 니콘은? 이 녀석들은 도도하게 장식장 안에서만 눈길을 허락했다. ZF도 그렇다. 장식장 너머로 멀찍이 바라보며 '내가 언제쯤 너를 만져볼 수 있을까...' 했던 나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게다가 니콘 D5. 사진으로 봤을 땐 그저 그랬다. '음, 꽤 단단하게 생겼군.'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실물 앞에서는 다르다. 카메라의 위엄이 느껴졌다. 그 날카로운 존재감이란! '내가 왜 이렇게 갖고 싶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아마 니콘만이 알겠지.

결국, 그날 나의 결론은 이거였다.
만질 수 있는 카메라들은 그냥 카메라였고, 만질 수 없는 니콘은 꿈이었다. 만질 수 없는 게 더 설레는 법이다. D5, 너란 녀석... 내 손으로 너를 만질 날이 올까? 아니면 내 손을 지갑에 묶어둔 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볼까?

 

니콘 ZF로 찍은 사진들이다. 필름 시뮬레이션을 쓰고 싶었고, 후지필름 카메라가 갖고 싶었던 나는 도저히 X100V나 X-T5를 구할 수가 없을 거 같았고 그래서 포기하려던 찰나에 알게 된 게 니콘 ZF이었다. X-T5는 X100V 알아보던 시기에 알게 된 카메라이었는데, 어떤 유튜버가 올린 영상 색감에 매료되었다. 선명하지 않으면서 약간 지저분해 보였고, 어떻게 말하면 옛날 TV를 보는 듯한 색감이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X-T5는 당시에도 인기가 많아서 늘 품절이었고, 예약 구매나 중고로밖에 구할 수가 없었는데, 예약은 선착순인 데다가 기약이 없었다. 8월에 입고된다는 것도 있었는데, 그때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쩌다 니콘 ZF를 샀지만, 갖고 싶었던 카메라가 후지필름이었기에 당연히 눈에 아른거렸다. 카메라를 사기 전 후지가 1순위, 니콘이 2순위, 파나소닉이 3순위 순으로 고민 중이기도 했고. 내년에 신제품이 출시하지 않는다면 X-T5를 사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어떤 영상을 봤는데, 니콘 ZF vs 후지필름 X-T5 영상이었다. 보는데 촬영자가 니콘 픽쳐컨트롤 중 순수와 데님을 번갈아서 찍기에 그걸로 찍어보기로 했다. 일단 순수로만 찍었는데 그 색감이 내 취향에 맞았다. 위의 첫 번째가 순수로 찍었고, 아래 두 장은 후지필름 레시피로 찍었다. 그레인은 없지만, 필름 느낌이 나는 거 같아서 좋다. X-T1 픽쳐컨트롤이다. 내가 활동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는데, X-T1 사용자가 색감이 흡사하다고 했다. 참고로 그 사용자는 니콘 ZF와 후지필름 X-T1도 갖고 있다. 니콘 ZF는 기본 색감도 마음에 들고, 픽쳐컨트롤을 활용해 더 많은 색감을 적용할 수 있어서 정말 매력적인 카메라다.

 

X-T1, 캐논 5D Mark2 픽쳐컨트롤로 담아본 소녀상과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님의 동상이다. 클래식 네거티브 색감으로 보정했다. 저번 밤에 찍었을 때 소녀상 손 위에 뭔가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인형인지는 몰랐다. 9월에 찍은 사진과 어제 찍은 사진을 같이 올려본다. 9월의 사진에서는 따뜻한 햇살 아래 소녀상의 표정이 더 평화롭게 느껴졌다면, 밤에 찍은 사진은 조명 덕분에 조금 더 고요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담을 수 있었다. 손 위에 놓인 작은 인형은 누군가가 소녀상을 기억하는 또 다른 방식인 듯하다. 그 인형은 마치 소녀상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준비된 친구처럼 보였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조용히 이야기하는 듯했다. 실력이 미숙한 탓인지, 그렇게 중요한 순간을 이렇게 엉망으로 남겨놨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솔직히 사진을 찍는 데 재능이 없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다른 카메라가 갖고 싶고, 써보고 싶다. 지금 쓰는 이 카메라도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면서 말이다. 이런 마음이 드는 이유는 뭘까? 다른 카메라는 어떻게 찍힐지 궁금해서? 하지만 어쩌면 그저 새로운 것을 갖고 싶은 본능일 수도 있다. 내가 찍는 사진이 변하지 않더라도, 새 카메라를 손에 쥐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느껴지는 설렘은 분명히 다를 테니까. 그런 감각이 나를 다시 사진으로 이끌고, 뭔가를 만들어 내고 싶게 만들 테니까. 사진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글로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다. 어릴 때는 일회용 카메라를 사서 찍었는데, 필름의 그 특유의 날것이 좋았다. 디지털카메라의 선명한 화질도 좋지만, 필름의 자글자글함과 그 날것의 매력은 디지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다. 화면으로 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들고 다니면서 보는 사진, 신중하게 기다려서 찍는 그 순간, 그리고 현상과 인화를 거쳐 마침내 손에 쥐었을 때의 마지막 순간의 설렘, 감성의 끝판왕이다.

그렇지만, 필름 카메라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며 디지털카메라를 선택하게 된다. 디지털카메라는 편리함과 즉각적인 결과물을 제공한다. 내가 필름 카메라를 샀음에도 디지털카메라를 산 이유이기도 하다.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에 대한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본 느낌은 따듯한 색감과 질감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비록 필름 색감의 매력은 그 색감, 정취는 디지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지만,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은 마치 과거의 필름에서 느꼈던 감성적인 부분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너무 갖고 싶었다. 그래서 니콘 ZF를 샀던 게 정말 마음에 든다. 기본 색감도 만족스럽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 사용하게 된다. 그레인 기능이 없어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정말 좋은 카메라다. 물론 보정이 조금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그만큼 색감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을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후지필름의 색감은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쉽게 재현할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있어, 그런 감성적인 부분에서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지금은 니콘 ZF가 제공하는 색감과 느낌에 만족하고 있으며, 그레인 기능이 없다는 점은 조금 불편하지만, 디지털카메라에서 할 수 있는 다른 방식으로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는 후지필름의 카메라도 써보고 싶지만, 그때까지는 니콘 ZF를 계속 즐기면서 촬영해 나갈 것이다. 다른 카메라를 사더라도 니콘 ZF는 계속 쓸 것이다. 예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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