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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요일의 21입니다. 한때 백수 블로거였고, 계속 백수 블로거이고 싶었다. 다만 그것도 돈 많은 백수 블로거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직장인 블로거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가끔 그 백수 블로거의 날들이 그리워진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의 포스팅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때는 몰랐지. 돈이 좀 부족하기는 했어도 블로그를 시간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랐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떠오르는 것은 오늘의 회사 일정이 아닌, 내가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쓰고 싶은 글이었다. 그때의 나는 좀 자유로웠다.

돈 많은 백수 블로거가 되어서 돈 걱정 없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내가 원하는 곳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고 내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백수 블로거로 내가 원하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얻기 위해선 더 많은 방문자가 필요했다.


그 자유로웠던 시절, 하루 종일 내 생각과 감정을 담아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마다, '댓글'이나 '좋아요' 하나하나에 설레었고, 때로는 낯선 이들의 공감이나 조언에 큰 위안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블로그 광고 없이 글을 썼다가 블로그 광고를 알게 된 후부터 글쓰기가 좀 변했다. 블로그 광고를 몰랐을 때가 더 즐거웠던 거 같다. 그렇게 블로그 광고에 발을 디디며 나의 글쓰기는 점점 상업적인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더 많은 방문자를 유치하기 위해 트렌드에 맞는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내가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어떤 글이 검색 엔진에서 더 잘 나올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다가 업체에서 주관하는 광고도 받게 되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더라.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나는 점점 내가 아닌 누군가의 목소리로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그게 맞지. 쓰라는 대로 쓴 게 맞으니까. 업체에서 주관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며, 나의 진정한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리뷰'를 위해 글을 다듬어 나갔다.


"예전에 쓰셨던 그 글들이 너무 그리워요. 당신의 글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는데, 요즘 글들은 그때와는 달라 보여요."

그렇게 글을 써 내려가면서, 나의 블로그가 처음 가졌던 순수한 목적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느꼈고, 블로그가 재미없어졌다.

이 블로그에서도 그런 습관을 버렸어야 했는데 너무 광고에 치중된 글만 썼던 듯하다. 실제로 내 블로그가 마음에 들어서 구독하였다가 내가 실망스러워서 구독을 끊은 분도 있을 것이다. 한 명은 확실하다. 실제로 그런 댓글을 썼으니까.

뭐 하는 거냐...

머리가 망치에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 댓글을 읽는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멀리 와버렸는지 깨달았다. 내가 블로그를 했던 이유는 방문자 수나 돈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워서 글을 썼다. 하지만 점점 블로그가 성장하면서, 나는 그 본질에서 멀어져 갔다.

그래서 결심했다. 다시, 그 순수했던 시작점으로 돌아가기로.


그래도 광고는 계속 달아야지. 있어 보이니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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