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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요일의 21입니다. 보조배터리를 들고 나가는 날은 마음이 조금 든든하다. 휴대폰 배터리가 37퍼센트여도 괜찮다. 버스가 늦어도 괜찮고, 카페에 콘센트가 없어도 괜찮다. 작은 벽돌 하나가 가방 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은 조금 대담해진다.

생각해 보면 불안은 숫자로 온다.
배터리 숫자가 줄어들수록 마음도 같이 줄어든다.

연락을 해야 하고.
지도를 봐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결제도 해야 하는데.
작은 화면 오른쪽 위 숫자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좌우한다.

그래서 보조배터리는 전기를 담은 물건이라기보다 안심을 담은 물건이다.
물론 무겁다.
가방 안에서 존재감도 크다.
막상 들고 나간 날에는 안 쓰고.
안 들고 나간 날에 꼭 필요하다.

인생도 그렇다.
준비한 날에는 별일 없고.
방심한 날에는 꼭 무언가가 꺼진다.

보조배터리를 꽂으면 휴대폰이 다시 살아난다.
꺼져가던 화면에 숫자가 하나씩 올라간다.

19퍼센트.
20퍼센트.
21퍼센트.
그걸 보고 있으면 나까지 조금 충전되는 기분이 든다.

사람도 저렇게 간단히 충전되면 좋을 텐데.
선 하나 꽂고.
잠깐 기다리면.
지친 마음도 80퍼센트쯤 돌아오면 좋을 텐데.

하지만 사람은 그렇게 쉽게 차오르지 않는다.
잠을 자도 피곤하고.
쉬어도 마음은 닳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계라도 충전한다.
휴대폰을 살리고.
이어폰을 살리고.
카메라를 살리고.
그 작은 기계들이 꺼지지 않게 지키면서 하루를 지나간다.

오늘도 보조배터리를 가방에 넣는다.
쓸지 안 쓸지는 모른다.
그래도 넣는다.
어쩌면 필요한 것은 전기가 아니라.
아직 조금 더 버틸 수 있다는 믿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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