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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요일의 21입니다. 컴퓨터 책상을 샀다는 글을 올렸었다. 책상 하나 바꿨을 뿐인데 생활이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변할 줄 알았다면, 뭐… 그런 환상은 진작 버리는 게 좋다.

인간은 원래 같은 실수를 반복하도록 설계된 생물이니까.

 

책상이 넓어지면 정리도 잘하고 생산성도 올라가고 삶이 반듯해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냥 더 넓어진 공간 위에 잡동사니를 더 펼쳐놓게 되는 정도다. 다만 차이가 하나 있다면, 예전에는 공간이 좁아서 어질렀다고 변명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 변명조차 안 통한다는 거다.

넓은 책상에도 더럽게 쓰고 있다면 그건 그냥 생활 습관이 쓰레기라는 뜻이지. 변명할 수가 없네.

 

모니터 선이라든가 여러 가지 케이블들도 그렇다. 책상 자체는 넓어졌는데, 막상 위를 보면 전원 케이블, 모니터 케이블, 충전 선, 스피커 선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자기 영역을 주장하고 있다. 괜히 내가 카메라를 앞쪽에 툭 세워두고 선을 가리게 되는 게 아니다. 물론 완전히 가려지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든 틈 사이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도 선 몇 개 보이는 건 거슬려도 그 앞에 카메라 하나 놓여 있으면 괜히 분위기 있어 보인다고 스스로 이해하게 되더라.

1600*800이라는 크기도 참 애매하다.

처음에는 이 정도면 엄청 넓겠지 싶었는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며칠 지나니까 또 익숙해진다. 그러면 슬슬 1800이 보이고, 더 큰 상판이 눈에 들어오고, 괜히 모니터 하나 더 올려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웃긴 건 그렇게 늘려놓고 결국 하는 건 인터넷 창 띄워놓고 멍때리기나 블로그 포스팅이라는 거다.

 

듀얼 모니터를 쓰면 생산성이 오른다고?

글쎄.
실제로는 딴짓 효율만 상승하는 경우도 많다.

화면 하나에서는 글 쓰고, 다른 화면에서는 유튜브 틀어놓고, 또 한쪽에서는 커뮤니티 새로고침 누르고 있으면 그게 작업 환경인지 폐인 제조기인지 구별이 안 된다. 그렇다고 모든 화면을 알차게 쓰는 것도 아니다. 막상 듀얼 모니터를 갖춰놓고도 한쪽은 그냥 꺼두거나, 켜져 있어도 배경화면만 띄워둔 채 방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오히려 단순한 구성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모니터 하나, 키보드 하나, 마우스 하나.
거기에 카메라 한 대쯤 굴러다니는 정도.
괜히 장비를 늘리다 보면 작업실이 아니라 전시장처럼 변한다.

물론 처음에는 뿌듯하다.
케이블도 연결하고 배치도 바꾸고 조명도 켜보고.
그런데 며칠 지나면 결국 남는 건 먼지와 선정리 스트레스뿐이다.
미니 PC를 쓰면 깔끔해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선만 더 잘 보인다.

 

본체가 작아지니까 숨어 있던 케이블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거다. 마치 조용한 줄 알았던 인간이 단둘이 남으니까 갑자기 말 많아지는 것처럼. 애초에 유선 키보드와 유선 마우스를 쓰고 있어서. 무선 키보드나 무선 마우스를 안 써본 건 아닌데, 배터리 없으면 사러 나가는 게 귀찮더라고.

그래도 책상이 넓어지니까 카메라 둘 공간이 생긴 건 좋았다.
카메라를 그냥 옆에 툭 올려둘 수 있다는 게 은근히 크다.

예전에는 자리 없어서 침대 위에 던져놓거나 다른 곳에 걸쳐놨는데, 지금은 적어도 어디 뒀는지 찾다가 방 안을 뒤지는 일은 줄었다.

뭐, 그렇다고 사진을 더 잘 찍게 되는 건 아니지만.
인간은 장비가 좋아진다고 실력이 자동으로 오르는 생물이 아니니까.
그래도 손 닿는 곳에 카메라가 있으면 괜히 한 번 더 들게 된다.

결국 취미라는 건 거창한 의욕보다 접근성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결국 책상은 그냥 생활의 축소판 같은 거다.

어떻게 쓰는지 보면 그 인간이 대충 어떤 식으로 사는지 보인다.
좁은 책상에서는 불편함을 핑계로 삼을 수 있지만, 넓은 책상에서는 핑계가 줄어든다.

정리할 공간이 있는데도 정리가 안 된다면 그건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뭐,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런 진실은 인정하기 싫을수록 맞더라.

그래서 1600*800 책상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만 언젠가는 책상을 다시 바꾸든, 모니터를 한 대 더 들이든, 결국 또 뭔가를 건드리게 될 것 같다. 특히 사진 때문에라도 그렇다. 사진을 옮기고, 고르고, 비교하고, 보정하다 보면 화면 하나로 충분하다고 말하다가도 어느 순간 옆에 하나 더 있었으면 싶어지니까. 충분하다고 말하는 인간이 제일 먼저 부족함을 찾아내는 법이거든.

아마 그때가 오면 또 똑같이 고민할 거다. 책상을 더 크게 갈지, 모니터 암을 달지, 케이블 정리를 다시 할지, 괜히 스피커 위치까지 바꿔보면서 혼자 만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 며칠 지나면 다시 익숙해지고, 또 다른 부족함을 찾겠지. 인간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완성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금방 다른 욕심이 생긴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적어도 지금은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답답하다는 느낌은 덜하다. 카메라를 옆에 올려둘 공간도 있고, 글을 쓰다가 잠깐 멍때릴 여유 정도는 생겼다. 대단한 변화는 아니다. 삶이 갑자기 성공한 사람처럼 변하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커뮤니티 새로고침 누르다가 시간 날리고, 괜히 유튜브 추천 영상 눌렀다가 알고리즘에 끌려다니고.

근데 뭐, 원래 인간 사는 게 그런 거 아니겠나.

완벽하게 정리된 삶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은 적당히 어질러진 상태로 그냥 굴러간다. 다만 그 안에서 조금 덜 불편해지고, 조금 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고, 가끔 카메라 한 번 더 들게 되면 그걸로 충분한 거다.

어쩌면 책상이라는 건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올려주는 도구라기보다, 하루를 조금 덜 피곤하게 버티게 해주는 물건에 더 가까운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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