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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목요일의 21입니다. 니콘 ZF로 이번 촬영을 마쳤다. 기록된 컷 수는 총 5,542장. 실제로 찍은 사진은 2,771장이다. 저장 방식은 JPEG와 RAW를 동시에 선택했고, 촬영이 끝난 뒤 메모리 카드에 남은 전체 용량은 96.2GB. 숫자만 놓고 보면 제법 많아 보이지만, 카메라의 사양과 촬영 조건을 고려하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꽤 합리적인 결과다.

니콘 ZF라는 바디를 기준으로 보면 이 수치는 더욱 그렇다. 풀프레임 센서에 JPEG와 RAW를 동시에 남기는 설정에서 5천 장이 넘는 컷을 기록했음에도 100GB를 넘지 않았다는 것은 오히려 정제된 촬영에 가깝다. 무작정 셔터를 누른 게 아니라, 필요한 순간 또는 한 번씩 멈춰 섰다는 흔적이다. 당연히 이 모든 사진을 티스토리 블로그에 한꺼번에 올릴 수는 없다.

블로그에 올라갈 사진은 그중 일부다. 비슷한 장면은 걸러지고, 의미가 흐릿한 사진은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사진을 찍는 일보다 고르는 일이 더 오래 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장을 남기기 위해 여러 장을 찍었고, 다시 그중에서 한 장을 선택한다. 다만 이 선택의 과정에는 애초에 공개를 전제로 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JPEG와 RAW를 함께 저장한 선택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금 바로 쓰일 사진과 나중에 다시 손보고 싶어질 사진을 동시에 남겨두는 방식이다. 티스토리에 올라가는 것은 대부분 JPEG지만, 니콘 ZF의 JPEG 원본 색감이 워낙 완성도가 높아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촬영 당시의 공기와 색을 가장 온전히 보존해 두는 역할은 결국 RAW가 맡는다. 절대로 니콘 ZF의 JPEG을 그대로 쓰는 이유가 보정을 못 해서는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반은 맞다. 못하는 것도 맞고, 귀찮은 것도 맞다. 다만 변명하자면, ZF의 JPEG 원본 색감이 워낙 잘 나온다. 그럼 됐지.

 

별다른 피사체는 없다. 특별하다거나 그런 것들을 찍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지나가다가 눈에 들어온, 평범하고 흔한 것들을 담을 뿐이다. 가지는 가늘고, 잎은 이미 제철을 조금 지난 얼굴이다. 붉은색이라고 부르기에 어딘가 바랜 잎들이 서로 겹치고, 그 사이로 작은 열매 몇 개가 매달려 있다. 사진은 또렷하지도 않다. 초점은 일부러 흘려보낸 듯하고, 바닥의 낙엽과 흙은 배경이 아니라 그냥 같이 존재한다. 니콘 ZF가 이래서 좋다. 모든 것을 설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아웃포커싱이라는 선택지로 도망칠 수도 있으니까.

여기에 필름 그레인이 펌웨어 기능으로 추가되어서, 필름 그레인도 담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굳이 흉내를 내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덧입히지 않아도 된다. 그 순간의 빛과 초점, 그리고 약간의 흔들림 위에 필름 그레인까지 자연스럽게 얹힌다. 사진은 더 선명해지기보다는, 오히려 기억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이 사진은 잘 찍혔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신 그때의 공기와 온도, 잠깐 멈춰 섰던 시간 같은 것들은 비교적 솔직하게 남아 있다. 또렷하지 않아도 괜찮고, 중심이 없어도 괜찮다. 니콘 ZF로 찍는 사진이 좋은 이유는, 이렇게 평범하고 흔한 피사체를 예쁜 색감으로 남겨둘 수 있다는 데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솔직히 필름 그레인 업데이트 이전에도 색감은 워낙 만족스러웠다. 니콘 픽처컨트롤만으로도 사진 색감은 충분히 완성돼 있었고,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결과가 크게 아쉽지 않았다. 촬영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었고, 후보정은 선택사항에 가까웠다. 그래서 필름 그레인은 보너스에 가깝다. 사진을 바꾸기보다는, 사진이 가진 분위기를 조금 보태주는 역할이다. 색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질감을 하나 더 얹는 정도. 니콘 ZF가 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진을 잘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카메라 쪽에서 이미 많은 부분을 대신해 주니까.

 

니콘 ZF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외형은 딱 필름 카메라인데, 정작 필름 그레인은 없다는 점이었다. 손에 쥐는 감각과 다이얼을 돌리는 행위는 분명 과거를 향해 있는데, 결과물은 언제나 너무 또렷한 디지털로 남는 느낌이었다. 니콘 픽쳐컨트롤을 잘 활요하면 필름 느낌이 나긴 했지만, 다소 아쉬었다. 그래서 필름 그레인 업데이트는 반가웠다. 새로 무언가를 추가했다기보다는, 빠져 있던 한 조각이 제자리를 찾은 것에 가까웠다. 사진이 갑자기 필름처럼 확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ZF라는 카메라가 가진 외형과 결과물 사이의 간극은 조금 좁혀졌다. 그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이 카메라는 한결 더 자기다워졌다.

니콘 이미징 클라우드나 플렉시블 컬러 같은 기능에는 솔직히 큰 기대가 없었다. 있으면 쓰고, 없어도 그만인 쪽에 가까웠다. ZF를 쓰면서 내가 원했던 건 색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훨씬 단순했다. 외형은 필름 카메라 흉내를 이 정도로 잘 내놓고서, 사진은 끝까지 깔끔한 디지털로만 남겨두는 게 어딘가 어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망했던 건 필름 그레인이었다. 멋있어 보이려고가 아니라, 최소한 말은 맞아야 했으니까.

니콘 ZF가 따온 필름 카메라는 분명하다. FM2와 FE, 그리고 F3로 이어지는 니콘의 35mm 필름 카메라. 다이얼의 형태나 상판 비례, 전체적인 실루엣까지 그 시절 바디들을 그대로 떠올리게 만든다. 그 정도로 명확한 레퍼런스를 가져왔다면, 사진에서도 그에 걸맞은 질감이 처음부터 담겨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외형은 FM2와 F3를 닮아 과거를 향해 있는데, 결과물만 끝까지 깔끔한 디지털로 남아 있는 건 어딘가 말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필름 그레인은 옵션이라기보다 빠져 있던 요소에 가깝다. 새로 추가된 기능이라기보다는, 이제야 ZF라는 이름과 결과물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된 느낌이다.

니콘 ZF에 필름 그레인이 추가됐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꼭 필요한 기능인가, 아니면 요즘 유행에 맞춘 장식인가. 기능 목록에 한 줄 더 늘어나는 정도의 업데이트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ZF라는 카메라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외형과 조작이 필름 카메라를 향하고 있다면, 결과물에도 그에 어울리는 질감이 들어가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기능은 늦게 도착했을 뿐 처음부터 들어 있었어야 할 요소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묻는다면, 진짜 필요한 기능이었나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모든 사용자에게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니콘 ZF라는 카메라를 ZF답게 만드는 데는 분명히 필요한 기능이었다. 성능을 바꾸기보다는 방향을 맞춰주는 업데이트였고, 그래서 생각보다 만족도가 크다. 사진을 더 잘 찍게 해주지는 않는다. 대신 사진을 덜 설명하게 만든다. 니콘 ZF의 필름 그레인은, 그 정도 역할이면 충분하다.

 

색감도 마음에 들고, 필름 그레인도 정말 마음에 든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굳이 설명을 덧붙이고 싶지 않다. 다리 아래의 공간은 특별할 게 없고, 구조물은 그저 구조물일 뿐인데, 색감과 필름 사진을 보는 듯한 질감이 그 모든 평범함을 특별하게 해준다.

콘크리트의 회색은 차갑기보다 묵직하고, 바닥의 자갈은 지저분하다기보다 조용하다. 그 위에 얹힌 그레인이 사진을 한 번 더 눌러 앉힌다. 사진이 선명했으면 오히려 평범했을지도 모른다. 이 사진은 선명하게 찍기를 원하지 않았다.

다리 아래라는 장소가 가진 공기, 약간의 습기와 그림자, 사람 없는 시간대의 적막 같은 것들이 과장 없이 남아 있는 게 좋다. 필름 그레인은 그 분위기를 흉내 내기보다는, 애초에 원래 그랬던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니콘 ZF에 기대했던 건 사실 이런 거였다. 새로운 기능이나 똑똑한 기술이 아니라, 찍고 나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결과물.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 선명할 필요도 없고, 더 깔끔할 이유도 없다. 그냥 이렇게 남아 있어 주는 것. 그게 니콘 ZF로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드는 이유다.

 

사진에서 내가 원하는 건 대단한 사진이 아니다.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사진도, 설명을 덧붙여야 이해되는 사진도 아니다. 그냥 내가 그 자리에 있었고, 그때 그렇게 내 눈에 보기 좋게 띄어서 기록하고 싶은 것들이다. 조금 흐릿해도 괜찮고, 중심이 없어도 상관없다. 색감이 과하지 않고, 질감이 어울리면 더 좋다. 필름 그레인이 들어간 사진들은 오히려 그런 조건에 더 잘 맞는다. 그래서 이 사진도 그렇다. 특별하지 않아서 오래 보고, 설명할 게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 결국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대단한 것들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평범한 순간을 조용히 기록하고 보관하기 위해서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티스토리 블로그는 사진 한 장당 20MB 제한이 있어서, 플랫폼의 벽은 분명히 존재한다. 사진을 고르는 단계까지는 비교적 자유로운데, 막상 올리는 순간부터 다시 계산이 시작된다. 해상도를 줄이고 압축률을 조절하다 보면, 원래 남겨두고 싶었던 질감이 조금씩 깎여 나간다. 특히 필름 그레인이 들어간 사진일수록 그 제약은 더 분명하다. 그레인은 디테일의 문제가 아니라 분위기의 문제인데, 용량 제한은 늘 그 분위기부터 먼저 건드린다. 남기고 싶었던 질감이 플랫폼 앞에서는 결국 타협의 대상이 된다.

이사하면서 기존에 쓰던 환경을 그대로 옮겨오지 못했고, 현재 사용하는 컴퓨터에는 캡쳐원도 없다. 본격적으로 다듬으려면 새 컴퓨터부터 마련해야 하는 상태다. 사진을 찍는 일보다, 사진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조건을 다시 갖추는 일이 먼저 남아 있다. 이런 점까지 포함해서, 사진을 공개한다는 건 여전히 생각보다 번거로운 작업이다. 필름 그레인을 입히면 사진 용량이 커지는 것도 체감된다. 입자감이 살아나는 만큼 파일 크기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티스토리는 이 20MB 제한 때문에 업로드 단계에서 종종 막히는데, 그럴 때마다 해상도를 줄이거나 압축을 거는 건 솔직히 번거롭다. 그래서 그냥 되는 만큼만 올려본다. 용량을 넘기는 사진들은 손대지 못한 채 남는다. 사진의 문제라기보다는, 지금의 환경이 허락하는 범위가 여기까지인 셈이다.

 

지금은 니콘 ZF에 NIKKOR Z 40mm f/2 (Special Edition) 렌즈를 물려서 쓰고 있는데, 솔직히 아쉬운 점은 하나뿐이다. 망원이 안 된다. 딱 그거다. 화각이 불편하다거나, 화질이 아쉽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쓰기엔 너무 편하다. 가까운 거리, 애매한 장면, 대충 스쳐 지나가는 풍경까지 다 잘 받아준다. 문제는 멀리 있는 것들이다. 달이 예뻐 보여도 담기 어렵고, 멀찍이 있는 것들은 그냥 포기하게 된다. 40mm는 늘 한 발짝 더 다가가라고 요구하는 렌즈인데, 물리적으로 그게 안 될 때가 있다. 그 순간에 망원이 생각난다. 그래도 계속 쓰게 된다. 다 안 되니까 덜 욕심내게 되고, 결국 찍을 수 있는 것만 찍게 된다. 불편한데 마음에 들고, 아쉬운데 놓기 싫은 렌즈다. 딱 니콘 ZF랑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다만 레트로한 바디에 비해 이 렌즈는 어딘가 플라스틱 느낌이 살짝 난다. 완전히 빈티지 렌즈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고 말하긴 어렵다. 카메라의 겉모습은 분명 클래식을 지향하고 있는데, 렌즈 디자인을 들여다보면 미묘한 괴리가 느껴진다. 가까이서 보면 더 그렇다. 그런데 또 막상 쓰다 보면 생각이 조금씩 바뀐다. 촬영할수록 성능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결과물을 보고 나면 외형에 대한 불만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다. 사진이 잘 나오면 웬만한 건 다 용서된다. 처음에 디자인이 조금 애매한데 싶다가도, 결국엔 그래, 이 정도면 같이 쓸 만하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리고 이 디자인도 예쁘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이 렌즈는 겉모습으로 말하는 타입은 아니다. 감촉이나 재질보다는, 셔터를 누르기 전 또는 누른 뒤 결과물로 말을 건다. 그래서 처음에는 바디에 물리고 보면 살짝 어색하지만, 사진을 몇 장 찍고 나면 그 어색함은 금세 희미해진다. 니콘 ZF에 물려 두고 계속 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외형이 아니라 조합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완벽하게 같은 시대에서 나온 물건은 아니지만, 서로 양보하면서 맞춰 쓰는 느낌이다. 결국 카메라와 렌즈의 관계도 사진처럼 결과가 전부다. 잘 나오면, 그걸로 충분하다. 솔직히 말하면 팔랑귀라서, 디자인이 너무 별로라는 말과 김밥 같다는 평 때문에 이 렌즈를 사고 싶지 않았다. 니콘 ZF 역시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이런저런 리뷰를 보다 보니 어느새 선택지 위에 올라와 있던 카메라였다. 누군가의 평가가 계속 쌓이다 보니, 결국 그쪽으로 기울어진 셈이다.

 

초점이 나가버린 사진이다. 사진 어디에도 또렷한 피사체는 없다. 풍경도 전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다. 다리 아래의 통로인지, 작은 하천인지, 혹은 그냥 지나가다 멈춘 자리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그런데도 이 사진이 싫지 않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초점이 나갔다는 사실조차 하나의 선택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또렷한 정보보다, 대충의 인상만 남아 있던 순간. 기억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선명한 디테일보다는 흐릿한 덩어리로 남는다. 이 사진은 그 기억의 형태에 더 가깝다. 그래서 이 사진은 지우지 않았다. 잘 찍힌 사진도 아니고, 보여주기 좋은 사진도 아니다. 다만 그때의 공기와 온도, 잠깐 멈춰 섰던 감각 같은 것들은 이상하게 잘 남아 있다. 초점이 나가버렸지만, 사진이 해야 할 역할은 제대로 하는 셈이다. 실은 못 찍은 사진이다. 그러나 나는 이 사진이 싫지 않기에 올려본다.

아마 그래서 이런 사진을 계속 찍게 되는 것 같다. 잘 찍으려는 마음이 앞서면 오히려 이런 사진은 쉽게 버려진다. 초점이 안 맞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실패한 사진 취급을 받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다시 보면, 오히려 이런 사진들이 더 오래 남는다.

 

이 사진도 같은 맥락에 있다. 쓰러진 표지판 하나가 전부다. 방향을 가리키지도 못하고, 이름을 말해주지도 않는다. 땅 위에 그냥 거기 놓여 있다. 누군가 일부러 치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써 세운 흔적도 없다. 쓰임을 다하고 남은 물건의 자세에 가깝다. 솔직히 이 피사체에서 특별한 것은 없다. 어떻게 보면 쓰레기에 불과하니까. 의미를 붙이자면 얼마든지 붙일 수 있겠지만,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이 사진을 찍을 때, 뷰파인더를 통해 꽤 오래 들여다보고 나서 셔터를 눌렀다는 기억만은 또렷하다. 무엇을 찍겠다고 결심했다기보다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멈춰 섰던 순간에 더 가깝다. 주변은 어수선하다. 풀과 흙, 마른 잎들이 뒤섞여 있고, 계절이 바뀌는 중이라는 사실만 어렴풋이 느껴진다.

왜 쓰러졌는지, 언제부터 이랬는지 같은 질문은 자연스럽게 무력해진다. 필름 그레인이 깨끗하게 정리된 기록이라기보다, 오래된 기억을 한 번 더 복사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저 선명했으면 그저 그랬을 거 같은데, 지금은 분위기가 앞선다. 이 사진은 무언가를 말하기보다는, 그냥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사진도 지우지 않는다. 잘 찍힌 사진은 아니고, 굳이 보여주기에 좋은 사진도 아니다. 다만 이런 것을 보고 셔터를 눌렀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의 나를 설명해 준다. 특별한 걸 찾지 않아도, 의미를 만들지 않아도, 사진은 이렇게 충분해질 수 있다는 걸.

 

요즘은 사진도 유튜브로 배운다. 알고리즘이 띄워준 니콘 ZF 관련 영상을 무심코 보게 됐는데, 복잡한 설명보다는 톤과 설정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영상을 보면서 느낀 건 의외로 단순했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니콘 ZF도 이미 예쁘다는 것. 뭔가를 더 얹지 않아도 기본 색감 자체가 단단해서, 유튜브에서 본 설정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만 해도 방향은 잡힌다. 배우는 과정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을 확인하는 느낌에 가깝다. 결국 유튜브는 사진을 가르쳐준다기보다 안심시켜 준다. 이 정도로만 해도 충분하다고, 굳이 복잡해질 필요는 없다고. 그리고 니콘 ZF는 그런 말을 별다른 설명 없이도 납득하게 만드는 카메라다. 기본 색감이 워낙 좋다. 그래서 그냥, 명기다.

 

말이 좀 많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렇게라도 해야 조회 수가 나온다. 사진 몇 장 던져놓고 조용히 끝내는 글은 이제 거의 읽히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보다 해야 하는 말이 먼저 늘어난다. 사진은 점점 단순해지는데, 글은 점점 길어진다. 설명하지 않아도 될 사진 앞에서 굳이 말을 덧붙이고, 의미를 만들고, 맥락을 이어 붙인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 버리니까. 그래서 이건 변명에 가깝다. 사진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진이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 지금은 그런 식으로라도 남겨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조회 수가 이유다. 잘 나온 사진 이야기, 색감 이야기, 촬영하면서 느낀 감정 같은 것들은 생각보다 숫자가 안 나온다. 반대로 비교나 논쟁, 단점, 다른 기종 이야기가 섞이는 순간 반응이 온다. 이 패턴은 이제 너무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면서 계속 계산하게 된다. 이 문단이 도움이 될까, 이 사진이 검색에 걸릴까, 이 이야기를 빼면 너무 밋밋해지지는 않을까. 사진을 찍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데, 글을 올리는 순간부터는 완전히 다른 머리를 쓰게 된다. 사진 찍는 것도 좋고, 글 쓰는 것도 좋지만, 매번 이렇게 고민하는 과정은 솔직히 번거롭다.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한다. 문장을 몇 번이고 고쳤다가, 아예 전부 지워버리는 날도 있다. 어떤 날은 글 하나 올리겠다고 하루를 통째로 보내기도 한다. 사진은 이미 찍어놨는데, 글이 따라오지 않는 날들이다. 그러다 보면 이게 과연 맞는 방식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하나 싶다가도, 막상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글이 조용히 묻히는 걸 보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 결국 또 쓰고, 또 지우고, 또 계산한다. 그래도 그 과정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한다. 번거롭고 비효율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라도 해야 남는 게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시간보다, 사진을 둘러싼 글을 정리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하지만, 지금은 그게 나름의 방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도 돈은 벌어야 하지 않나. 취미라고만 말하기에 이미 쓴 시간도 많고, 장비도 공짜가 아니다. 사진이 좋고 니콘 ZF가 좋다고 해서 돈이 저절로 생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 솔직해진다. 조회 수를 신경 쓰고, 제목을 계산하고, 말이 길어지는 이유도 결국 거기 있다. 하고 싶은 얘기만 하다 끝내기에 현실이 그렇게 느긋하지 않다. 카메라나 사진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계속하려면 돈은 더 필요하다. 이게 꼭 돈 때문만은 아닐지 몰라도, 돈이 아니라고 말하기엔 너무 위선적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이렇게 남기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하다. 나도 살아야 하니까.

다만 조회 수가 안 나오든 말든, 즐겁긴 하다. 방문자 수가 적게 찍힌 날에도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시간 자체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아무도 안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더 편해지기도 한다. 계산을 잠시 내려놓고, 하고 싶은 말만 남길 수 있으니까. 물론 조회 수가 나오면 좋다. 솔직히 말하면, 나오길 바란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숫자가 따라주지 않는 날에도 카메라는 여전히 재미있고, 니콘 ZF를 들고 돌아다니는 시간은 꽤 괜찮다. 결국 이걸 완전히 놓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올린다. 읽히든 말든, 남겨두고 싶어서. 조회 수와는 별개로, 지금 이 과정 자체가 아직은 즐겁다.

다른 사진들도 더 올릴까 했는데, 나중에 올려볼까 한다. 조회 수 좀 보고 생각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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