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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일요일의 21입니다. 요즘 블로그에 글 하나 올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이게 뭐 돈이 되겠어? 싶으면서도, 이상하게 손이 간다. 별것도 아닌 글인데도 괜히 정성을 들이게 되고, 제목도 세 번쯤 고쳐보고, 문장도 이게 더 낫나 하고 괜히 다듬는다. 사실 누가 읽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런데 말이지... 세상은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그 별것 아닌 글이 누군가한테는 진짜로 구매 트리거가 될 줄이야.

캠프 스냅 글을 누가 퍼갔는데, 그걸 보고 카메라를 샀단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내가 쓴 그 건조한 글을 보고. 이쯤 되면 인정해야 한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블로그는 예측 불가능하고, 나는 어쩌다 보니 남의 소비를 돕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살짝 기분이 좋았다. "뭐야, 내 글 보고 뭔가를 샀다고?"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그 영향력이라는 건가 싶더라. 물론 내가 그런 걸 가진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믿기지 않지만. 근데 그 생각이 오래가진 않았지. 내가 그렇게까지 잘 쓴 것도 아니고, 공들인 콘텐츠도 아니었다. 그냥 일상 사진 몇 장 올리고, 떠오르는 대로 문장 몇 개 던져놓은 게 전부였거든.

그런데 그게 사람 지갑을 열었다는 거다. 이게 웃어야 하는 일인지, 불안해해야 하는 일인지 솔직히 헷갈렸다. 내 대충 쓴 글에 누군가가 소비한다는 사실이 뭔가 기분 좋으면서도 무섭더라고. 그 사람에게 제품이 좋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만약 별로였다면... 그 책임이 누구한테 돌아갈까? 당연히 제품이 아니라 글 쓴 나겠지. 다행히 좋게는 쓰는 거 같더라고. 덕분에 원래 없던 책임감 같은 게 슬쩍 생겨 버렸지 뭐야. 평소처럼 막 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글 하나에도 괜히 생각이 많아지는 거다.

나는 그 글에서 단 한 줄도 이거 좋으니까 사라는 글을 쓴 적이 없다. 오히려 셔터음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든가 생각보다 별로다 같은 글만 적어놨다. 홍보라기보다 그냥 투덜거림에 가까운 글이었다. 그런데 그걸 본 사람이 이거 내가 찾던 감성이라면서 결국 구매까지 했다고 하더라. 과한 리뷰보다, 대충 건조하게 툭 던진 문장을 더 믿어 버렸다. 내가 의도한 건 전혀 아닌데, 그런 말투가 오히려 신뢰로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그저 내가 본 그대로 또는 느낀 대로 적었을 뿐인데, 누군가는 그걸 근거로 소비한다는 사실 자체가 좀 이상하게 느껴질 뿐이다.

더 웃긴 건 따로 있었다. 브랜드는 진짜 아무것도 안 했다. 사진 찍고, 글 쓰고, 검색에 걸리게 판 깔아놓은 건 죄다 나였는데, 정작 이득은 저쪽이 챙겼다. 결과적으로 나도 몰랐던 자발적 홍보대사가 됐다. 뭐, 기대한 적도 없지만.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티스토리 자체 광고는 또 알아서 내 글 주변을 차지한다. 나는 글만 올렸을 뿐인데, 페이지 중간중간에 광고가 박히고, 아래쪽에는 자동 광고까지 깔린다. 구매는 브랜드가 먹고, 광고 수익은 플랫폼이 먹고, 나는 그냥 글만 썼다. 진짜 웃긴 구조다. 아니, 웃기다기보다 참 잘 만들어진 구조라고 해야 하나. 이쯤에서 깨닫게 된다.

"아, 이래서 콘텐츠가 광고고, 광고가 콘텐츠고, 결국 나는 둘 다 아닌 애매한 존재구나."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즐거워서가 아니라, 그냥 어이가 남아돌아서 그렇다.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더 제대로 써볼까. 그냥 일기처럼 툭 던지는 글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보게 되는 글. 그런 걸 노리고 쓴 적은 없었는데, 의도도 안 했던 글이 누군가의 지갑을 열었다면... 그건 인정해야 한다. 잘만 쓰면 CPM이니 CPC니 이런 숫자 장난을 넘어서, 더 확실한 영향력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다. 문제는 그걸 깨달았다는 거지. 깨닫고 나면 책임이 따라오고, 책임이 생기면 귀찮아지고, 귀찮아지면 또 생각이 많아진다. 그 와중에 기분은 애매하다. 좋지도 않고, 딱히 나쁘지도 않고.

대단한 문장이 아니어도, 무심하게 올린 사진 몇 장만으로도 누군가의 소비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직접 느꼈다. 캠프 스냅 글 하나가 이렇게까지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 줄은 솔직히 몰랐다. 그래서 글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런 욕심은 애초에 나랑 거리가 멀다. 그냥 내가 쓴 글이 누군가한테 실제로 영향을 준다는 걸 눈으로 보고 나니까, 그 무게가 좀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그게 조금 무섭다.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지금 이 상황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가끔, 본인이 던진 말에 발목을 잡히기도 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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