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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월요일의 21입니다. 요즘은 카메라를 챙기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예전에는 핸드폰으로 대충 찍고 넘기기 일쑤였는데, 니콘 ZF를 들고 다니면서부터는 찍는다는 행위 자체가 조금은 특별한 일이 되었다. 필름 카메라 같은 외관에 최신 디지털 기술이 들어간 그 묘한 이중성이 좋다. 사진을 찍기 전,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그 짧은 순간이 은근히 좋다. 마치 누군가의 시간을 살짝 들춰보는 느낌이다.
카페에 앉아 책을 넘기는 사람, 하굣길에 군것질하는 아이들,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 하나까지.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평범한 풍경들이, 셔터를 누르는 이유가 되기 시작했다. 물론 초상권이 두려워 사람은 마음으로만 담는다. 아직은 사진 찍다가 뭐라고 들은 적은 없긴 한데. 사진 찍다가 그거 왜 찍지? 무슨 카메라냐고 물은 적은 있긴 하지만. 일단 카메라가 예쁘다 보니까 물어본 사람들이 있긴 하다.
저번에 가방 없이 그냥 목에 걸고 나가서 그런가 보다. 이왕 사진 찍을 거 거추장스럽게 가방을 갖고 다니지 말고, 오로지 찍을 생각으로 들고나왔다. 그래도 아싸라서 사람 눈치는 오지게 보지만. 정말 사진 생활 어떻게 시작했나 모르겠다. 재밌기에 눈치 보여도 사진을 찍게 된다. 기록하는 맛이 있다.
무엇보다 니콘 ZF는 기록하고 싶게 만든다. 멋있게 찍히는 것도 좋지만, 그냥 일상을 조용히 담아주는 느낌. 고해상도도, 색감도 다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그 느낌이다. 너무 날카롭지도 않고, 너무 인위적이지도 않은. 딱 지금 같은 계절, 살짝 맑고 청아한 오후 같은 분위기. 이런 카메라는 자꾸 들고 나가고 싶어진다. 괜히 산책하러 나갔다가, 괜히 카페에 들렀다가, 괜히 하늘 한번 올려다보고.
그리고 찍는다.
하루의 조각을 조용하게.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헤드폰. 그리고 다 마신 커피 컵. 모니터는 멍하니 빛나고, 키보드 자판은 지친 손가락을 기다린다.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은, 정말이지 별 볼 일 없는 것인데, 괜히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진 찍을 거 없어서 찍었다. 그런데 막상 찍고 나니까, 괜찮아 보였다. 거창한 풍경도, 근사한 피사체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노이즈가 사진에 고운 입자처럼 깔렸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인데 어쩐지 필름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든다. 부드러운 아웃포커싱 덕분에 시선은 자연스럽게 헤드폰으로 모였고, 흐릿한 주변은 그저 조용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조금은 지저분하고, 조금은 어수선한 모습이었지만, 이 모습 그대로 남기고 싶었다.
방 안은 컴퓨터 팬 소리와 헤드폰에서 새어 나오는 음악으로 채워졌다. 오늘도 별일 없는 하루였다. 그래서 더 찍고 싶었다. 이 평범함을, 이 심심한 일상을 사진으로 달래고 싶었다. 성취도 없고, 특별한 일도 없는 하루지만, 그래도 이런 날도 기록해 두고 싶었다. 어쩌면 별것 아닌 이 조각들이 쌓여서, 언젠가는 꽤 소중한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또 찍는다.
사진과는 별개로, 이 헤드폰은 꽤 추천할 만하다. 하이파이맨 HE400SE 헤드폰이다. 젠하이저, 오디오 테크니카, 데논까지 다양한 헤드폰을 써봤지만, 쿠팡을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알게 된 이 녀석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6만 원대라는 믿기 힘든 가격에 성능은 그 이상이었다. 지금까지 써본 헤드폰 중 가장 저렴했지만, 가장 놀라운 소리를 들려줬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풀어보려고 한다.
이번에는 마이크를 찍었다. 별다를 것 없는 책상 한구석. 작업용으로 쓰는 다이나믹 마이크가 스탠드에 매달려 있다. 딱히 근사한 사진은 아니다. 조명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배경이 정리된 것도 아니다. 그냥 모니터 빛에 어슬렁거리듯 걸쳐 있는 마이크일 뿐이다. 마이크를 클로즈업으로 잡다 보니, 시선은 자연스럽게 마이크에 꽂힌다. 주변은 살짝 어둡고 흐릿하게 번져서, 오히려 마이크를 더 돋보이게 한다. 마이크 헤드 부분은 선명하고, 뒤로 갈수록 부드럽게 흐려진다. 이 자연스러운 심도 덕분에 사진은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인 느낌을 남긴다.
아웃포커싱이란 걸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폰카로는 쉽지 않았다. 쓰는 핸드폰은 조리개가 고정되어 있어서, 배경을 흐릿하게 만들고 싶어도 한계가 뚜렷했다. 어설픈 소프트웨어 보정 말고, 진짜 렌즈로 만들어내는 흐림을 원했다. 그런 생각이 쌓여서 니콘 ZF를 샀다. 니콘 ZF를 들고 다니면서, 비로소 내가 원했던 아웃포커싱을 손에 넣었다. 조리개를 열고, 배경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걸 보는 순간, 카메라를 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물병을 찍었다. 책상 한쪽에 굴러다니던, 뚜껑이 닫힌 페트병. 별생각 없이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물방울이 맺힌 표면이 생각보다 예뻤다.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를 열자, 배경은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물방울 너머로 번진 불빛이 좋았다. 그저 페트병일 뿐인데, 렌즈를 통해 바라보니 괜히 좋아 보였다. 그런 게 있다. 평소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특별해진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어쩌면 그런 별것 아닌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식물을 찍었다. 거실 한쪽에서 햇살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작은 화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초록 잎들이, 오후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렌즈를 들이대고 초점을 맞추자, 빛에 물든 잎사귀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살아났다. 가느다란 줄기, 둥글게 말린 어린잎들, 그리고 그 사이로 부드럽게 번지는 그림자까지.
니콘 ZF는 이런 것을 참 잘 잡아낸다. 필름 카메라 같은 외관에 담긴 최신 기술 덕분일까, 조금만 신경 써서 들여다보면, 이 조용하고 작은 장면들까지 또렷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담아낸다. 찍는 내 손끝에서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모니터로 결과물을 확인할 때마다 괜히 뿌듯해진다. 역시 괜히 ZF를 고른 게 아니다 싶다.
이번에는 줄기를 찍었다. 작은 잎들 사이로 튼튼하게 뻗은 줄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세월을 견딘 듯한 거친 껍질, 군데군데 갈라진 자국들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빛은 여전히 부드럽게 흘렀다. 줄기의 굴곡을 따라 그림자가 지고, 살짝 벗겨진 껍질마저도 따뜻하게 감쌌다. 가까이서 바라보니,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결이 느껴졌다.
조금 더 다가가서 찍었다. 굽이진 줄기와 뻗어 나간 가지들, 그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는 작은 잎들. 빛은 여전히 잎사귀를 스치고, 줄기의 갈라진 결을 따라 부드럽게 흐른다. 초점이 닿지 않은 잎들은 흐릿하게 번지고, 선명한 질감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그저 한순간 스쳐 지날 수도 있었던 풍경을 니콘 ZF로 담아냈다.
시선을 조금 더 낮췄다. 굵은 줄기 아래, 바닥에 쌓인 마른 낙엽들과 흙. 새싹처럼 보이는 작은 잎사귀들도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흩어져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정겨웠다. 부스러진 잎, 굴러다니는 돌멩이, 그리고 그 사이로 고개를 내민 여린 풀줄기. 빛은 여전히 따뜻했다.
초록 식물을 찍었다. 빛을 머금은 길쭉한 식물이, 조용히 벽을 향해 서 있었다. 햇빛을 따라 그림자를 길게 끌어내렸다. 무슨 식물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산세베리아라고 했다. 공기를 정화하고, 물도 거의 필요 없는 식물. 챗GPT가 알려줬다.
꽃이 피어 있었다. 화려하게 퍼진 자홍색 꽃잎들.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결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렌즈를 들이대자, 꽃잎 하나하나에 얇은 줄기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조금 더 다가가서 찍었다. 이번에는 정면이 아닌, 옆면을 담았다. 꽃잎은 흐릿하게 번지고, 빛은 부드럽게 그 위를 흘렀다. 완벽한 초점은 아니지만,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피어오른 어린잎을 찍었다. 빛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이는 작은 잎사귀. 초점은 살짝 빗나갔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고사리처럼 생긴 초록 잎들을 담았다. 빛은 여전히 따사로웠고, 잎사귀 사이를 미끄러지듯 흘렀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잎맥 하나하나가 얇은 레이스처럼 정교하게 펼쳐져 있었다. 부드러운 초록색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흔들리는 잎 그림자가 바닥에 조심스레 떨어졌다.
진짜 꽃은 아니었다. 플라스틱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그러나 햇빛을 받으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빛나는 꽃. 빛을 받아 반짝이는 표면은 무지갯빛으로 일렁였다. 파란색, 보라색, 분홍색, 금색. 색이 고요하게 섞이고 퍼졌다. 살아 있는 꽃보다도 더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꽃이 되는 것 같았다. 빛이 닿는 자리마다 색이 바뀌고, 그림자가 바뀌었다.
초점을 다시 맞춰 찍었다. 이번에는 줄기의 거친 질감, 그리고 돌에 파인 구멍들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니콘 ZF는 참 신기하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아무렇지 않은 작은 식물을 이렇게 섬세하게 담아낸다. 아마 핸드폰 카메라로는 그냥 휙 찍고 넘겼거나 안 찍었을 거다. 하지만 ZF를 들고 있는 지금은 가만히 숨을 고르고,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표면 아래, 작은 초록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물살에 살짝 흔들리면서, 잎사귀들은 투명한 막을 하나 덧입은 듯 부드럽게 빛났다. 빛은 물 위를 지나 식물 위에 머물렀고, 식물은 그 빛을 조용히 받아냈다. 니콘 ZF를 들고 조심스레 다가갔다. 물 위에 비치는 흔들림까지 함께 담고 싶었는데, 초점은 완벽하지 않았다. 살짝 번지고 흐릿하게 담았다. 그렇지만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이 또렷할 필요는 없었다.
두터운 잎사귀들이 얽혀 있었다. 굵고 단단한 줄기, 그리고 그사이를 감싼 말라버린 옛 잎들.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잎은 죽었지만, 줄기는 살아 있었다. 죽은 것과 살아 있는 것이 한데 얽혀, 새로운 생명을 지탱하고 있었다. 연약한 줄기들은 초록 철사에 기대어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니콘 ZF를 들고 다시 자세를 낮췄다. 살짝 고개를 기울여 줄기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바라봤다. 카메라가 없었다면, 이렇게 작은 세상을 이렇게 천천히 들여다보는 일은 없었을 거다.
두 식물을 담았다. 하나는 이름을 모르겠다. 챗GPT의 도움을 받아 찾아봤다. 플라티케리움 같다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뭐,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빛을 받은 잎은 고요했다. 이름을 몰라도 괜찮다. 그저 이렇게 조용히 바라보고, 조용히 담으면 되었다.
부츠를 닮은 화분이었다. 색이 바랜 부츠 속에 작은 식물이 있었다. 부츠 끈은 매어져 있었고, 그 안에서 작은 생명은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벽에 비친 그림자까지 함께 담아냈다. 햇빛은 짙은 그림자를 만들었고, 잎은 그 사이사이로 빛을 조용히 머금었다.
잎의 가장자리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잎사귀에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조그마한 크리스마스트리. 그 사이에 솜뭉치로 만든 작은 인형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뾰족뾰족한 트리 사이로, 붉은 털실과 작은 단추가 빛났다. 푸른 코뿔소 두 마리. 옆에는 다소곳이 놓인 작은 주전자 하나. 그저 마음에 들어서 담았다.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회색 건물 벽, 낡은 간판, 녹슨 파이프와 엉킨 전깃줄들. 화려하다고 할 수는 없는 풍경이었다. 그저 지나가다가 본 간판이 외국 느낌 나서 괜히 한번 찍어봤다. 초점은 나갔다. 뭐, 그래도 괜찮다. 그 순간을 담고 싶었던 거니까.
조금 걷다 보니, 어느새 카페에 들어와 있었다. 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 두 잔과, 딸기 케이크 한 조각. 케이크는 정갈했다. 잘린 딸기들이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고, 케이크 위에는 딸기 하나가 반으로 갈라 얹혀 있었다. 커피는 담백한 머그잔에 담겼고, 작은 잔에는 휘핑크림이 소복하게 올라가 있었다. 테이블 위로 조명이 부드럽게 퍼졌다.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사진을 찍었던 기억만 남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때로는 맛보다도, 그때의 공기나 빛이 더 오래 남기도 하니까.
어딘지 일본 뒷골목을 닮은 풍경이었고, 그래서 담아보고 싶어져 카메라를 들었다. 낮은 건물들, 복잡하게 얽힌 전깃줄, 길모퉁이에 서 있는 작은 간판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특별할 것 없는 골목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괜히 예뻐 보였다. 니콘 ZF를 목에 걸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었다. 굳이 무언가를 찾지 않았다. 굳이 특별한 걸 담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냥, 눈에 들어오는 조각들을 조용히 담았다.
초점이 조금 나가면 어때서. 빛이 흔들리면 또 어떤가.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다. 조금 흔들리고, 조금 번지고, 조금 어설퍼도 그 모든 것이 오히려 지금을 더 솔직하게 기록해 준다. 그리고 그런 순간마다, 니콘 ZF는 묵묵히 내 옆에 있다. 어디를 향해도 부담스럽지 않고, 어떤 풍경도 무리 없이 받아주고, 완벽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담아낼 수 있게 해주는 카메라. 그래서 오늘도 니콘 ZF를 들고, 천천히, 조용히 하루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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