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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목요일의 21입니다. 요즘 나가는 길에 늘 니콘 ZF가 함께다.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그 묘한 무게감이 손에 쥐면 딱 사진 찍을 준비 됐다는 기분이 든다. 렌즈가 40mm 렌즈 써서 그렇게 무겁지 않다고 느끼는 걸 수도 있다. 그립부는 솔직히 있으나 마나 한데 렌즈 큰 걸로 물리면 한 손으로 들고 다니기는 어려울 거 같다. 솔직히 한 손으로 들면서 찍을 일도 없긴 하다.

카메라를 들고 나간다고 해서 꼭 대단한 걸 찍는 건 아니다. 그냥 건물의 모습, 골목길을 비추는 노을, 동네 구멍가게 앞에 앉은 고양이, 신호 대기 중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사람, 그리고 저녁 햇살을 받은 벤치. 그런 장면들을 마주치면 괜히 한 장 남겨두고 싶어진다. 다만, 당연히 사람은 초상권이 두려워 피한다. 아직 카메라를 뺏으려고 했던 분은 없는데, 집에 돌아와서 확인을 해보니 날 빤히 보고 있었다.

 

[이모저모] 카메라, 니콘 ZF로 기록한 감성적인 전시회 사진들

안녕하세요. 화요일의 21입니다. 2월의 조용한 오후, 전시회장을 천천히 걸으며 니콘 ZF로 순간들을 기록했다. 이날 찍은 사진만 해도 백 장은 훌쩍 넘는다. 하지만 그걸 다 올리기엔 내 체력도,

ashitaka21.tistory.com

니콘 ZF는 요란하지 않게, 담담하게 기록한다. 예전 니콘의 SLR 카메라의 외형을 가져와서 보면 마치 필름 카메라처럼 클래식한 외모지만, 그 안에는 최신 디지털의 기술이 들어 있다. 덕분에 찍고 나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어두운 골목에서도 셔터를 눌러도 결과물이 준수하다. 셔터음이 정숙하면서도 상당히 좋은 소리를 내주는데 소리가 좋고, 사진을 찍는 손맛도 좋다. 저번에 올린 전시회 사진만 하더라도 너무 큰 카메라나 셔터음이 큰 카메라는 사용을 자제하라는 게 있었다.

요즘은 일부러 오토 모드나 P모드 대신 수동 모드로 두고 다닌다. 주력으로 쓰는 것은 P모드나 조리개 우선 모드다. 장노출을 할 때는 셔터 우선 모드로 해보고 있다. 수동 모드는 노출을 조금씩 조절하면서 나만의 감도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실수도 잦지만, 그 실수 덕분에 종종 의외의 멋진 장면을 얻기도 한다. 펌웨어 이후로 자동 ISO일 때도 다이얼 돌리면 ISO가 바뀌는데 재밌고 좋다.

가끔은 아무것도 찍지 않고 돌아올 때도 있다. 하루 종일 목에 걸고 다녔는데 셔터를 한 번도 누르지 않은 날. 예전에 괜히 허무했는데, 이제는 그런 날도 그냥 괜찮다. 꼭 뭔가를 찍어야만 의미 있는 건 아니니까. 그저 ZF를 들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를 볼 준비는 되어 있었다는 뜻이니까.

그러다 다음 날,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마주친다. 하필이면 카메라를 두고 나온 날, 노을이 유난히 예쁘다. 그럴 땐 괜히 억울하다.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어보지만, 그 색감이 아니다. ZF만의 색, 그걸 알고 나면 다른 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진다. 색감도 색감이지만, 셔터를 눌렀을 때의 셔터음이 좋고, 다이얼을 돌렸을 때 느껴지는 촉감과 손맛이 강렬하다.

그래서 결국 또 챙기게 된다. 나갈 때마다 오늘은 안 찍을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면서도, 손은 이미 가방에 들어가 카메라를 꺼내고 있다. 습관이라기에는 너무 애틋하고, 취미라기에는 좀 더 진지하다.

 

수원의 오후, 화성

요즘 나갈 때마다 니콘 ZF를 챙기는 게 습관이 됐다. 그날도 별 계획 없이 목에 걸고 나선 길. 카메라가 있다고 해서 대단한 장면을 찍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하루가 제일 멋진 장면을 건넨다. 그게 바로 이 사진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간, 수원 화성. 햇살이 적당히 기울어 있을 무렵 도착했다.

정오도 아닌, 딱 그 사이 어딘가. 성곽 위로 스며드는 빛이 벽돌과 기와의 결을 천천히 타고 흘렀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풍경이, ZF를 손에 쥐고 있었기에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흐린 날에 흐린 날대로, 맑은 날에 또 그 나름의 풍경을. 바람이 적당히 불었고, 나무들은 겨울을 지나 준비된 듯한 색이었다. 아무도 없는 성곽을 셔터를 몇 번 누르고는 그냥 한참을 바라봤다. 그 순간을 나만 알고 싶어져서.

요즘은 자꾸 예전 사진을 꺼내보게 된다. ZF로 처음 찍었던 카페의 창문, 빛이 예쁘게 내려앉던 계단, 그리고 그날 먹었던 커피 한 잔. 대단한 피사체는 아니었지만, 지금 보면 그 순간들이 하나하나 소중하다. 뭔가를 잘 찍으려는 욕심보다는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다. 여기에 올린 사진 일부는 저번에 올리려 했다가 생각이 바뀌어 올리지 않은 사진이다.

사진은 결국, 그날의 마음을 담는 일이다. 니콘 ZF는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괜히 셔터 소리마저 따뜻하게 들리는 이유다. 써보면 안다. 유튜브로 듣는 것과 실제로 듣는 것은 천지차이다.

어느 날은 일부러 필름 그레인 효과를 살짝 입혀본다. 니콘 ZF는 그런 데도 능숙하다. 마치 정말 필름 카메라였던 것처럼, 약간은 거칠고 부드러운 입자가 사진 위를 덮는다. 디지털의 또렷한 선명함과는 다른, 흐릿한 감성.

그 사진들을 모아두는 폴더에 별 이름이 없다. 그냥 날짜. 2025-04-21 같은 이름. 그런데도 다시 꺼내 보면 그날의 온도, 바람, 냄새까지도 떠오른다. 이상한 일이다. 사진 하나가 그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는 게. 어쩌면 그게 이 카메라의 진짜 마법일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남들도 ZF를 들고 다니는 걸 보면 괜히 반갑다. 서로 말은 안 해도, 눈빛만으로 통한다. 아, 당신도 이걸 좋아하시는군요. 라는 조용한 공감. 렌즈 후드를 살짝 돌리는 동작조차도, 클래식한 바디를 조심스레 다루는 태도에서도, 애정이 묻어난다.

카메라를 산다는 건 결국, 시간을 기록할 무언가를 내 삶에 들인다는 뜻이다. 그리고 ZF는 그걸 꽤 근사한 방식으로 해낸다. 괜히 최신 기능만 잔뜩 넣어놓고 쓸 줄도 모르게 만드는 카메라들과는 다르다. 이건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다. 쓰면 쓸수록 손에 익고, 어느새 나만의 카메라가 된다.

 

수원의 벽, 그리고 하늘

하늘이 맑았다. 눈이 녹지 않은 언덕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다 보니, 한참 만에 석벽이 눈앞에 나타났다. 건물 위로는 달이 작게 떠 있었고, 깃발은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시간은 오후 다섯 시쯤. 빛이 서쪽으로 기울며 벽돌 하나하나를 감싸안는 시간대였다. 니콘 ZF의 셔터를 가볍게 눌렀다. 특별한 조작 없이도 감도는 자연스럽게 맞춰졌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아도, 뭔가 다 알고 있는 듯한 카메라다. 아마 이 당시에는 조리개 우선 모드나 P모드를 주로 썼을 거다. 당시에 찍었던 픽쳐컨트롤은 잠시만... NX스튜디오가 너무 느리다. 자동으로 찍었었다. 참고로 JPG 원본이다. 항상 JPG와 RAW로 같이 찍기는 하는데, 어차피 보정은 안 한다. 아니, 정확히는 못 해서.

성곽을 따라 조금 더 걸었다. 여전히 남은 눈이 여기저기에서 반짝였고, 석벽은 겨울의 그림자를 품고 있었다. 저 돌들은 얼마나 많은 계절을 지나왔을까. 똑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텐데, 해가 기울 때마다 매번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었다.

니콘 ZF는 그런 풍경에 강하다.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기억해 주는 방식. 색감도 강하지 않고, 선명함도 필요 이상으로 튀지 않는다. 그렇다고 밋밋한 건 아니다. 아주 절제된 감각. 기본 색감으로 찍었는데, 예쁘지 않나?

 

이 사진은 아무 보정도 없이, 니콘 ZF의 픽쳐컨트롤로 찍었다. 순수 픽쳐컨트롤로 찍은 사진이다. 이 색감이 딱 좋다. 과하게 튀지도 않고, 밋밋하지도 않다. 화려하지도 않고, 그냥 부드럽게 가라앉은 색조에 눌린 듯한 톤이다. 묘하게 아련한 색, 디지털인데 아날로그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살짝 바랜 듯한 느낌이 마치 오래된 필름 사진을 꺼내 본 듯한 그런 색이다. 특별히 필름 효과를 넣은 것도 아니고, 보정한 것도 아니다. 순수는 필름 느낌이 나서 좋아하는 픽쳐컨트롤이다.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이 필름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니콘의 픽쳐컨트롤은 감정과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실제 니콘 관계자가 한 말인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이 문구는 후지필름 레시피를 다루는 한 사이트에서 본 인상적인 표현이었다.

 

이 사진은 데님 픽쳐컨트롤로 찍었다. 솔직히 평소에 순수가 내 취향에 더 가깝지만, 데님이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 그중에서도 클래식 네거티브와 닮았다는 것을 보고 문득 한 번 시도해 봤다가, 뜻밖에 맘에 들어버린 픽쳐컨트롤이다. 특유의 색감이 사진에 전혀 다른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한 번 쓰고 나면 자꾸 다시 찾게 되는 진득한 색감이다. 어두운 녹음은 더 짙게, 빛이 닿은 나무껍질은 살짝 붉게 번진다. 전체적으로 눌린 톤인데도 디테일은 살아 있고, 묘하게 분위기 있다. 도시의 가장자리를 감싸는 이 어둑한 감성이, 마치 겨울 초입의 기억처럼 오래 남는다. 빛이 좋았던 건 사실이지만, 아마 이 색감이 아니었다면 이 풍경을 이렇게 오래 바라보진 않았을 거다.

데님이 클래식 네거티브를 닮았다는 것을 보고 기대했지만, 직접 찍어보니 느낌은 사뭇 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다름이 오히려 더 좋았다. 생각보다 더 내 취향이었다.

 

이런 장면 앞에선 괜히 셔터를 조심스럽게 누르게 된다.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무언가 감정이 머무는 느낌. 픽쳐컨트롤은 순수, 그리고 JPG. 손대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딱 그만큼만 담긴 장면이다. 아무 색도 강조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모든 색이 고르게 숨을 쉬는 듯하다. 지나간 계절과 남겨진 온기가, 사진 속에 고요하게 머물러 있다. 나는 데님으로 찍은 하늘도 좋아하지만, 순수로 찍은 하늘 색감도 무척 좋아한다.

같은 장소라도, 색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똑같은 풍경인데도 톤 하나로 감정의 결이 달라지고, 기억 속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자꾸 다른 픽쳐컨트롤을 써보고 싶어진다.

 

색이 화려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것도 순수로 찍었다. 강한 색감이나 과장된 대비 없이,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담아낸다. 순수는 설명하지 않고, 대신 느끼게 한다. 그래서 찍고 나서도 사진을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 잘 찍었는지 아닌지보다, 이 감정이 맞는지 아닌지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나는 보정도 잘 못 하고, 편집도 그리 능숙하지 않다. 그래서 이 픽쳐컨트롤이 좋다.

 

저번에 올리려 했다가, 결국 올리지 않았던 사진들이다. 찍고 나서 봤을 때는 뭔가 어정쩡해 보여서, 망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빛은 불균형하고, 프레임도 애매하고, 색도 딱 떨어지지 않고 흐릿하게 퍼져 있는 느낌이고. 그냥 망친 사진이었다. 그래서 그냥 폴더 속 어딘가에 넣어두고, 한동안은 열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다시 꺼내 본 이 사진들이 괜찮다. 그때는 실패처럼 보였던 그 흔들림과 어둠이 이제 와서 보니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완벽하지 않아서 버리려 했던 사진인데, 지나고 나니 오히려 그 불완전함이 이 사진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찍을 때는 몰랐던 사진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말을 건다. 순간의 실패가 아니라, 늦게 피어난 감정일지도 모른다.

 

이 사진도 그렇다. 아마 카페 유리창을 찍은 사진일 거다. 초점은 엇나갔고, 반사는 심했으며, 무언가를 명확히 담지도 못한 사진이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난 뒤, 액정을 보며 이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었다. 그래서 다른 사진들 사이에 끼워 넣고는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봤을 때, 묘하게 눈길이 갔다. 불완전한 초점과 번진 빛, 그리고 흐릿하게 보이는 컵과 그림자. 그 모든 것이 의도된 것처럼 어울려 있었다. 이건, 그날의 온도 같다. 선명하지 않아도 확실했던 공기의 밀도. 대화를 마친 후의 여운, 잔이 비워지고 나서야 느껴졌던 감정 같은 것. 이 사진은 완벽해서 남는 게 아니라, 그날의 흔들린 기억을 담고 있어서 오래 남는다. 그래서 결국, 이 사진도 꺼내게 된다. 망한 줄 알았던 한 장이, 가장 오래 머무는 사진이 되어버린다.

 

이건 완전히 망친 사진이다. 노출은 엉망이고, 색은 무너졌으며, 프레임도 방향을 잃었다. 누가 봐도 실패작이다. 그럼에도 지우지 않았다. 그럴듯한 이유는 없다. 다만, 이 사진에 내 실수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다. 그 순간의 나쁜 선택이 그대로 기록된 결과. 하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다. 이 사진은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다신 이렇게 찍지 않겠다는 다짐이 된다. 언젠가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이 장면을 떠올리기 위해서다. 기억보다 기록이 오래가니까. 이건 반면교사다. 실패가 고스란히 담긴, 나만의 교재. 언젠가 이 실패 덕분에 조금 더 좋은 사진을 찍게 될지도 모른다.

 

다음에는 또 뭘 찍게 될까. 아직 모르지만, 그게 바로 이 카메라를 들고 나가는 이유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속에 특별한 장면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 순간을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ZF는 늘 준비된 친구처럼 옆에 있어 준다.

사진이란 게 결국, 잘 찍은 사진보다 기억에 남는 사진이 더 오래 가는 거니까. 주머니에 예비 배터리 하나 챙길까 한다. 저번에 하루에 한 300장 찍었는데 한 40에서 30% 남았던 거 같다. 오늘도 ZF를 목에 걸고 나선다. 어디든, 무언가 찍고 싶은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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