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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요일의 21입니다. 어떻게 보면 도박이긴 했다. 최근에 니콘 ZF로 찍은 전시회 사진을 올렸고, 못난 사진 실력을 커버치려고 글로 포장했다. 그 글은 망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조회 수가 안 나왔거든. 쓴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여러 방면으로 글을 쓸 생각이다. 솔직히 말해서 사진 실력이 더럽게 없어서 그저 글을 덧붙일 뿐이다. 다만 뭐라도 덧붙여야 해서 저번 전시회 때 포스팅도 그렇고 지금 포스팅도 장황해질 터다. 애초에 글 이거 써야지 하고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눈에 보이는 것이 좋아 보여서, 사진을 기록하는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사진을 찍을 뿐이다.

사진보다는 카메라를 검색하고 보는 걸 더 좋아하는 거 같다. 유튜브로 카메라 POV 영상 보는 것이 어찌나 즐겁던지. 재밌더라. 저 장소로 바로 순간 이동해서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다. 나라면 어떤 걸 찍을까 생각하며 본다. 내가 생각한 걸 당사자가 찍거나 했을 때 그게 정말 희열이 느껴질 정도로 재밌다. 미처 생각하지 않은 것을 찍을 때도 그렇다. 하나 배워가는 셈이다.

 

니콘 ZF 색감에 취할 때가 있다. 뭐 솔직히 다른 미러리스나 DSLR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보유하게 된다면 그 기종 색감에도 똑같이 취하지 않을까 싶다. 캠프 스냅 색감에도 취했으니 그러지 않을까 한다. 다른 카메라를 어떤 걸 살지는 모르겠으나 입문을 니콘으로 해서 니콘으로 마음이 기울고는 있다. 후지필름 이전에 캐논이나 니콘 중에서 고민하기도 했었고. 당시에 내가 즐겨보던 수사물 미드에서 나온 카메라가 니콘이었다. 성능, 스펙 이런 거 하나도 모르는데 그저 갖고 싶더라. 지금도 모르기는 하지만.

니콘 ZF는 디자인에 취해서 구매한 카메라인데, 색감에도 취해 버렸다. 무엇보다 사진 생활이 이렇게나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카메라다. 나는 오래전부터 카메라가 갖고 싶었으나 항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니콘 ZF를 살 때도 똑같았다. 여하튼 니콘 ZF를 사서 다행인 게 사진 생활이 즐겁다는 것과 내게 너무 고마운 카메라라는 거다.

내 목표는 블로그에 카메라 관련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거다. 그 목표에 다가가게 해주는 카메라다. 캠프 스냅도 그럴 목적으로 구매했으나, 인지도가 낮아 검색 유입이 적다. 사진 찍는 과정이나 사진을 다시 보는 과정은 재밌는데 이거 블로그에 올리는 과정은 즐겁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특히 올리고 나서 조회 수가 생각보다 안 나올 때 딱히 좋지는 않다. 나는 주로 내용을 먼저 쓴 다음에 제목을 나중에 정하는 편인데, 이것도 쉽지가 않다. 제목 하나 내용 하나에 따라서 조회 수가 전혀 달라지니 신중하다. 그렇게 해도 안 나올 수 있는 게 조회 수다.

 

니콘 ZF의 시대가 왔다. 니콘 ZF로 찍은 사진이다. 렌즈는 여전히 40mm 쓰고 있다. 펌웨어 정말 좋다. 참고로 여기 올린 사진들은 펌웨어 이전의 사진들이다. 후지필름 X100VI나 X-T5는 한때 아니 여전히 갖고 싶고 써보고 싶기는 한데, 그것도 시들시들해질 때가 있기는 하다. 그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이 써보고 싶기는 하지만, 색감을 좋아하는 건지 그 해당하는 카메라의 기종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후지에 대한 동경을 니콘 안에서 풀고 있다. 픽쳐컨트롤을 만지작거리면서 이 정도면 후지 부럽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아니, 사실 설득할 필요도 없을 만큼 만족스럽다. 니콘 ZF는 처음부터 필름 감성을 지향한 디자인이었고, 이번 펌웨어 업데이트 덕분에 이제는 결과물까지 필름스러워졌다.

어떤 날은 데님으로, 또 어떤 날은 순수로 찍는데, 그때그때 기분 따라 바꿔 찍는 재미가 있다. 후지의 클래식 크롬이나 클래식 네거티브처럼 니콘도 감성적인 색을 낼 수 있다는 걸, 이제는 확실히 느낀다. 물론 바디 안에 그레인 효과가 없다는 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그건 나중에 후보정으로 넣으면 된다며 스스로를 달랜다. 내가 원하는 건 결국 느낌이지 기종이 아니니까. ZF는 그 느낌을 충분히 주고 있다.

 

게다가 니콘 픽쳐컨트롤로 어떤 분들이 후지필름 필름 시뮬레이션 레시피를 만든 것도 있고, 지금은 펌웨어를 해준 덕분에 더 다양한 색감을 쓸 수 있게 됐다. 원래는 니콘 ZF는 안 됐지만 4월 8일에 펌웨어 업데이트가 되었다. 이미징 클라우드 업데이트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 좋다. 솔직히 펌웨어 이전부터 레시피를 쓴 적도 있었고, 기본 색감도 그렇고 전부 색감이 너무 좋다. 색감 덕분에 사진 찍을 맛 난다고 할까.

게다가 이게 단순히 색감이 예쁘다는 수준이 아니라, 촬영할 때부터 결과물이 예상되니까 셔터 누르는 손맛도 훨씬 좋다. RAW로 찍고 후보정하는 것도 좋지만, JPEG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떤 색감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사진이 나오니까, 한 장 찍고 나서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때 오는 그 짜릿함이 있다. 물론 아직도 후지의 클래식 크롬이나 클래식 네거티브 같은 필름 시뮬레이션이 부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은 니콘도 충분히 매력적인 색감 체계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아니, 실은 애초에 기본 색감에서부터 반했다.

 

원래 DSLR이나 미러리스 같은 카메라를 사려고 한 이유는 아웃포커싱 때문이었다. 니콘 ZF를 사서 자연스럽고 깊이감 있는 아웃포커싱이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만, 필름처럼 보이는 색감도 마음에 든다. 정말 만족스럽다. 다만 아쉬운 점은 후지필름처럼 카메라 바디 내에서 필름 그레인을 넣거나 하는 기능이 없다는 거다. 그 기능이 있다면 솔직히 후지필름이 굳이 필요하지가 않아서. 물론 듣자 하니 니콘도 앞으로 더 다양한 색감을 추가할 예정이라니 기대는 하고 있다. 물론 가능하면 X100V, X100VI, X-T5도 살 거다.

혹시 모르지. 또 니콘 살 거 같다. 니콘 ZF를 사고서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본 영상이 니콘 ZF vs 후지필름 X-T5나 X100VI이었는데 거기서 촬영자가 보여준 픽쳐컨트롤 색감이 순수와 데님이었다. 영상으로 봤을 때도 색감이 꽤 괜찮았는데, 직접 찍어보니 대만족이었다. 이 두 색감은 지금도 내가 자주 애용하는 색감인데, 필름 느낌이 물씬 나서 좋다.

실제로 후지필름을 사용하던 어떤 사용자가 데님은 필름 시뮬레이션의 클래식 네거티브와 흡사하다고 하더라. 나야 후지필름을 써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못 하지만, 촬영자가 데님 픽쳐컨트롤에 살짝만 설정을 조정해서 클래식 네거티브 레시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싶다. 꽤 아름답고 강렬하게 예쁜 색감이다. 이런 색감들을 보다 보면, 진짜 사진 찍는 게 즐거워진다.

 

필름 시뮬레이션 뽕 없애려고 그러한 글이나 영상을 찾아보게 된다. 니콘 ZF 쓰고 나서 후지필름 X100VI나 X-T5를 팔았다는 거 위주로. 위안이라도 삼으려는 건지, 아니면 합리화를 가장한 만족의 재확인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보면 니콘으로 마음이 기울게 된다. 비록 나야 사진 실력이 좋지 않아서 니콘 Z8이나 니콘 Z9를 쓴다 한들 같을 거다. 지금도 니콘 ZF를 잘 다루지는 못하고, 좋은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누가 봐도 잘 찍었다고 할 만한 사진도 없다. 그럼에도 색감에서 부족함을 느껴본 적은 없다. 주로 망친 사진 위주로 찍기는 하지만 그 좋은 색감 덕분에 사진이 살아나는 거 같다. 사진 실력은 없어도 색감 하나 믿고 간다.

 

요즘 니콘 ZF로 야간 촬영을 시도하고 있다. 낮에는 사실 대충 찍어도 괜찮게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야간 사진은 정말 어렵다. 노출도, 초점도, 구도도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그래도 니콘 ZF를 쓰면서 한 가지 확신하게 된 게 있다. 색감 하나만큼은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거다. 사진은 망쳤는데, 색감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사진이 된다. 진짜 웃긴 게, 사진은 개판인데 색감만 예뻐서 "그래도 괜찮아 보이네" 하고 넘어간다. 솔직히 말해서 난 사진 잘 못 찍는다. 그냥 못 찍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그냥 더럽게 못 찍는다. 그건 내가 제일 잘 안다. 근데 그게 뭐? 못 찍으면 어쩌라고. 내가 찍고 싶은 거 찍는 건데. 못 찍는다고 해서 찍지 말란 법은 없잖아. 아무리 못 찍어도 셔터 누르는 그 느낌이 좋다.

솔직히 말해서 사진보다 카메라를 보고 만지고 조작하는 게 더 즐거운 거 같다. 남들이 찍은 사진을 감상하는 것도 제법 재밌기는 하나, 그다지 감흥이 없기도 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경험이 없어서다. 내가 찍은 사진은 구리게 나왔든 잘 나왔든 간에 그 안에 내가 직접 누른 셔터와 그 순간의 경험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남들이 봤을 땐 구리고 별로일지 몰라도, 나는 그 사진을 다시 볼 때마다 그때의 느낌이 되살아나고, 그 덕분에 감상이 즐거운 거다.

그래서 못 찍었어도 내 사진은 나한테는 괜찮은 거다. 뭐, 남들 눈엔 구리고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 나도 안다. 올리기에도 좀 부끄러운 사진들이다. 실은 올린 줄 알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까 안 올렸더라. 무의식적으로 안 올린 걸지도 모르겠다. 너무 망했으니까. 근데 그게 뭐 어때서. 그런 사진도 나에겐 의미가 있다. 그날의 밤공기, 그 거리의 조명, 그때의 내 기분. 그걸 기억하려고 찍은 거니까.

 

구도가 완벽하지도 않고, 초점도 나가버린 그런 사진이지만,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사진을 내가 찍었다는 점이 좋다. 장노출도 좋다. 사진이 전공이 아니다 보니, 사진을 배워본 적이 없기에 유튜브 영상이나 글이 많은 도움이 된다. 누군가는 장노출이라 하면 삼각대에 묶인 채 차분하게 찍는 풍경 사진만 떠올리겠지만, 내가 끌리는 건 그보다 조금 다른 쪽이다.

니콘 ZF를 사기 전에 나도 장노출은 계곡의 물줄기나 자동차의 궤적 사진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관련된 글과 영상을 찾아보다 보니, 장노출은 그것보다 훨씬 더 깊고, 넓고, 감성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특히 낮에도 장노출을 시도해 보고 싶어서 ND필터도 살까 싶은데, 장노출은 자동차의 궤적보다는 인물이나 거리 사진을 장노출로 담아보고 싶다. 유튜브에서 봤는데 참 매력적이더라.

차가운 거리 위로 흐릿하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멈춰 있는 사물 사이로 시간이 흘러가는 장면들, 인물과 풍경 사이 어딘가를 오래 노출로 담아낸 사진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줄은 몰랐다. 니콘 ZF로 그런 장면들을 직접 담아보고 싶다. 니콘 ZF로 작례를 더 올려보려 한다. 결과물이 예쁘면 카메라가 예뻐 보인다는데 얘는 이미 디자인이 죽여주고 결과물도 예쁘다. 디자인도 성능이다. 그야말로 완성형이다. 니콘 ZF로 더 다양한 사진을 찍고 싶고, 그럴 거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들어주는 기분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결국 사진은 실력보다도, 애정이 더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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