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요일의 21입니다. 출근하자마자 행사장에 올라갑니다. 하. 일도 바쁜데 별거 다 시키네요. 행사장에서 하는 일은 상품을 판매하는 일입니다. 장사가 잘되냐? 안됩니다. 솔직히 잘되는 게 이상한 겁니다. 장소가 안 좋습니다. 상품을 팔려면 상품이 노출되어야 합니다. 일단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설령 있다 해도 상품을 슬쩍 보다가 그냥 지나치지, 상품을 구매하는 이는 드뭅니다. 행사장에서 팔리는 것보다 본 매장에서 팔리는 게 더 많습니다. 행사니까 할인 판매를 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싼 것은 아니니까. 여하튼 원래 이 행사를 하기 전에 다른 행사가 있었습니다. 같은 장소였습니다. 장사가 마찬가지로 잘 안됐죠. 남극에서 장사하는 기분이랄까요. 사람이 없는데 가게를 열면 뭐합니까? 그런데 어떡합니까? 까라면 까야지.
오지게 안 팔립니다. 어떻게 하면 팔리려나 생각해봤지만,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솔직히 잘 팔리나 안 팔리나 월급은 같습니다. 아마 내일도 행사장에 올라갈 텐데, 바쁜데 이게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본 매장에서 하는 게 없으면 행사장에서 몇 시간이든 있을 수 있습니다. 아예 끝날 때까지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게 아니거든요. 본 매장에서 하는 일이 적냐? 아니요. 그것만 매달려도 일이 안 끝납니다. 주문 넣어야지, 거래처 연락해야지, 상품 진열해야 합니다. 솔직히 상품 진열하는 데에 시간이 제일 많이 듭니다. 반품도 해야 하는데, 바빠서 못하고 있습니다. 반품하기는 해요. 퇴근하고.
그만큼 바쁘다는 얘기죠. 매출이 좋으면 그러려니 하고 열심히 하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게다가 행사장에 올려 보내놓고 상품 진열이 왜 늦느냐고 하면, 이게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