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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요일의 21입니다. 니콘 ZF를 사고 나서 니콘 픽쳐컨트롤을 처음 만졌을 때,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아니, 큰 기대는커녕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지. 그냥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어. 너무 예쁜 거야. 카메라가. 카메라를 고르면서 스펙표를 안 보는 건 아닌데, 가끔은 그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얘가 그랬다. 일단 생긴 게 마음에 들어야 손이 가고, 손이 가야 사진도 찍으니까. 니콘 ZF는 그런 카메라였다.

니콘 ZF를 사기 전에 갖고 싶었던 카메라는 후지필름 X100V나 X100VI, X-T5이었지. 그때는 필름 시뮬레이션을 쓰고 싶었거든. 사진을 찍으면 바로 색감이 입혀져 있고, 굳이 보정하지 않아도 뭔가 완성된 것처럼 나오는 그런 느낌. 그게 좋아 보였다. 그런데 니콘 ZF를 알게 된 거지. 문제는 이 카메라가 너무 예뻤다는 거다. 후지필름을 사면 니콘 ZF가 계속 아른거릴 것 같고, 니콘 ZF를 사면 후지필름이 계속 아른거릴 것 같았다. 아마 후지필름을 샀어도 잘 썼을 거 같긴 해. 내 손에 들어온 건 니콘 ZF였다.

어쨌든 니콘 ZF를 산 지 이제 좀 있으면 2년이 된다. 그 사이에 관점이 바뀌었고, 기준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RAW로 찍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니콘 ZF로 찍은 JPEG 사진도 충분했으니까. 그냥 찍고, 마음에 들면 그대로 쓰고, 블로그에 올리고, 기록으로 남기면 됐다. 굳이 RAW까지 남겨서 용량 차지하게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지. 그런데 지금은 둘 다 기록한다. JPEG도 남기고 RAW도 남긴다. RAW로 찍은 사진도 색감이 너무 좋은 거야.

좌측(RAW) 우측(JPEG)

처음에는 RAW까지 찍을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쓰다 보니 또 그게 아니더라. RAW 파일을 열어보면 색감이 괜찮은 거야.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마음에 들더라고. 예전에는 RAW라고 하면 뭔가 밋밋하고, 손을 많이 봐야 하는 파일이라고 생각했다. 카메라를 사기 전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찾아봤으니까, RAW는 보정해야 쓸 수 있는 사진이고, JPEG는 바로 볼 수 있는 사진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RAW는 나중에 귀찮게 만져야 하는 숙제 같은 느낌이었지. 그런데 니콘 ZF로 찍은 RAW는 생각보다 첫인상이 좋았다. 열자마자 이걸 어디서부터 살려야 하나 싶은 느낌이 아니라, 그냥 올려도 괜찮고, 조금만 손보면 되겠는데 싶은 경우가 많았다.

니콘 순수 픽쳐컨트롤로 촬영(JPEG 원본)

물론 JPEG도 좋다. 니콘 ZF의 JPEG는 그냥 막 찍어도 꽤 안정적으로 나온다. 특히 픽쳐컨트롤을 잘 맞춰두면 찍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방향이 잡혀 있다. 이게 중요하다. 사진을 찍고 나서 매번 처음부터 다시 색을 만들어야 하면 피곤하다. 특히 일상 사진이나 블로그에 올릴 사진은 더 그렇다. 찍는 것도 일이고, 고르는 것도 일이고, 올리는 것도 일인데, 색감까지 매번 새로 만들어야 하면 그건 취미라기보다는 노동이니까. 결과물이 달라지는 게 재밌기는 하지만.

캡쳐원으로 내보내기 한 사진(품질은 80, JPEG)

 

NX 스튜디오로 내보내기 한 사진(품질은 85, RAW)

픽쳐컨트롤은 코닥 비전 3이다.

 

이건 NX 스튜디오로 픽쳐컨트롤만 변경해서 출력했다. 니콘의 기본 픽쳐컨트롤이며, 플랫 픽쳐컨트롤이다.

처음에는 픽쳐컨트롤을 그냥 기본 설정 몇 개 중에서 고르는 기능 정도로 생각했다. 표준, 선명하게, 인물, 풍경, 모노크롬. 뭐 이런 식으로. 그런데 막상 만져보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더라고. 선명도, 명료도, 콘트라스트, 밝기, 채도, 색조 같은 걸 조절하다 보면 같은 픽쳐컨트롤이라도 전혀 다른 느낌이 된다.

말로만 들으면 조금 복잡해 보이는데, 막상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애초에 인터넷에 찾아보면 관련 설정값도 꽤 많이 나온다. 그냥 사진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쪽으로 조금씩 옮기거나, 먼저 써본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채도가 너무 강하면 줄이고, 대비가 심하면 낮추고, 뭔가 밋밋하면 명료도나 대비를 조금 올리고. 그런 식이다.

기본 픽쳐컨트롤 중에서는 표준, 뉴트럴, RP, 플랫을 가장 자주 쓴다. 뉴트럴은 카메라 안에서는 자연스럽게로 표시되고, 플랫은 단조롭게로 표시되는 그 설정이다. RP는 리치 톤 인물. 이름만 보면 인물 사진 전용처럼 보이는데, 막상 써보면 꼭 인물에만 묶어둘 필요는 없더라고. 어쨌든 나는 이 네 가지를 자주 만진다. 표준은 생각보다 완성형이다. 대비와 채도가 이미 어느 정도 올라와 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찍어도 잘 나온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그냥 막 찍을 때는 표준 아니면 자동으로 두고 색감만 조금씩 바꿔가며 쓰고 있다.

클래식 크롬, 클래식 네거티브, 포지티브 필름 픽쳐컨트롤.

최근에 애용하게 된 픽쳐컨트롤인 포지티브 필름 픽쳐컨트롤. 색감이 예쁘다.

씨네스틸 800T, XT1, 니콘 D3 픽쳐컨트롤.

아무래도 XT1은 후지필름 X-T1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X-T1 유저가 자기가 쓰는 X-T1 색감과 흡사하다고 말하긴 했는데, 정작 나는 X-T1을 써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내가 RAW로 찍고 픽쳐컨트롤을 만진다고 해서 후보정 여지를 엄청나게 확보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순간의 공기를 조금 더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쪽이랄까. 애초에 후보정을 잘하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캡쳐원이나 NX 스튜디오를 엄청 깊게 활용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캡쳐원 같은 경우도 대단한 보정용이라기보다는 내보내기할 때 사진 품질을 80 정도로 낮추거나 그 아래로 내려서 용량을 줄이는 용도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면 블로그에 올릴 때 좀 수월하거든. 사진은 마음에 드는데 용량이 너무 크면 올리는 과정부터 귀찮아진다. 그럴 때 캡쳐원이 은근히 편하다. 딱히 건들 게 없어.

다만 요즘은 보정에도 조금 재미가 붙어서, 여기에 커스텀을 조금 얹는다. 선명도는 올리고, 콘트라스트는 살짝 줄이고, 채도는 거의 건드리지 않는다. 대신 하이라이트를 깎고, 섀도우를 살짝 올리고, 화이트는 내린다. 이렇게 하면 사진이 뭔가 더 잘 나온 것처럼 보이는데, 그게 좋더라고. 물론 내가 이런 걸 알아서 하게 된 건 아니다. 그냥 외국 유튜버가 이렇게 보정한다기에 따라 해본 거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느낌이 괜찮았다. 괜찮으면 된 거지. 취미가 뭐 대단한 논문 쓰는 것도 아니고. 캡쳐원에는 매치 룩이라는 기능도 있다. 쉽게 말하면 색감을 복사해서 붙여 넣는 기능이다. JPEG 원본 색감을 복사해서 RAW에 적용하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얼추 비슷한 느낌이 나온다. 거기에 그레인을 조금 넣고는 한다.

완벽한 필름 느낌까지는 아니어도, 사진이 너무 말끔하게만 보이는 것보다는 약간 거칠게 살아나는 느낌이 있어서 좋다. 니콘 ZF는 카메라 안에서 필름 그레인을 넣을 수 있다. 나는 필름 크기는 작게, 강도는 3으로 두고 쓰는 편이다. 저번에는 필름 크기를 중간으로 쓴다고 했는데, 다시 보니 작게가 맞는 것 같다. 니콘 ZF에 필름 그레인을 못 넣는다고 아는 분도 있던데,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면 된다.

NX 스튜디오JPEG든 RAW든 픽쳐컨트롤이 적용되어 보이는데, 캡쳐원은 RAW에는 그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더라고. 하는 방법이 있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고 아직 안 찾아봤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캡쳐원에서는 따로 적용이 안 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 NX 스튜디오에서는 니콘이 보는 색을 보고, 캡쳐원에서는 조금 다른 출발점에서 만지는 느낌이 있으니까.

요즘은 옛날 니콘 DSLR이나 니콘 D5 같은 카메라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같았으면 성능 때문에 최신 바디를 더 봤을 텐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어차피 RAW로 찍고 NX 스튜디오에서 픽쳐컨트롤을 적용하거나 색감을 조금 바꿔보면 되니까. 물론 바디마다 센서도 다르고, 결과물의 느낌도 다르겠지만, 적어도 색감이나 성능 때문에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 니콘 DSLR 특유의 느낌에 지금의 NX 스튜디오 활용을 하면 또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생긴다.

그리고 나는 DSLR을 거치지 않고 바로 미러리스 쪽으로 온 사람이라, DSLR도 한번 맛보고 싶긴 하다. 요즘 카메라들이 워낙 편하고 똑똑한 건 맞다. 미러리스는 찍기 전에 결과를 어느 정도 볼 수 있고, 초점도 잘 잡아주고, 기능도 많다. 그런데 그래서 오히려 DSLR이 궁금해진다. 광학식 뷰파인더로 보는 느낌, 셔터가 움직이는 감각, 사진을 찍고 나서야 결과를 확인하는 약간의 불편함. 그런 것들이 지금 와서는 단점이라기보다 하나의 재미처럼 느껴진다.

이건 실물로 봐야 한다. 그래야 알 수 있다. (참고로 이번에 우주에 갔다지!)

예전에 롯데몰에 갔다가 니콘 D5 실물을 본 적이 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솔직히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그냥 크고 투박한 DSLR 정도로 보였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니콘 ZF 같은 방향과는 완전히 다르니까. 그런데 실물로 보니까 느낌이 전혀 달랐다. 웅장했다. 압도감이 있었다. 손에 쥐기도 전에 이미 존재감이 먼저 오는 물건이었다. 사진으로는 그 크기와 무게감, 웅장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잘 안 느껴졌는데, 실제로 보니까 왜 플래그십 바디라는 말을 쓰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냥 갖고 싶더라고. 내 취향이 바뀐 계기였달까. 카메라가 꼭 예쁘고 아기자기해야만 끌리는 건 아니구나, 크고 투박해도 그 자체로 사람을 압도하는 맛이 있구나 싶었다.

니콘 D5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옆길로 샌 느낌도 있는데, 결국 이 얘기도 픽쳐컨트롤과 이어져 있다. 예전에는 카메라를 볼 때 디자인이나 최신 성능을 먼저 봤다면, 요즘은 그 카메라로 어떤 색을 만들 수 있을지가 더 궁금해졌다. D5 같은 오래된 플래그십 바디가 궁금해지는 것도 그래서다. 단순히 크고 웅장해서가 아니라, 그 카메라에서 나온 RAW를 지금의 NX 스튜디오로 만지면 어떤 느낌이 날까 싶은 거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다시 니콘 ZF로 돌아오게 된다. 지금 내가 가장 많이 만지는 카메라는 ZF고, 픽쳐컨트롤을 가장 자주 실험하는 카메라도 ZF니까. 뭐 카메라가 얘밖에 없긴 해. D5가 플래그십 DSLR의 물리적인 압도감이라면, ZF는 매일 들고 나가서 색을 만져보게 만드는 쪽이랄까. 크고 무거운 장비의 맛도 궁금하지만, 결국 일상에서 자주 손이 가는 건 지금 내 옆에 있는 ZF다. 그래서 요즘은 카메라 자체보다 사진을 어떤 식으로 남길지에 더 관심이 간다. 바디가 무엇이든, 렌즈가 무엇이든,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그날의 색이다.

예전에는 이런 걸 후지필름 필름 시뮬레이션에서만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니콘 ZF를 쓰다 보니 꼭 그렇지도 않더라. 물론 후지필름이 아예 안 궁금한 건 아니다. X100VI나 X-T5 같은 카메라는 여전히 예쁘고, 필름 시뮬레이션도 여전히 좋아 보인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예전처럼 막 부럽지는 않다.

적어도 색감 때문에 후지필름을 못 사서 아쉽다는 생각은 많이 줄었다. 니콘 ZF에도 만질 수 있는 색이 있고, 남길 수 있는 분위기가 있고, RAW와 JPEG 사이에서 놀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름은 조금 덜 낭만적일지 몰라도, 결과물은 충분히 마음에 든다. 솔직히 이름은 별로긴 하다. 클래식 크롬, 클래식 네거티브 같은 이름을 듣다가 표준, 자연스럽게, 단조롭게 같은 이름을 보면 확실히...

결국 내가 원했던 건 특정 브랜드의 기능 하나가 아니라, 사진을 찍을 때 색을 고르는 재미였던 것 같다. 후지필름이 그걸 아주 잘 포장해둔 브랜드라면, 니콘은 조금 무뚝뚝하게 숨겨놓은 쪽이랄까. 처음에는 그걸 몰랐다. 그냥 예쁜 카메라 하나 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픽쳐컨트롤이 있고, RAW 색감이 있고, NX 스튜디오가 있고, 캡쳐원에서 또 만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생각보다 가지고 놀 게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후지필름이 크게 부럽지 않다.

예쁜 건 예쁜 거고, 좋은 건 좋은 건데, 내 손에 있는 ZF도 충분히 재미있다. 아니, 꽤 재미있다. 카메라는 결국 손에 있는 걸로 찍는 거고, 오래 만지는 쪽이 내 카메라가 된다. 니콘 ZF는 처음엔 디자인 때문에 샀지만, 지금은 색감 때문에 계속 만지고 있다. 이 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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