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반응형

안녕하세요. 화요일의 21입니다. 니콘 ZF로 찍은 사진들을 올리면서 참 많이 고민하게 된다. 사진을 이렇게 찍을까, 저렇게 찍어볼까 하는 것은 당연하고, 색감은 무슨 색감을 쓸까도 고민되는데, 제일 어렵고 많이 하는 고민은 이 사진을 어떻게 글로 풀어쓸까 하는 고민이다. 사진만 덜렁 올려서는 검색 유입이 잘되지 않는다. 그냥 사진만 나열하면 깔끔하긴 한데, 사진만 올리자니 검색 유입에 걸리지 않을 테니 고민이고, 그래서 글을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을 덧붙이긴 하는데, 솔직히 그게 개소리에 가까운 경우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덧붙인 글 중에서 어떤 글은 어떤 건 검색 유입이 잘 되고, 어떤 건 전혀 안 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글 쓰는 방식이 제일 고민이 된다. 사진마다 전부 설명을 달까, 느낌을 덧붙일까. 티스토리에 글 없이 사진을 올리는 분들을 종종 보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블로그는 조회 수가 낮거나 아예 방문자 수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걸 봐서 그런지 이 방식은 고민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유입이 있고 없고가 천차만별이고, 게다가 조회 수는 블로그 수입에 직결되니까 고민될 수밖에 없다. 블로그 수입 많이 벌었으면 그냥 사진만 올렸을지도. 그전에 쓴 글을 둘러봤는데 사진만 다르고, 글 내용은 거의 비슷한 것도 있어서 콘텐츠로도 좋지 않다.

검색 유입에 걸린다는 이유로 너무 타 기종을 지나치게 언급하는 것도 있고. 언급이야 하겠지만 줄여보려고 한다. 이게 니콘 ZF 글이지, 타 기종 이야기는 아니니까. 사진 설명이나 느낌 위주로 글을 쓰는 게 낫겠다 싶다. 또는 내가 왜 그걸 담아내려고 했던 건지. 솔직히 이거는 기억을 잘 못할 수도 있다. 사진을 찍고 그날 바로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아니라서. 사진을 좋아하지만 이론 공부는 하기 싫더라. 단, 카메라는 좋아한다. 니콘 ZF로 최대한 사진을 담아서 블로그에 올려 봐야지.

오늘 올리는 사진도 니콘 ZF로 찍은 사진들이다. 사용한 렌즈는 'NIKKOR Z 40mm f/2 (Special Edition)' 렌즈다. 렌즈 디자인은 니콘 ZF에 딱 어울린다고 보긴 어렵다. 레트로한 예쁜 바디에 비해, 이 렌즈는 어딘가 플라스틱 느낌이 살짝 난다. 진짜 빈티지 렌즈처럼 완벽하게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겉모습만 클래식하지, 디테일에서는 살짝 미묘한 괴리가 느껴진다. 그래도 쓰면 쓸수록 그 성능 덕분에 점점 예뻐 보인다. 결국 사진이 잘 나오면 다 용서된다고 해야 하나. 처음에 외형이 좀 애매한데 싶다가도, 결과물을 보고 나면 그래, 이 정도면 같이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렌즈는 AF/MF 전환 스위치가 없어, 수동 초점으로 전환하려면 카메라 메뉴를 통해 설정해야 한다. 렌즈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은색 링이다. 클래식한 느낌을 주려고 덧붙인 장식 같은 존재인데, 이게 고정이다. 조리개 링처럼 돌아가는 기능성 파츠가 아니라, 그냥 디자인용으로 박아둔 거다. 처음에는 어, 이거 조절되는 거 아냐? 싶었는데, 아무리 돌려봐도 미동도 없다. 딱 그 자리에 고정돼 있다. 차라리 필름 카메라에 쓰는 중인 'Nikon AF Nikkor 35-70mm F/3.3-4.5' 같은 렌즈 스타일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직접 돌아가는 조리개링, 거리계 표시창, 조밀한 고무 포커스링까지. 기능과 디자인이 함께 가는 설계. 장식이 아니라 손맛이 남는 그런 렌즈. 그래서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게 있다. 바로 '보이그랜더 녹턴 75mm F/1.5 Aspherical Z 마운트' 렌즈다. 사진만 봐도 감탄이 나오는 디자인이다. 이 렌즈를 니콘 ZF에 물리면, 클래식한 바디에 제대로 어울리는 클래식 렌즈일 것 같다. Z 마운트 전용이기 때문에 별도의 어댑터 없이도 장착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라이카 M 시리즈를 살 수 있을지 없을지 몰라도 라이카 M 렌즈는 사야겠다. 니콘 ZF에 물려야지. 그대로는 물릴 수 없으니, 어댑터를 사야 해서 이중 지출이기는 하나 쓰고 싶다. 일단 렌즈 디자인이 예쁘다.

 

이 사진은 도시 외곽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풍경이다. 화이트밸런스를 따뜻한 쪽으로 일부러 보정했다. 화이트밸런스를 살짝 조정해서, 건물 외벽이 마치 햇빛에 은은하게 물든 듯한 톤으로 맞췄다. 사실 원본은 조금 더 파란 톤이었고, 그날도 햇볕이 제법 강하게 내리쬐던 날이었다. 다만, 그날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으려면, 차가운 색보다 따뜻한 쪽이 더 잘 맞았다. 니콘 ZF를 쓰다 보니, 다른 화각도 다양하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지금은 40mm 하나밖에 없다. 렌즈 하나로 뭐든 다 찍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찍다 보면 다른 화각에 눈이 간다.

35mm나 50mm 렌즈도 한 번쯤은 꼭 물려보고 싶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거리감, 조금 더 익숙한 시선. 그런 걸로 이 도시에 익숙하지 않은 장면들을 조용히 담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특히 망원 렌즈 쪽에도 욕심이 생긴다. 단순히 멀리 있는 피사체를 찍는 게 아니라, 프레임 안의 불필요한 요소들을 눌러버리고, 주제를 강하게 부각하는 그 느낌. 예전에 누가 망원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줬는데, 시선이 사진 한가운데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복잡한 배경은 치우고, 주제만 또렷하게 살아나는 인상. 말 그대로 집중이라는 게 뭔지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물론 니콘 ZF 같은 클래식 바디에 큼지막한 망원 렌즈를 물리면 다소 언밸런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이질감이 새로운 재미일 수도 있다.

클래식 바디에 거대한 망원 하나, 그 조합 자체가 좀 웃기지만, 또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다. 결국 장비든 화각이든, 중요한 건 이 카메라를 계속 들고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찍고 싶은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 그게 지금 내가 ZF를 쓰는 이유다.

 

니콘 ZF와 NIKKOR Z 40mm F/2 (SE) 조합으로 촬영했다. 이 장소 자체가 목적지는 아니었다. 단지 하늘과 건물 외벽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셔터를 눌렀다. 이 사진을 찍을 때는 별생각이 없었다. 이 건물, 왠지 뭔가 있어 보이네? 그 정도. 따지고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풍경이다. 도심 외곽, 주차장, 평범한 건물. 그런데 그렇게 별거 아닌 것들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특별한 장소는 아니다. 그냥 길을 걷다가, 도시 외곽의 아파트 단지와 그 풍경이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특별한 건 없다. 전국 어디를 가도 이런 비슷한 아파트는 넘쳐난다. 하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이 아파트 외벽의 색이 눈에 들어왔다.

무채색에 가까운 건물 위에 세로로 그어진 파스텔톤의 색 띠들. 연보라, 옅은 파랑, 분홍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어중간한 색인데, 묘하게 전체적으로는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뭔가 묘하게 마음에 드는 색이다. 그래서 그냥 찍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마음에 들어서. 기가 막힌 구도도 아니고, 특별한 의미도 없다. 그냥 스쳐 지나가려던 길목에서, 평범한 아파트 하나가 그날따라 예뻐 보여서 셔터를 눌렀다.

 

다음은 오래된 공터에 설치된 배드민턴장. 말이 배드민턴장이지만, 사실상 방치된 공간이다. 해진 네트, 휘어진 기둥 뒤로 보이는 풍경 그런 것들이 만들어내는 이 분위기가 좋았다. 애초에 이 장소를 찍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냥 걸었고, 우연히 마주쳤고, 그냥 눌렀다.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사실 이 사진을 찍기 직전까지는, 저 멀리 나무 근처에서 뭔가 날아다니는 걸 봤다. 새였다.

순간, 아 찍어야지 싶어서 부랴부랴 걸음을 옮겼는데, 렌즈가 40mm다. 망원도 아닌, 그냥 정직한 화각의 단렌즈다. 새가 찍힐 리가 없었다. 결국 새는 멀리 날아가 버렸고, 나는 새 대신 방치된 네트를 찍었다. 그런데도 결과물은 나름 마음에 든다.

 

아주 근접해서, 바닥의 나뭇가지를 찍었다. 나뭇가지라고 부르긴 애매하다. 거의 나무의 시체들이다. 잘리고 버려진 채로 엉켜 있다. 사진이 좀 복잡하다. 선들이 많고, 구조가 얽혀 있고, 시선이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혼란스럽다. 그래서 찍었다. 보기에는 엉망인데, 이상하게 자꾸 보게 되는 사진이다. 나도 왜 이걸 찍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찍고 나서 보니 뭔가 있다.

 

물가의 두 오리. 딱히 귀엽다거나, 특별한 동작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유유히 헤엄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그냥이 좋았다. 도시 안의 작은 개울, 맑은 물, 조용한 흐름. 그리고 그 위에 떠 있는 오리 둘. 구도나 빛 같은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이 괜찮아 보여서. 사실 이 사진은 크롭한 것이다. 원본에는 이것저것 불필요한 것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어설프게 프레임에 걸린 나뭇가지, 어중간한 그림자, 엉뚱한 각도로 지나가는 산책로. 다 찍히긴 했지만, 굳이 남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덜어냈다. 오리 둘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잘라냈다.

게다가 사용한 렌즈가 40mm 단렌즈다 보니, 오리들이 프레임 안에서 꽤 작게 보였다. 눈으로 볼 때는 멀지 않았는데, 사진으로 보니 의외로 거리가 느껴졌다. 그래서 더더욱 크롭이 필요했다. 작게 박혀 있던 오리 둘을 화면 안쪽으로 당겨와야 했다. 어수선했던 장면이 정리가 됐고, 내가 담고 싶었던 느낌이 더 또렷해졌다. 덜어낸다는 건 뭔가를 버리는 게 아니라, 진짜로 남기고 싶은 것에 더 가까워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많이 잘랐는데도 사진 품질은 괜찮았다. 디테일이 흐트러지지 않았고, 오히려 집중도가 더 높아졌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됐다.

 

빛이 다 사라지기 직전의 하늘은 언제나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노을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해는 졌고, 밤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둠이 덜하다. 이도 저도 아닌 그 사이, 그 애매한 틈을 담았다. 도심의 실루엣은 깜깜한 그림자처럼 깔려 있고, 위로는 보랏빛에서 남은 햇살이 옅게 퍼진다. 눈에 보이는 풍경은 별거 없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쓰레기다. 부서진 플라스틱, 뜯긴 비닐, 쌓여 있는 철제들.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모른 채 그냥 무작위로 뒤섞여 있다. 언뜻 보면 지저분하고 어지럽지만, 그 안에도 묘하게 정돈된 리듬이 있다. 철망의 규칙적인 간격과 어지러운 쓰레기들의 무질서가 묘하게 어울린다.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상하게도 눈에 걸렸다. 시선을 끌 만한 색도 없고, 특별한 것도 없다. 무심하게 눌렀던 셔터였지만, 찍고 나서 다시 보니 계속 눈이 간다. 굳이 짚자면, 니콘 픽처컨트롤의 색감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그 특유의 채도와 컨트라스트가 평범한 쓰레기 더미를 조금은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다.

 

길을 걷다가 시야에 걸렸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부츠들. 이미 닳아빠졌고, 먼지 낀 채로 놓여 있다. 묘하게 눈에 밟혔다. 바랜 페인트, 짝을 잃은 신발, 나무 울타리 너머로 삐죽이 솟은 나뭇가지. 구성은 조금 산만했지만, 색감과 질감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좋다. 실은 이 사진은 크롭했다. 원본 프레임 하단에는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마 옷 수거함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부츠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크고 투박한 덩어리였다. 시선을 분산시키는 요소였고, 분위기를 깨는 느낌이어서 과감히 잘라냈다. 덜어내고 나니 오히려 이 버려진 부츠들의 존재감이 더 선명하게 살아났다.

사진은 니콘의 데님 픽처컨트롤로 찍었다. 색감도 한몫했다. 데님은 진한 원색의 피사체를 담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부츠 위에 덮인 먼지와 닳은 고무 밑창마저도 그냥 기록해 두고 싶은 사진으로 바꿔줬다. 니콘이 이미지 처리에 공들여 넣은 이미징 클라우드 맞춤 픽처컨트롤 펌웨어가 적용된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데님에 자꾸 손이 간다. 분명히 매력적인 픽쳐컨트롤도 있지만, 데님 특유의 진한 색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바닥에 쓰러진 나무. 잘려 나간 흔적이 분명하다. 누군가 정리했겠지만, 그 흔적은 아직도 거기 있다. 나무껍질, 뿌리, 남은 가지들. 뭔가 정리됐지만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이 장면을 데님 픽처컨트롤로 찍으니, 색감이 더 절묘하게 어울렸다. 원색적인 초록이나 갈색이 아니라, 진득한 색감 덕분에 나무의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았다. 과한 생기 없이, 바래고 눅눅한 기운이 그대로 담긴 느낌. 필름 사진처럼 시간의 층이 얹힌 듯한 색감이 이 장면과 잘 맞았다. 사진을 찍기 전에는 그냥 쓰러진 나무였지만, 찍고 나서 보니 너무 마음에 든다. 데님 픽처컨트롤의 색감은 그런 식으로 장면에 생기를 덧씌운다.

 

광활한 저수지,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작은 마을. 평소 같았으면 별로 신경도 안 썼을 법한 풍경인데, 그날은 수면이 유난히도 잔잔했다. 심지어 하늘까지 맑았다. 그래서 프레임을 넓게 잡았다. 사실 별다른 피사체는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담았다. 그 순간, 문득 망원 렌즈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있는 마을의 지붕이나 나무들을 좀 더 또렷하게 당겨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 손에 들려 있는 건 40mm 단렌즈 하나뿐이다.

다행히도, 이 렌즈로 담아낸 풍경도 꽤 좋았다. 프레임 전체를 둘러싼 고요함이 잘 살아 있었고, 시선의 거리감도 자연스러웠다. 물론, 망원 렌즈를 실제로 써본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더 궁금하고, 괜히 더 멋져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진 이 40mm로도 충분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 내 시선에 이 정도의 거리감이 더 잘 맞는 걸지도 모른다.

 

이곳은 특별한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햇빛이 만들어낸 그림자, 콘크리트의 질감, 그리고 물의 색이 어울리면서, 묘하게 완성된 프레임처럼 느껴졌다. 같은 장소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졌다. 콘크리트 구조물과 물의 조합에서 오는 묘한 정적을 담고 싶었다. 콘크리트 기둥에 드리운 그림자, 녹슨 철재, 그리고 그 아래 고요하게 퍼진 물이 좋게 보였다. 사진을 찍을 때는 그냥 구조물이 멋있어 보여서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보다 더 마음에 든 건 물의 색감이었다. 당시 찍었던 픽쳐컨트롤은 LS(풍경) 픽쳐컨트롤이다.

 

겨울나무의 가지들. 나무는 이미 잎을 다 떨궜고, 남은 건 선들뿐이다. 얽히고설킨 검은 선들이 파란 하늘 위로 엉켜 있다. 애초에 이걸 찍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새를 찍으려던 참이었다. 가지 사이 어딘가에 조용히 앉아 있었고, 분명 내 눈에는 보였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그놈은 자꾸 자리를 옮겨 다녔다. 살짝 고개를 들었다 싶으면 가지 뒤로 다시 숨고, 구도를 맞추려 하면 어느새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결국에 가지에 완벽하게 가려졌다.

 

멀리 떨어져 바라본 건물 몇 채. 우측에는 단정한 카페가 있다.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톤인데, 기이하게 시선이 머무는 구석이 있었다. 아마 건물 옆에 어색하게 우뚝 선 나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걸 생각하며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불쑥 튀어나왔다. 저런 데는 얼마 할까? 사진 찍기 전인데도 현실적인 숫자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부러진 나무였다. 마른 가지들과 거친 덤불이 엉켜 있었다. 살면서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거의 없다. 꽤 오래전에 부러졌던 거 같았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상처가 깊어진 흔적이었다. 어쩐지 금방이라도 다시 부러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생생하진 않지만,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닌 느낌. 뿌리 쪽에는 말라비틀어진 풀더미가 엉겨 있었고, 그 위로는 조각난 나무껍질이 무성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누가 일부러 잘라놓은 건지, 자연이 그렇게 만든 건지 모를 정도로 어정쩡하게 부러져 있었다.

 

누군가 흘려놓은 듯한 부표들이 아무렇게 늘어서 있었고, 물인지 늪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물빛은 탁했고, 색도 뒤섞여 있었다. 그냥 더러워 보였다. 다만 그런 생각은 들었다. 관리는 안 하나 보다. 뭔가 챙기고 있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내버려진 느낌을 받았다. 겉으론 막아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은 이미 방치된 지 오래된 상태로 보였다. 말 그대로 표면적 관리 같은 느낌이었다. 누가 시켜서 한 번쯤 둘러본 흔적은 있는데, 그 이후로는 아무도 손대지 않은 곳. 그 풍경이 어쩐지 이 저수지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물 위로는 말라비틀어진 줄기들이 널려 있었다. 죽은 줄기들이 물 위로 삐죽삐죽 솟아 있었고, 물은 그 사이를 조용히 흘렀다. 어디선가 오리 한 마리가 물을 가르고 있었다. 특별한 동작은 없었고, 그냥 천천히,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정적을 깨는 것도 아니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 물의 일부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별생각이 없었다. 물 위로 솟은 줄기, 중간중간 살짝 튀어나온 오리. 전부 어중간한 위치에 있었고, 정확히 초점이 맞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다.

 

무질서하게 흩어진 건축 자재, 찌그러진 캔, 철제 조각들이 복잡하게 얽힌 사진인데, 이상하게 데님 픽쳐컨트롤로 찍으니,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진득한 색감이 어수선한 구도를 눌러주었고, 튀지 않는 채도가 오히려 정리를 해준 느낌이었다. 지저분한 장면인데도, 묘하게 정돈된 거 같다.

 

카메라를 들고 공원에 갔다. 그냥 그쯤이면 꽃이 피었을 것 같아서. 흐린 하늘 아래,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줄기는 뒤엉켜 있었고, 꽃은 그 사이를 비집고 피어 있었다. 멀리서 보면 하얗게 부풀어 오른 구름처럼 보이기도 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더 흐렸다. 하늘은 잿빛이고, 나무도 탁해 보였다. 그런데 그 흐린 배경 덕에 오히려 꽃이 선명해 보였다. 공원은 조용했다. 사람도 거의 없었고, 그게 좋았다.

공원 한쪽 정자 앞에 멈췄다. 특별한 건 없었다.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물이었다. 나무는 깔끔하게 마감돼 있었고, 각이 잡혀 있었고, 결도 곧았다. 그런 정리된 구조 사이로 나뭇결이 은근히 살아 있었다. 바로 그 옆에는 마른 가지가 뒤엉켜 있었다. 잎은 말라 있었고, 끝에는 꽃인지 씨앗인지 모를 갈색 덩어리가 몇 개 남아 있었다. 괜히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여서 한 장 남겼다.

 

흐린 하늘 아래, 잔디밭 위를 느릿느릿 걷는 비둘기들. 뭔가를 찾는 듯 고개를 까딱이며 움직였다. 특별할 건 없는 풍경인데, 이상하게 눈이 갔다. 멀리서 까치 한 마리가 나무 기둥 아래로 내려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재빨리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일부는 멀찍이서 찍었기 때문에 크롭했는데, 의외로 사진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역시 니콘 ZF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찍고 나면 늘 만족하게 된다. 크롭해도 품질이 무너지지 않고, 구석구석 디테일이 살아있다.

 

니콘 픽처컨트롤을 조정해 클래식 네거티브, 코닥 비전3, 폴라로이드 레시피를 만들었다. 레시피는 유튜브에서 본 걸 참고해 하나하나 따라 하며 조정했다. 이 사진은 폴라로이드 레시피를 적용한 결과물이다. 폴라로이드 특유의 바랜 듯한 색감을 재현했고, 마치 오래된 기억을 꺼내 온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후지필름의 인스탁스 즉석카메라로 뽑은 필름 사진을 보는 거 같다. 클래식 네거티브와 코닥 비전3 색감도 마음에 든다. 나중에 이 두 레시피로 찍은 작례도 올려볼 생각이다.

 

공원 한쪽, 나무들 사이로 조형물이 하나 서 있었다. 얼핏 보면 해바라기 같기도 하고, 가까이서 보면 해를 형상화한 듯한 얼굴이 웃고 있었다. 하나는 가로로, 하나는 세로로 찍었다. 똑같은 피사체지만, 구도가 달라지니 분위기도 사뭇 달라 보인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가로 사진은 공간감이 느껴지지만, 중심이 조금 분산됐다. 주변의 나무들과 배경이 함께 들어오면서 조형물의 존재감은 덜해졌지만, 풍경 속에 조형물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세로 사진은 시선이 조형물에 집중된다. 하지만 주변 풍경이 조금 잘렸다.

 

이건 거의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렀던 사진이다. 그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나를 먼저 끌어당겼다. 빛도 좋았고, 초록도 좋았다. 바로 이런 색을 찍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나왔던 거였다. 목적 없이 걷다가, 이런 순간을 마주했을 때 카메라를 꺼내게 된다. 그냥 찍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찍었다.

 

야외 공연장. 정작 공연은 없었고, 사람도 없었다. 공원도 그렇고, 텅 비어 있었지만, 오히려 그게 좋았다. 하늘은 흐렸다. 그 흐릿한 날씨 덕분에 공연장 지붕의 흰색 천막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그저 사진으로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특별한 구도도 아니었고, 의미를 찾으려 애쓴 것도 아니었다. 그저 눈앞에 펼쳐진 이 고요함을 지금 이 분위기를 지나치기 아쉬워서 셔터를 눌렀다.

 

반려견 배변 수거함을 찍었다. 바로 옆에는 목줄을 놓지 말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파란 원 안의 그림은 단순했지만, 말하고자 하는 건 분명했다. 함께 걷되, 책임을 놓지 말라는 거다. 문득 예전에 다녀온 어느 공원이 떠올랐다. 그곳에서도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몇 명이 지나갔지만, 봉투를 챙기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목줄도 없었다. 그냥 개가 사람을 데리고 걷는 느낌이었다. 그날, 결국 사고가 났다. 어린아이가 달려오다가 개에게 물렸다. 주인은 당황한 얼굴로 얘 평소에는 안 그런데요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미 일이 벌어진 뒤였다. 아이는 울고 있었고, 주변은 술렁거렸다.

 

나무 하나를 찍었다. 특별한 건 없었다. 공원 한가운데 무심히 서 있던 나무였다. 여전히 주변은 텅 비어 있었기에 좋았다.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견뎌낸 듯한 시간이 느껴졌다. 껍질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표면은 거칠고 메말라 있었다. 그래서 더 눈에 들어왔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봤다. 나무는 정면에서 선명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그 순간이 은근히 좋다. 세상이 잠깐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이 좋아서 한동안 뷰파인더 너머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나무의 전체를 담을까 고민도 했다. 뿌리부터 꼭대기까지, 전부 프레임에 넣어야 완성된다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하지만 금방 그 생각을 접었다. 굳이 다 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덜어낸 만큼 더 집중됐고, 가까워졌다.

 

나뭇가지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얽히고설킨 가지들 사이로 흐린 하늘이 비쳤다. 색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서 더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다가, 그냥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나무 뒤로 보이는 흐릿한 회색 하늘이 따뜻하지는 않지만, 나무와 색감 덕분에 왠지 정감 있게 느껴졌다.

 

멀리서부터 노란 기운이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 그 노란색은 유독 또렷했다. 꽃은 나무 꼭대기까지 퍼져 있었고,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냥 멈췄다. 그저 한 그루였지만, 마치 계절 하나를 통째로 들고나온 것 같았다. 그래서 셔터를 눌렀다. 무슨 꽃인지 몰라도, 그럴 만했다. 그냥 사진 찍는 행위 자체가 즐거워졌다. 이걸 왜 찍지, 왜 찍어야 하지, 같은 생각 없이 그냥 찍고 싶어서 찍는다는 감정 하나로 충분했다.

 

앞쪽 가지에만 살짝 초점이 맞았고, 그 뒤로는 서서히 흐려지며 아웃포커스됐다. 그 덕분에 사진 전체가 뭔가 또렷하기보다는 조용히 번지는 느낌으로 찍혔다. 찍을 때는 뒤쪽 아파트가 거슬렸지만, 이렇게 보니 흐려진 덕분에 오히려 거슬리지 않았다. 배경이 차분해지니, 앞쪽 꽃이 더 또렷해 보였다.

 

같은 풍경을 두 번 찍었다. 다만, 하나는 순수 픽쳐컨트롤로 찍었다. 순수 픽처컨트롤로 찍은 사진은 유독 마음에 들었다. 똑같은 풍경인데도 색감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내가 찍었지만, 괜찮았다. 필름 사진처럼 색감이 억제되어 있고, 색도 과하지 않아서 그런지 필름 사진 같은 느낌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기억 속의 장면을 꺼내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선명한데 또 선명하지 않은, 지금 찍었지만,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는 게 묘하다. 그게 순수 픽처컨트롤의 매력인 것 같다.

 

쓰러진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베어낸 건지, 자연스럽게 쓰러진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치 누운 채로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바닥에는 낙엽과 솔잎이 잔뜩 깔려 있었고, 그 위에 덮이듯 엎드려 있는 나무는 조용했고, 또 조금은 쓸쓸했다. 어쩐지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고, 셔터를 눌렀다. 사진으로 남긴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순간을 사진으로라도 간직하고 싶었다.

 

같은 나무지만, 하나는 데님 픽쳐컨트롤로 찍었다. 색감이 달라지니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같은 장소, 같은 피사체인데도 진득한 색감 덕분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데님 특유의 푸르고 깊은 톤이 나무를 더 단단하게, 더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나무를 담았다. 그냥 눈앞에 있었고, 피사체가 좋아서 셔터를 눌렀다. 데님 픽쳐컨트롤 색감도 좋지만, 그런 픽쳐컨트롤을 쓰지 않아도 기본 색감이 워낙 좋다. 과하지 않고, 또 밋밋하지도 않아서 그냥 찍기만 해도 사진이 정돈된 느낌이다. 이 담백한 색감도 마음에 든다.

 

가까이에서 본 조형물은 사람 하나가 몸을 최대한 웅크린 자세였다. 얼굴은 땅에 닿을 듯 엎드려 있었고, 팔로 머리를 감싸안고 있었다. 자세 전체에서 느껴지는 건 불안이라기보다는 차단에 가까웠다. 무언가로 벗어나기보다는, 스스로를 안으로 밀어 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도 이 조형물을 찍은 적이 있다. 눈에 익은 조형물이었지만, 공원에 올 때마다 눈길이 가게 된다. 그래서 또 셔터를 눌렀다. 늘 같은 자리에 있어도 찍는 날의 기분이나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게 사진의 재미다.

 

건물들과 상가 간판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나무들 사이로 아파트가 솟아 있고,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언젠가는 저 자리에 또 다른 상가가 들어서겠지. 간판은 더 커지고, 가게는 더 많아질 거다. 지금은 나무들이 빼곡하게 가리고 있어서 시선이 덜 닿지만, 언젠가는 그 나무들도 잘려 나갈지 모른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세우기 위해 무언가를 없애니까.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보다 어떻게 글로 쓰느냐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어서 문제기는 하다. 다만, 그렇게 쓰는 글이 결국 내가 찍은 사진을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처음에 그냥 스쳐 지나간 프레임이었는데,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 자꾸만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본 게 맞았는지, 그 순간 어떤 느낌이었는지, 뭔가를 빠뜨리진 않았는지. 쓰다 보면 사진보다 글이 길어지고, 정작 그 사진은 부끄러울 정도로 평범해 보일 때도 있다.

사진만 덜렁 올리면 깔끔하긴 하겠지, 다만, 유입은 없겠지, 통계는 텅 비겠지. 그렇다고 글이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사실은 애매하다. 사진만으로 충분할 때도 있고, 아무리 글로 포장해도 사진 자체가 허전할 때도 있다. 그래도 계속 써본다. 어쨌든 블로그라는 형식 안에서 나는 이 사진들을 어떻게든 보이게 만들고 싶으니까. 누군가의 피드 한가운데서 잠깐이라도 멈칫하게 만들고 싶다. 결국 이 고민도 사진도, 글도, 전부 이 ZF를 들고 다닌 결과다. 괜찮은 사진이 나왔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는 것, 그리고 멈춰서 뷰파인더를 들여다봤다는 건 분명하다. 잘 찍었는지는 나중 문제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고, 그걸 보고, 뭔가 느꼈고, 그래서 셔터를 눌렀다는 사실. 그게 전부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니콘 ZF를 들고 나간다. 글이든 사진이든, 뭔가를 남기고 싶은 마음 하나만은 여전히 유효하니까.

728x90
반응형
댓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