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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목요일의 21입니다. 아름다운 카메라 니콘 ZF, 지에프, 제에프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나는 지에프라 말한다. 니콘 ZF에 어울리는 렌즈를 살까 한다. 지금 쓰는 렌즈 표현력에는 딱히 불만은 없지만, 디자인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 뭐, 팔지는 않겠지만. 줌렌즈 하나 사고 단렌즈 살 듯싶다. 24-70이나 35mm나 50mm 렌즈 이렇게 살 듯한데, 새 멀리서 찍어보고 싶어서 그 이상의 망원 렌즈도 살 듯싶다.
X-Pro3나 X100 그 외 후지필름 카메라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X100 시리즈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다른 후지필름 카메라들을 알아보다가 알게 된 카메라인데, 디자인도 그렇고 특히 사진 결과물이 참 필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과물이 참 예쁘니까 자연스레 카메라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고, 갖고 싶었지만, 얘도 국내에서 구하기가 어렵더라. 뭐 웃돈을 준다면 바로 구하겠지만, 그 웃돈을 주면서까지 사기에는 좀 그렇... 아니 돈이 없다. 그래서 최대한 지금 쓰는 니콘 ZF로 필름틱한 사진, 원하는 색감을 내려고 했다. 너도나도 후지후지 거리는 데다가 내가 봤을 때도 사진 색감들이 좋아 보여서 너무 갖고 싶더라. 물론 그렇지 않은 작례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색감이었다. 타사 브랜드 카메라로 그 색감을 내기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들도 봤고, 나도 그중 하나다.
라이카 중에서 가장 갖고 싶은 카메라는 라이카 M9나 라이카 M8이다.
니콘은 ZF가 메인이 될 거 같고, 다른 브랜드는 모르겠다. 라이카 M9는 정말 써보고 싶다. 셔터음이 날 미치게 해. 그런데 살 수 없다는 게 미치게 해. 사려면 중고로 구해야 하는데, 매물도 그렇게 많지 않고. 연식이 오래된 카메라다 보니 좋은 녀석 찾아야 하고.
CCD 센서를 써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라이카 M9나 M8의 사진은 필름 사진처럼 보인다. 일단 그런 점에서 갖고 싶은 것도 있지만, 카메라 외관이 날 미치게 해. 셔터음이 미치게 해.
니콘 ZF보다 화소가 높거나 성능이 더 좋은 카메라를 산다고 해서 내 사진 실력이 확 오르지는 않는다. 나는 그걸 알고 있음에도 카메라를 여러 개 갖고 싶다. 솔직히 사진보다 카메라를 더 좋아하는 게 맞다.

X-T5도 갖고 싶고, X100 시리즈 카메라도 갖고 싶고, 갖고 싶은 카메라들이 많다. 후지필름은 필름을 만든 회사라서 그런지 필름 색감을 잘 내는 브랜드인 거 같다. 카메라 내에서 그레인 설정을 바로 넣을 수 있다는 게 부럽더라. 솔직히 니콘 ZF는 이미징 클라우드보다 그레인 설정을 더 원했다. 색감이야 내가 만들면 되니까. 지금 니콘이 지원하는 기본 픽쳐컨트롤도 상당히 좋아서 솔직히 이미징 클라우드는 해주면 좋고, 아니면 아쉬운 거였다.
니콘 ZF로 찍은 사진들이다. 솔직히 풍경 위주보다는 거리 사진, 인물 쪽을 찍고 싶긴 하다. 인물 사진을 하고 싶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캔디드를 하고 싶은 거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거리 또는 사람을 찍고 싶다만, 초상권이 빡세서 도전할 엄두조차 안 난다. 그저 생각만 할 뿐이다.
나는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며 감탄한다. 와, 이거 필름 같다. 하지만 곧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필름 같다면, 그냥 필름을 쓰면 안 되나? 필름을 사러 검색해 본다. "씨네스틸 400D? 가격이 왜 이래?" 필름 한 롤에 몇 장 찍지도 못하는데, 한 장 한 장이 돈이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통장 잔고가 떠오른다.
"그냥 ZF에서 색감 조정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다시 ZF의 픽쳐컨트롤을 뒤적이며, 필름을 흉내 내지는 못하지만, 흉내라도 내고 싶어 니콘 ZF를 들고 나간다. 나는 너를 필름처럼 만들려고 오늘도 씨름한다.

피사체로 쓸 피겨 구매 예정이다. 너무 비싼 것은 돈 없는 거지라서 못 산다. 일단 싼 거 위주로 사야겠다. 그러다가 돈 좀 생기고 비싼 것도 살만한 정도가 되면 그때 사야겠다. 인물 사진은 도저히 못 찍을 거 같다. 간혹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인물 사진 좀 찍어도 되냐는 그런 거 부탁하는 분들 보면 신기하다. 나는 절대로 못 할 거 같다. 아니, 같다가 아니라 절대로 못 해. 목각인형인가 무슨 드로잉용? 포즈용? 그런 것도 있더라. 하나 사볼까?
사진 연습용으로 쓸 피겨를 알아보고 있는데 왜 이렇게 비싸냐. 뭐 싼 것도 있기야 한데 퀄리티 차이가 심하게 나니까. 당연히 돈이 없기에 살 수 없다. 만약 사게 된다면 카메라도 그렇듯이 얘도 하나로 만족 못 할 거 같거든. 고민이다. 어떻게 보면 그저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용도로 사려는 거라서. 본전 뽑으려면 그에 관련해서 글 정말 많이 써야겠지. 일단 저렴한 걸로 사든가 해야지. 퀄리티야 떨어지겠지만. 감수해야지. 비싼 거는 나중에 돈 좀 벌고 사든가 해야지.
니콘 ZF의 다이얼은 경쾌하다. 탁, 탁, 탁 손끝에서 전해지는 감각은 기분 좋은 중독을 부른다. 그래서 나는 ISO를 바꾸고, 셔터 스피드를 조정하고, 조리개를 돌린다. 꼭 필요한가? 아니다. 그냥 돌리고 싶어서 돌린다. X100VI는 아무리 생각해도 웃돈 주고 살 카메라는 아닌 거 같아서. 처음에는 그 웃돈을 주고 살까 했는데 대체재가 많기도 하고 애초에 필름 시뮬레이션을 써보고 싶은 거라 굳이 이 카메라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어서. 니콘 ZF가 첫 미러리스인데 AF는 솔직히 불만이 없긴 한데 간혹 느린 거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X100VI는 더 느리다는 의견이 많았다.
뭐 솔직히 빨리 지나가는 걸 찍는 게 아니다 보니 그것도 충분할 거 같긴 하지만. 최근에 X100VI를 처분했다는 글이나 영상을 보니 내가 정말 X100VI가 필요한 걸까 싶더라. 갖고 싶었던 카메라는 맞긴 한데, 현재 중고가를 보니 좀 생각이 바뀐다. 이게 좀 오래된 카메라고 찾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닌데, 출시한 지 아직 2년도 되지 않은 카메라니까. 내가 정말 필름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건지 필름 분위기를 내고 싶은 건지 아직 모르겠다. 필름이 좋다면 필름 사서 지금 집에 있는 필름 카메라에 넣으면 되긴 하는데, 그 기다리는 과정이 좋으면서도 귀찮기도 해서. 내가 정말 필름 사진을 좋아하는 건가 싶어 일부러 필름 카메라나 필름 사진 콘텐츠를 찾아봤다. 아니면 예전에 찍었던 필름 사진들을 훑어봤다. 질감이나 느낌이라든가 좋긴 했지만. 내가 사진을 보는 걸 좋아하는 건지 사진을 찍는 과정을 더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니콘 ZF 레시피. 후지필름 레시피. 픽쳐컨트롤 이것저것 넣다가 유튜브에서 누가 알려준 방법으로 기본 픽쳐컨트롤 수정해서 써봤다. 빨리 펌웨어 업데이트해 줬으면 저 방법 안 거치고 카메라에 넣어서 썼을 텐데 아쉽긴 해. 지금 기본 색감으로도 충분하고 만족스럽긴 해.
보정 소프트웨어로 캡쳐원을 쓰고 있긴 한데, 따로 보정은 하지 않는다. 그저 내보내기 할 때 품질을 100에서 70으로 한 뒤 내보낸다. 그러면 사진 용량을 조금 줄일 수 있다. 니콘 ZF로 대략 60장 찍으면 1기가 정도 나오는데, 한 2백 메가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니콘은 타사 기종보다 사진 압축률이 워낙 높기는 하지만, 일단 이렇게 해두면 용량도 상당히 줄어들어 올릴 때 편하다. 제펙과 로우를 동시에 찍긴 하지만 따로 로우를 보정하거나 내보내지 않고 제펙 상태에서 내보내기로 용량만 줄일 뿐이다. 사진 품질을 100에서 70으로 내렸지만 보다시피 사진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원본 사진과 확대해 가면서 봤는데 차이를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나는 색 보정하는 방법 따위는 모르고, 니콘 ZF는 기본 색감도 뛰어난 데다가 다른 픽쳐컨트롤의 색감 또한 뛰어나다. 솔직히 건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펌웨어 하기 전에도 제펙 머신이었는데 펌웨어 해서 이미징 클라우드로 색감 더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지. 게다가 4월에 더 다양한 색감 적용하라고 신규 픽쳐컨트롤 업데이트해 줬다. 개 좋던데. 후지필름의 필름 시뮬레이션 맛 궁금하기도 해서 후지필름이 끌렸었는데 다음 카메라도 니콘이 될 거 같다.
아니면 파나소닉 루믹스 카메라. 솔직히 색감으로 보자면 이 브랜드도 좋으니까. 돈이 많으면 다 사겠지만, 내가 돈이 없어. 니콘 카메라 중에 갖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Z8이나 Z9도 그렇고. Z6 3이나 Z5 2도 너무 끌린다. D850이나 DF도 그렇고. 크롭 바디로 보자면 ZFC도 끌려. 니콘 디자인이 너무 예쁘다. 만듦새도 너무 좋아서 써보고 싶다. 유튜브로 타사 브랜드 UI 봤는데 UI로만 보자면 니콘이 제일 좋더라.
다른 기종은 없어서 모르겠고, 니콘 ZF는 기본으로 제공하는 픽쳐컨트롤 외 9개 추가 가능하다. 이미징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것도 9개 추가 가능하다.




이럴 때 망원 렌즈 써보고 싶긴 하다. 저 멀리 전깃줄에 앉은 새 두 마리를 보고 나면, 망원 렌즈가 써보고 싶어진다. 그 거리감, 그 고요함. 그 작은 피사체를 바라보다 보면 망원 렌즈를 향한 욕망이 슬그머니 자라난다. 손에 쥔 ZF의 40mm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하늘을 등지고 앉아 있다. 그걸 보며, 나는 생각한다. "아, 저건... 200mm는 돼야 한다."
실제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피사체들, 사람들, 그리고 나. 그래서 망원 렌즈는 필요하다. 새를 찍기 위한 핑계를 대면서도 결국은 거리 두기를 위한 나만의 무기를 찾는 거다. 새를 찍겠다며 70-200mm를 알아보고, 한술 더 떠 100-400mm를 검색해 본다. 그러다 렌즈 가격을 보고 조용히 브라우저를 닫는다.






버드나무 가지들 사이로 흐르는 풍경, 그 위를 천천히 걷는 사람들, 그리고 반짝이는 얕은 물살. 니콘 ZF는 이런 장면에서 제힘을 다해주는 듯하다. 무언가 대단한 장면이 아니어도, 그저 일상이 주는 한 장면에 색을 입히고, 깊이를 더한다. 이런 풍경을 찍을 때마다 느낀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어쩌면 특별한 것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라, 평범한 장면에 의미를 붙이고 싶은 욕망 때문일지도.
얼어붙은 물 위에 살짝 쌓인 얇은 가지들, 맨발처럼 드러난 바위들, 멀리서 걸어오는 한 사람. 이런 장면은 언제든 지나쳐버릴 수 있다. 그런데 카메라가 있으면 멈춰 선다. 보고, 누르고, 남긴다. 또 다른 시선으로 이 장소를 찍어보고 싶다. 그래, 이럴 때 망원 렌즈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또 든다. 하지만 지금 가진 걸로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단 걸 나는 안다. 부족한 건 장비가 아니라, 나의 용기와 시선일지도 모른다.




갖고 싶은 제품 나열하는 것이 방문자 수 늘리는 데 있어서 직방인 것 같다. 최근에 고민 중인 카메라들이 있다고 썼을 뿐인데 생각보다 유입이 꽤 있다. 아마 나처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검색하나 보다.
근처 매장에서 바로 볼 수 있거나 살 수 있는 것은 니콘, 소니, 캐논이 있다. 후지필름이나 파나소닉은 취급하는 매장에 가야 한다. 이럴 때 옆나라 매장이 부럽다니까. 여하튼 그래서 내가 니콘 ZF를 산 거다. 만약 그 매장에서 후지필름이나 파나소닉 팔았어봐. 겁나 고민했을 거다. 애초에 가격대가 거의 또이또이해서. 카메라 장식대도 사야겠다. 카메라 한 대로 만족하지는 못할 테니. 장비병 환자. 이 병은 낫지 않는 병이다.




니콘 ZF를 들고 골목을 걷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발견에 자꾸 멈춰 서게 된다. 저 파랗게 바랜 벽화와 물병도 그랬다. 어디선가 본 듯한, 하지만 한 번도 자세히 본 적은 없던 벽화. 학 위에 탄 인물, 붓으로 그린 별자리, 복숭아 하나. 단순히 그림이 아니라, 벽 자체가 하나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물이 스민 자국들, 칠이 벗겨진 부분들, 그 위에 스며든 푸른빛이 카메라를 부른다. 그 푸르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ZF의 색감은, 무언가를 보정으로 억지로 만들 필요가 없게 만들어 준다. 그냥 바라보고, 그대로 담으면 된다.
벽화를 찍으려던 게 아니다. 그저 걸었다. 그러다 눈에 띄었고, 카메라를 들었고, 셔터를 눌렀다. 이유는 그저 하나. 예뻐서, 마음이 움직여서. 사진을 찍다 보면 그런 게 있다. 뭔가 특별한 피사체를 찍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순간을 찍게 되는 것. ZF는 그런 순간에 잘 어울린다. 결과물도 좋지만, 그 과정을 더 기억하게 만들어 주는 카메라다.













니콘 ZF로 찍은 음식 사진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색감도 나쁘지 않았고, 디테일도 제법 잘 살아 있어서 나름 만족스럽다. 처음 입문하는 카메라로는 조금 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결국엔 예쁨이 모든 걸 눌렀다. 그냥 예뻐서 쳐다보게 되고, 예뻐서 갖고 싶게 되는 그런 카메라였다. 그립감이 아주 뛰어나다고 말하긴 어렵다. 손에 착 감긴다기보다는 오래된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다룬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조심스러움마저 설렘이 됐다. 바디의 촉감, 다이얼의 감도, 셔터를 누를 때의 그 찰칵, 모든 게 손끝에서 감정으로 번졌다.
이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니콘 ZF가 음식 사진에도 제법 잘 어울린다는 걸 새삼 느낀다. 직광이 살짝 스치듯 들어오고, 그 빛을 받아 윤기 돌며 살아나는 파스타 면발, 음료 위의 얼음 반짝임, 그리고 테이블 위 패브릭의 질감까지! 과도하지 않고,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은 이 색감. 카메라가 음식을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라 좋다.
니콘 ZF의 셔터음은 확실히 여느 카메라들과는 결이 다르다. 흔히 들리는 찰칵, 혹은 슈쿵 하는 묵직한 기계음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대신 어딘가 약간 촐싹거리면서도, 크지 않은 소리로 가볍게 울린다. 그런데 그게 또 이상하게 매력적이다. 조용한 공간에서도 민폐는 되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내가 지금 셔터를 눌렀다는 손맛을 또렷하게 남긴다.










니콘 ZF의 색감은 참 감성적이다. 그건 어떤 강렬한 채도나 화려한 대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절제된 표현 속에서 피어나는, 은은한 따뜻함 때문이다. 진한 노란 벽 앞에 놓인 곰 인형들, 토이 스토리 오르골, 오래된 책장 위 작은 엽서 하나까지. 이 카메라는 예쁜 걸 예쁘게 찍는 게 아니라, 익숙한 걸 애틋하게 찍는다. 니콘 ZF로 찍으면 이상하게 사진이 더 좋게 느껴진다. '아직도 없어?'라는 문구조차 이 카메라를 통과하면 더 좋게 느껴지고, 귀여움 너머에 무언가 진한 색감까지 담긴다. 기본 픽쳐컨트롤도 이미 충분히 훌륭하지만, 거기서 조금만 건드리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니콘 ZF를 들고 이런 골목을 걷고 있다는 건, 단지 산책이 아니라 탐험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찍기 위해 나선 게 아니고, 그냥 나섰다가 무언가를 찍게 되는 쪽에 더 가깝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도 목적보다는 흔적에 가깝다. 어딘가 유럽풍을 흉내 내는 듯하지만 동시에 한국적인 간판 감성이 교차하고 있다. 민트색 우체통과 펜스. 이건 그냥 예쁜 걸 예쁘게 찍은 게 아니다. 예쁜 줄 몰랐던 것을 예뻐 보이게 만든 셔터다. ZF는 그런 카메라다. 낡은 펜스도, 색이 바랜 간판도, 무심한 듯 놓인 오브제도, 그냥 지나치려던 모든 것들이 갑자기 의미 있어 보인다.







마치 필름 사진을 보는 듯하다. 바로 색감 때문이다. 정확히는 니콘 ZF의 픽쳐컨트롤을 손본 결과물이다. 풍경은 현실보다 조금 더 아련해지고, 빛은 살짝 안개 낀 듯 퍼졌다. 마치 꿈을 꺼내 보는 것처럼.




사각의 틈 너머로 보이는 번잡한 도시 간판들. 프레임 안에 다시 프레임을 만든 이 구도는 마치 누군가의 시선을 엿보는 느낌을 준다. 이런 데에 도착하면 꼭 한번은 찍어보는 사진이다.





니콘 ZF로 찍은 흑백 사진이다. 흑백 사진은 강렬하다. 장안문의 기와 끝 선이 하늘을 가르고, 명확한 대비로 그 선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색을 지우니 형상이 남고, 형상이 주는 감정이 더 또렷해진다. 니콘 ZF의 흑백은 단순한 무채색 변환이 아니다. 픽쳐컨트롤에서 모노크롬을 기반으로 콘트라스트와 명료도를 조정해 주면, 묘하게 필름 카메라로 찍은 듯한 색감이 살아난다.





니콘 ZF의 픽쳐컨트롤을 통해 만들어낸 이 색감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억의 필름이다. 니콘 ZF로 필름 색감을 내려면 ISO를 높여 찍어서 마치 그레인이 들어간 것처럼 해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ZF는 이미 픽쳐컨트롤에서 충분히 감성적인 색을 뽑아준다. ISO를 억지로 끌어올려 노이즈를 넣는 건, 진짜 필름의 질감이라기보다는 디지털의 흉내에 가깝다. 오히려 그레인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순간, 사진에서 흐르던 자연스러움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필름의 감성은 단순한 노이즈의 문제도 아니고, 해상도의 한계만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니콘 ZF를 꺼내 든다. 이 카메라는 내가 가진 가장 확실한 위안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다. 때로는 무언가를 증명하려고, 때로는 그저 예뻐서. 잘 찍히는가 보다도, 잘 느껴지는가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ZF는 그런 순간들에 꼭 맞는 카메라다. 돈이 없어서 못 사는 카메라들이 많고, 사고 싶은 렌즈들도 넘치지만, 사진 한 장이 마음을 흔드는 데 필요한 건 결국 셔터 하나, 그리고 마음 하나뿐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ZF의 다이얼을 돌리고, 셔터를 누른다. 찰칵. 누군가에게는 그냥 디지털일 뿐인 그 장면이, 나에겐 기억이고 감정이고, 필름보다 더 필름 같은 감성이 된다.
니콘 ZF. 플렉시블 컬러나 이미징 클라우드가 아니었어도 평생 가져갈 카메라. 그거 없어도 기본 색감이 미쳤거든. 다른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뭐 이딴걸 올려? 잘 찍었다고 생각하고 올리는 건가?' 라고 생각할까 봐 무섭다기보다는 '이 카메라 구린가, 사지 말아야겠는걸.' 라고 생각할까 봐 니콘 ZF 또는 니콘 관계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참 좋은 카메라인데, 쓰는 사람이 사진 실력이 형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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