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블로그 구독자 600명, 왜?
안녕하세요. 금요일의 21입니다. 사람들이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누군가는 기록을 위해, 누군가는 소통을 위해, 또 누군가는 광고비 몇 푼 받으려고.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그냥 혼잣말할 데가 없어서 여기에 글을 끄적인다.
뭐 대단한 일상이 있어서 쓰는 것도 아니다. 써야 돈 들어와서 쓰는 거기는 해. 구글이 돈 주니까 쓰는 거지. 아니라면 안 쓰지.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들여다봤고, 그다음엔 커피를 마셨다. 믹스 커피 두 개에 뜨거운 물. 우유는 귀찮아서 생략할까 하다가 넣었다.
아침은 귀찮아서 안 먹었고, 저녁은 배달앱을 열려다가 포기했다. 왜냐고? 배달비가 너무 비쌌다. 실은 농담이고... 배달앱 안 깔았다. 이런 걸 누가 보겠다고? 이딴 걸 글이라고 썼나?
그런데 가끔, 정말 이상하게도, 누군가 구독을 누른다. 그 순간 난 온몸이 얼어붙는다.
왜?
무슨 생각으로?
혹시 실수로 눌렀나?
취소 버튼이 잘 안 보였나?
마우스 커서가 저래서 구독 버튼 누르기 힘들어요.
일부러 저 마우스 커서로 했다. 안 바꿔. 나는 이 블로그가 늘 조용하길 바란다. 아무도 방문하지 않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그런 공간... 아니, 취소. 방문하되 구독하지 않는 뭐 그런 블로그면 된다.
왜냐하면 이 블로그는 그 어떤 기대도 충족시켜 줄 수 없는 블로그니까. 정보도 없고, 유익함도 없고, 감동은커녕 문장 끝에 쉼표 하나 제대로 못 찍는 블로그... 블로그 수입 오르면 자랑하는 그런 블로그다.
그냥 나는 오늘도 하늘이 흐렸다고 써놓고, 내일은 커피가 너무 썼다고 쓸 뿐이다. 사실 그조차도 귀찮을 때가 많다.
그런데 그런 내 무심한 일상에 구독이란 단어가 붙는 순간, 이상한 책임감이 생긴다.
뭔가를 써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억지로라도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을 짜내야 할 것 같고, 그러다 보면 결국 이 공간은 나를 위한 게 아니게 된다.
그건 참 불편한 일이다.
구독자여, 제발 돌아가라.
당신은 실수했다.
이 블로그에는 아무것도 없다.
있다면 기껏해야 잊히고 싶은 하루가 남긴 발자국 정도. 그것도 어제 누가 밟고 지나가서 이미 흐릿해진 흔적.
그러니 제발 부탁인데, 구독자가 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는 오늘도 아무 기대 없이, 아무 목적 없이, 그냥... 커피가 좀 썼다고, 오늘은 비가 올 것 같다고, 그저 혼잣말하듯이,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진짜 구독 왜 하냐? 어차피 글도 안 보고 댓글 달던데. 이번 글은 유익했다느니 정보가 좋다느니, 신변잡기 같은 일상이 유익할 리가 있나... 대체 무슨 정보를 말하는 거지? 어떤 걸 보는 걸까? 끄적거리지도 않은 정보를 언급하니 뭐가 뭔지 모르겠어.
댓글이 달려서 봤는데 그냥 글이 좋대. 이야... 글 쓰자마자 댓글 달려서 삭제했다. 답글 달기도 귀찮더라. 블로그에 새 글 쓰면 그냥 무지성으로 댓글 박나 보다. 성의 더럽게 없네. 썩을. 속독했다면 사과할게. 근데 3초는 너무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