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카메라, 니콘 ZF로 기록한 감성적인 전시회 사진들
안녕하세요. 화요일의 21입니다. 2월의 조용한 오후, 전시회장을 천천히 걸으며 니콘 ZF로 순간들을 기록했다. 이날 찍은 사진만 해도 백 장은 훌쩍 넘는다. 하지만 그걸 다 올리기엔 내 체력도, 블로그 서버도 버티지 못할 것 같다. 렉 걸려서 올리다가 정신까지 오류 날 판이다.
캠프 스냅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올렸을 때도 비슷했다. 그때 100장이 넘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정리해서 올렸고, 글 쓰는 데만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 고생을 한 번 겪고 나니, 이번엔 조금 현실적으로 가기로 했다. 사진은 많지만, 전시회에서 찍은 것만 올려보려 한다.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저번에 100장 올리고 나서 달리는 댓글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사진 찍기 딱 좋은 조명, 감성적인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 ZF가 만들어내는 그 독특한 색감. 이번 전시는 ZF와 참 잘 어울렸다. 감성적인 조명과 조용한 분위기,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설치물들이 ZF의 색감과 너무 잘 어울렸다. 공간 자체가 마치 카메라를 위한 세트처럼 느껴졌다고 할까. 전부 'JPG'로 찍었고, 일부러 사진 품질을 내려서 용량을 줄였다. 후보정 없이 JPG로만 촬영했다. ZF의 색감은 날것 그대로 써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하얀 벽에 비치는 미묘한 그림자나, 캔버스 위 연필 선의 질감이 참 잘 담겼다. 이런 순간은 굳이 보정할 필요가 없다. 그냥 ZF가 보는 그대로 기록해 주는 게 가장 예쁘다.
벽에는 사진과 드로잉이 마치 콜라주처럼 붙어 있었다.
벽에 붙은 작은 사진들과 낙서 같은 드로잉들. 얼핏 보면 아무렇게나 붙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조각들이 연결되는 흐름이 있다. 혼자 중얼거리듯 적힌 손글씨, 흐릿한 풍경 사진, 그리고 푸른색 드로잉. 하나하나가 어떤 기억의 파편처럼 느껴졌다.
ZF는 이런 공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고전적인 외형 덕분에 갤러리 안에서도 튀지 않고, 오히려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셔터음은 부드럽고 조용해서 관람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촬영하는 손에는 또렷한 손맛을 남긴다. 실제로 셔터음 주의, 플래시 사용 금지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ZF는 그런 요구를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조용하고 얌전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손 안에서는 확실한 촬영의 감각을 남겨준다. 정숙하지만 분명한, 그 미묘한 균형이 ZF의 매력이다.
그렇게 말해놓고 좀 민망하지만, 솔직히 외형이 너무 예뻐서 안 튈 수가 없다. 정숙한 줄 알았는데 전시장 한복판에서 모든 시선을 강탈해 버렸다. 다들 전시 안 보고 내 카메라를 쳐다보는 눈치였고, 누군가는 저건 뭐지? 라는 표정으로 내 카메라를 훑어갔다. 정숙하기는 한데, 얘가 좀 예뻐야지. 실제로 횡단보도에서 신호 기다릴 때도 이거 목에 걸고 있으면 와서 거의 물어본다. 찍고 집으로 가는데, 어떤 분이 필름 카메라냐고 묻더라. 디지털카메라입니다.
조용히 찍으려고 들고 갔는데, 분위기는 은근히 플렉스가 되어버린 셈이다. 예쁘면 다 용서된다고 했던가. ZF는 찍는 것도 좋지만, 들고 다니는 재미도 같이 오는 카메라다.
어두운 톤의 그림들이 벽에 질서 정연하게 걸려 있었고, 한참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게 될 디테일들이 가득했다. 사실은 천천히 감상하면서 하나하나 제대로 찍고 싶었지만, 괜히 주변 시선이 의식돼서 슬쩍 눈치 보며 대충 셔터를 눌렀다. 솔직히 이런 전시장에 카메라 들고 오는 것도 그렇지만, 밖에 들고 다니는 것도 아직은 어색하다. 아싸라서 카메라 산 것도 신기하기는 하다. 입문인데 이 정도로 좋은 걸 써도 되나, 잠깐 고민은 했지만, 예쁘니까, 그냥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무게니, 가격이니 다 접어두고, 처음 본 순간 이미 마음은 넘어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ZF와의 기록.
어색하고 서툴지만, 지금은 그게 또 나름의 재미다.
[이모저모] 카메라, 후지필름 못 사서 선택한 니콘 ZF, 기대 이상의 만족
안녕하세요. 금요일의 21입니다.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에 카메라를 살 예정이다. 어떤 카메라를 살지는 모르겠다. 니콘일 수도 있고. 후지필름 또는 캐논, 소니, 파나소닉. 지금 쓰는 카메라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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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 카메라, 후지필름 X100VI의 아쉬움과 니콘 ZF 선택
안녕하세요. 일요일의 21입니다. 돈이 많으면 당장에 샀을지도 모르는 카메라? 후지 X100VI. 후지 X100VI는 내가 정말 갖고 싶었던 카메라 중 하나이다. 정가는 209만 원이지만 물량 없고, 되팔렘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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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니콘 ZF를 처음 만났을 때,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매장에서 처음 봤을 때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살 돈은 있긴 했는데, 그때 내 상황이 카메라를 살 처지가 아니었거든. 다시 매장에 들러서 보고 손에 쥐니 매끈한 디자인과 손에 쥐었을 때의 묵직한 감촉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했다. 손에 착 감기는 거 같았다. 야, 그때 왜 나 안 데리고 갔냐고 하는 듯했다. 그저 니콘 ZF가 좋았다. 물론 처음부터 ZF를 살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애초에 니콘을 메인으로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ZF를 본 순간, 모든 계획은 의미 없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ZF를 들고나오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ZF를 샀지만, 사실 갖고 싶었던 카메라는 후지필름이었다. 그래서 ZF를 품에 안고 돌아온 후에도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후지를 향해 있었다. 뭐, 후지필름 샀어도 니콘 ZF가 또 아른거렸겠지만. 결국, 못 가진 것엔 언제나 마음이 간다. 가진 것도 너무 좋은데 말이지.
그렇게 나는 후지를 마음속에 품은 채, 니콘 ZF와의 일상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처음엔 내가 이걸 과연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셔터를 누르는 손맛, 뷰파인더 너머로 들어오는 색감, 그리고 ZF만의 클래식한 디자인은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물론 지금도 후지필름을 검색창에 쳐보곤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후지 카메라 리뷰를 열심히 추천해 줄 때면, 순간 마음이 동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지금 내 손에 있는 ZF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다는 것.
[이모저모] 카메라, 니콘 ZF로 찍는 사진, 아름답다
안녕하세요. 일요일의 21입니다. 카메라를 샀다. 니콘 ZF를 샀다. 니콘 ZF로 찍은 사진들이다. 카메라 하나 더 갖고 싶다. 정말 하나만? 카메라 매장에 가면 심히 곤란스럽다. 다 갖고 싶어서.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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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딱 하나 있긴 했다. 펌웨어. 지금은 펌웨어 해줘서 다행이다. 처음에 정말 아쉬웠다. 보정은 솔직히 자신도 없고, 그저 JPG로 찍는데, 그래서 펌웨어 업데이트나 빨리 좀 해줬으면 하며 기다리기만 했는데, 솔직히 안 해주지 않을까도 싶었다. 그런데 해줬더라. 다른 사람이 만든 색감을 카메라 바디에 넣고 바로 적용해서 바로 찍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이제는 내가 보정을 못 해도 괜찮다. 잘 만든 색감을 그냥 넣고 찍으면 되니까.
눈앞에 펼쳐진 건 빽빽하게 채워진 선의 세계였다. 누군가 펜 한 자루로 우주를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법한 밀도였다. 말없이, 숨죽이며 작품을 바라보다가,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ZF를 손에 들고 있었지만, 쉽게 셔터를 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도 결국, ZF의 셔터는 아주 조심스럽게 한 장씩 눌렀다. 그림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려 뷰파인더를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내가 지금 사진을 찍고 있는 건지, 그림을 보고 있는 건지 모호해질 때도 있었다.
색감이 미쳤다.
나는 대부분 뷰파인더만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런 촬영 방식이 내게 잘 맞는다. 액정은 아예 닫아둔 채, 마치 필름 카메라를 다루듯, 오로지 찍는다는 동작 자체에만 집중하고 싶을 때, 이 방식이 오히려 편하고 좋다. 뷰파인더로 바라보는 피사체, 그 색감이 너무 좋아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눈으로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빛과 색, 구성의 균형, 그리고 피사체의 작은 떨림까지 그 작은 창 안에선 유독 또렷하게 다가온다. 특히 니콘 ZF로 바라볼 때는 무언가를 찍는다는 의식보다는 그 장면으로 들어간다는 감각에 더 가깝다.
복잡하고 활기찬 시장의 풍경,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후광이 비치듯이 그려진 인물들과 그 곁을 지나는 다른 사람들, 그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일터에서 고요하게 서 있었지만, 머리 뒤로는 빛나는 후광이 떠 있었다. 아마도 작가는 이 일상 속 인물들을 성스럽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삶의 가장 바쁜 순간, 가장 평범한 노동이 어쩌면 가장 위대한 순간일 수도 있다고. 재료를 손질하고, 반찬을 담고, 일을 하는 그 일상적인 움직임 하나하나에 종교화에서 볼 법한 상징이 덧입혀져 있었다. 니콘 ZF로 천천히 받아 적었다. 빠르게 눌러 찍기보다, 숨을 고르고, 조심스럽게 셔터를 한 장씩 눌렀다.
붉은색과 흰색으로 나뉜 그림, 각각 다른 분위기의 시장 풍경이 한 장면 안에서 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 위에 덧입혀진 후광은 여전했고, 이쪽의 인물들 역시 생생하고, 구체적이며, 일상적이었다. 서로 무언가를 가리키며 이야기하고, 물건을 고르고, 가격표를 살피는 눈빛들, 그 모든 순간이 지나치게 연출되지도, 과장되지도 않은 채 그대로 이 장면 안에 담겨 있었다.
"2024, 이젠 2025 잘 살아보자."
"행복하자!"
그리고 아주 작게 적힌,
"상민아 너가 그립다."
벽에 걸린 건 정돈된 작품이 아니라, 수많은 손글씨와 낙서, 그림들이 빼곡히 채운 커다란 캔버스였다. 형형색색의 사인펜으로 적힌 글씨들 사이엔 장난스러운 그림과 아이 같은 문장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선 누군가의 다짐, 누군가의 고백, 누군가의 기념이 소소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 낙서들은 실제 명소에 남겨졌던 낙서들을 가져온 거라더라. 이건 하나의 작품이라기보다, 다녀간 사람들의 마음 조각들이 모인 커다란 벽 같은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토끼를 그렸고, 누군가는 친구의 이름을, 누군가는 복잡한 마음을 귀여운 그림으로 남겼다. 그걸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되고, 또 어떤 문장 앞에서는 괜히 마음이 조용해졌다. 이곳에선 카메라 셔터조차 잠시 미뤄두고 그저 그 마음들을 하나하나 따라 읽었다. 사진보다 더 선명한 건, 사람들의 말투, 손글씨, 말장난, 그리고 진심이었다.
사진처럼 보이지만, 이건 분명 사진만은 아니었다. 구멍이 촘촘히 뚫린 철판 위에 인물의 사진이 있고, 그 뒤엔 또 다른 공간의 사진이 겹쳐 있었다. 마치 사진 속의 시간이 겹친 듯한 구조였다. 한 사람의 기억과 그가 서 있었던 장소, 그리고 지금 이 전시장의 풍경까지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간이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된 거 같았다. 그래서 더 오묘했다. ZF의 뷰파인더로 이 장면을 들여다보며, 이건 지금을 찍는 것일까, 과거를 찍는 것일까 하는 작은 혼란과 동시에, 이상하게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새를 주제로 한 작업들이 전시돼 있었다. 죽은 새, 살아 있는 새, 날아가는 새. 같은 피사체를 다양한 시점에서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그런 흐름을 따라 사진으로 남겨봤다. 특히 시선이 이동하는 장면을 순차적으로 담은 작품 앞에서, 나도 무심히 셔터를 여러 번 눌렀다. 순간의 시간성을 담아내기에 이만한 카메라도 없지 싶다. 니콘 ZF는 그런 순간에 유난히 조용하고, 정직하게 반응했다. 셔터는 가볍게 눌렸고, 결과물은 묵직하게 남았다. 순간을 잘라내는 대신, 시간을 따라가는 느낌이랄까.
벽에 길게 나란히 걸린 이 작은 사각 프레임들은, 마치 생명이 있는 어떤 존재가 시간을 따라 움직인 흔적처럼 보였다. 하나하나는 단순한 추상 드로잉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푸른색 잉크의 번짐과 회전, 가느다란 선들이 서로 다른 리듬으로 퍼져 있다. 한 장면으로는 잘 와닿지 않던 이미지들이, 이렇게 연속적으로 나열되니 마치 날갯짓이나 떨림, 혹은 감정의 파장이 서서히 변해가는 흐름처럼 느껴졌다. 물감의 흔적, 붓의 방향, 잉크가 종이에 스며든 결까지 ZF로 바라보면 그런 질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정지된 장면들이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느껴지는 건 미묘하게 이어지는 움직임이었다. 형체는 없지만 흐름은 분명히 있고, 뜻은 없지만 감정은 어쩐지 읽히는. 그건 마치,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 순간의 마음 같은 것이었다.
전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에 확신이 들었다. 니콘 ZF, 전시회용으로 딱이다. 조용하고, 가볍고, 감성적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잘 찍힌다. 이제는 전시회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록하는 재미까지 곁들여보는 게 어떨까. ZF 하나면 충분하다. 솔직히 그렇게 무거운가 싶다.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게 니콘 ZF가 무겁다는 말이다. 사진을 잘 찍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좋아하는 카메라로 찍는 건 늘 즐겁다. 카메라는 전시를 본 기억과 그날의 기분, 온도, 공기, 그 모든 걸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오래 붙잡아둘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사진은 여전히 어렵고, 가끔은 맘처럼 찍히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찍고 싶어지는 이유다. 그래서 오늘도 ZF를 들고, 그냥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