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필름 같은 디지털카메라, 캠프 스냅 카메라로 찍은 사진
안녕하세요. 수요일의 21입니다. 캠프 스냅 카메라는 마치 필름 카메라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날로그 감성을 살린 디지털카메라예요. 저는 필름을 좋아하지만, 필름 카메라의 불편함 때문에 디지털카메라를 씁니다. 그러고는 사진이 필름처럼 보이기를 바라죠. 이러한 모순적인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저는 니콘 ZF를 샀어요. 니콘 ZF로 사진을 많이 찍지만, 가끔은 필름 카메라로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필름을 사기 위해 검색해 보니 "씨네스틸 400D...? 가격이 왜 이래?" 필름 한 롤로 찍을 수 있는 컷 수가 몇 장 되지도 않으니, 한 장 한 장이 돈입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통장 잔고가 떠오릅니다.
최근에 캠프 스냅 카메라로 몇 장 찍었는데, 알고 보니 무려 40장을 찍었더라고요. 필름 카메라였더라면 그렇게 많이 찍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ZF는 필름 카메라를 닮았습니다. 클래식한 디자인, 다이얼 조작감, 따뜻한 색감.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닮은 겁니다. 픽쳐컨트롤을 적용해도, 톤 커브를 건드려도, 거기에는 필름스러움이 빠져 있죠. 마치 재벌 2세들이 서민 체험한다고 시장에서 어묵을 사 먹는 것과 같죠. "아, 이런 게 필름인가요? 색감이 따뜻하네요." 하지만 진짜 필름은 가끔 색이 미쳤고, 현상소에서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만들어 내죠.
필름 사진은 나중에 공개하겠습니다. 여하튼 니콘 ZF는 좋은 카메라인 것은 맞지만, 필름 카메라에서 맛보았던 재미를 디지털카메라에서도 느껴보고 싶어, 구매하게 된 카메라가 캠프 스냅 카메라입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모두 캠프 스냅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AI, 챗GPT에 사진 평가를 요청하였습니다.
이 사진은 잘려진 나뭇가지와 통나무가 쌓여 있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평가를 해보자면...
장점
자연스러운 색감 - 따뜻한 갈색과 녹색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디테일이 풍부함 - 나무의 질감, 잘린 단면의 나이테, 땅에 떨어진 솔잎 등이 선명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조화로운 구성 - 통나무와 가지들이 무질서해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거친 질감과 대비되는 조형미가 느껴집니다.
개선할 점
배경이 살짝 단조로움 - 전체적으로 비슷한 색감이 반복되면서 사진이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강한 명암이 있으면 좋을 듯 - 햇빛이 들어오는 부분과 그림자의 대비가 약해 입체감이 덜할 수 있습니다.
구도 조정 가능성 - 조금 더 낮은 각도나 다른 초점 포인트를 활용하면 더 흥미로운 시선이 유도될 수도 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은 카메라가 후지필름이라면 필름 시뮬레이션을 활용해도 재밌을 것 같네요! 혹시 특정 스타일이나 감성을 표현하려던 의도가 있었나요?
답변이 놀랍기는 하네요. 솔직히 이거 필름 카메라나 후지필름 카메라 검색하다가 발견한 카메라이거든요. 솔직히 그냥 어디 가다가 눈에 보여서 찍은 사진입니다. 딱히 특별한 의도는 없었습니다. 다른 사진들도 평가를 받아볼까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아서 그것은 안 하기로 했어요. 일단 캠프 스냅 카메라 색감이 마음에 들고, 색감과 작은 파일 용량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디지털 사진에서 종종 느낄 수 있는 불편함, 특히 파일 용량이나 업로드 속도를 해결해 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니콘 ZF는 높은 화소 덕분에 디테일이 살아있지만, 그만큼 사진 용량이 커져서 업로드 속도가 느려지는 단점이 있거든요.
아, 또 초점 나갔네.
셔터를 누를 때마다 피사체는 보란 듯이 흐릿해진다. 마치 과거의 어떤 순간처럼. 정확히는, 기억 속에서 곱씹기 싫은 순간들처럼. 뚜렷해야 할 것들은 흐려지고, 잊고 싶은 것들은 선명해지는 법이다.
캠프 스냅은 이름부터 뭔가 근사하다. 마치 한여름 불꽃놀이처럼 반짝이는 순간을 남길 것 같지만, 현실은 딱 그 반대다. 내장된 필름(배터리)은 점점 줄어들고, 찍힌 사진들은 딱히 나아질 기미가 없다. 엉성한 초점과 구겨진 구도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걸 보면, 이 카메라는 나를 아주 잘 아는 것 같다.
이게 예술이지.
괜히 의미를 부여해 본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마치 사진 속 피사체가 내게 이렇게 묻는 것 같다.
그날의 빛은 어디로 갔을까?
과거의 순간들은 필름처럼 말려들어 가고, 남은 건 허술한 사진 몇 장.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든 것이 선명하면 세상이 너무 피곤하지 않겠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 어차피 기억이란 것도 다 초점이 나가기 마련이니까.
사진을 찍으며 깨닫습니다. 꼭 화려한 풍경이 아니어도, 거창한 피사체가 아니어도, 하루하루의 소소한 순간들이 가장 빛나는 장면이라는 것을요. 캠프 스냅은 크기가 작고, 마치 장난감 같아서 사람들 시선도 많이 받지 않더라고요. 그 작은 카메라가 눈길을 끌지 않는 덕분에 저는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사진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남들이 모르는 비밀스러운 순간을 포착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죠.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 덕분에 찍는 내내 오롯이 그 순간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때 느꼈던 온기와 감정은 사진 한 장 한 장에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즐거우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결과물이 어떻게 나왔든 그 경험이 더 소중한 것 같아요. 결국 중요한 건, 찍는 순간에 얼마나 몰입했느냐가 아닐까요.
흔적을 남기려 애쓰지만, 정작 남는 건 엉뚱한 것들뿐이다.
한때 찍은 사진은 어딘가 구겨진 채 서랍 안에 처박혀 있고, 막상 버리려고 했던 영수증은 어느새 손때 묻은 일기장 한 귀퉁이에 자리 잡는다. 흔적이란 게 참 아이러니하다. 남기고 싶은 건 사라지고, 잊고 싶은 건 남는다.
그러고 보면 캠프 스냅 카메라는 이런 아이러니를 너무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완벽하지 않다. 오히려 정반대다. 촬영할 때마다 색감은 제멋대로고, 빛은 종종 반항적으로 굴며 예상치 못한 노출을 선사한다. 피사체가 반쯤 잘려 나가거나, 손가락이 슬쩍 프레임에 끼어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상한 건, 이런 사진이 더 오래 남는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캠프 스냅을 들고 찍은 사진들을 볼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생도 이 카메라처럼 되는 대로 굴러가게 놔두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완벽한 순간만 골라 담으려 애쓰는 것보다, 흔적이 남는 실수를 사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러니까, 오늘도 흔적 하나 남겨볼까.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보자. 어차피 남길 수 있는 건, 대충 찍힌 사진 몇 장뿐일 테니까.
시간이 흐른 뒤, 사진 한 장 한 장을 보며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했습니다. 이 작은 카메라와 함께한 경험은 화려함이나 과시적인 장면보다 진솔한 순간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저는 이걸로 사진을 찍을 때, 결과물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 순간에 얼마나 몰입할 수 있느냐에 더 큰 가치를 둡니다.
캠프 스냅은 제가 원하는 필름의 감성을 조금이나마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필름 카메라처럼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지만, 실패에 대한 부담도 덜하고요. 조리개값이 고정되어 있어 유연한 노출 조정이 어렵고, 조리개값을 변경할 수 없어서 촬영 시 적절한 노출을 맞추기 힘들죠.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없어서 어떻게 찍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기도 하고요. 밝은 환경에서는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고, 어두운 환경에서는 충분한 빛을 받지 못해 사진이 어둡게 나올 수 있습니다.
캠프 스냅을 쓰면서 느낀 가장 큰 매력은 아날로그적인 촬영 방식이었어요.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과 달리,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순간이 더 재밌고,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액정이 없는 덕분에 촬영 후 결과물을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설렘으로 다가와요. 촬영 후 기다리는 시간이 주는 여유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죠. 자연스럽게 촬영에 대한 집중도와 기대감이 커지고, 필름 카메라처럼 더욱 신중하게 사진을 찍게 됩니다. 또한, 조작이 간단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가벼운 무게 덕분에 가방이나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어요. 기본 내장된 빈티지 필터는 따로 보정할 필요 없이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해줘요.
사진이란 단순히 선명한 화질이나 완벽한 구도가 아니어도 될 것 같아요. 캠프 스냅은 불완전함 속에서 감성을 발견하게 해주고, 그 순간의 느낌을 온전히 담아내도록 돕습니다. 결과물이 흐릿하든, 색이 제멋대로든, 그것이 오히려 더 진짜 같은 순간으로 남는 거죠. 사진을 찍는다는 건 흔적을 남기는 일이지만, 그 흔적은 꼭 선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흐릿한 기억이 더 따뜻하게 다가올 때도 있으니까요. 캠프 스냅을 들고, 어떤 장면이든 담아보려 합니다. 결과가 어떻든, 그 순간의 감정만큼은 선명할 테니까요.